여주군 대신면 보통리에 가면 고풍이 물씬 풍기는 고택 한 채가 있다. 여주에서 자동차 전용도로를 따라 양평 방향으로 전용도로가 끝나는 지점과, 대신면의 소재지를 벗어나는 지점이 만나게 되는 곳에서 좌측 보통리로 들어가거나, 대신면을 벗어나 양평 방향으로 조금 지나가면 좌측 마을 중간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다. 이 고택은 중요민속자료 제126호로 지정이 되어있는 김영구가옥이다. 김영구 가옥은 한강이 멀리 내다보이는 터전에 자리하고 있는 고택이다. 뒷산을 배경으로 정남향을 하고 있는 이 집은 1753년(영조 29년)에 지은 것을 상량문을 통해 알 수 있다. 집의 구조는 안채, 사랑채, 작은사랑채, 곳간채가 모여 ㅁ자를 이루고 있으며, 원래 대문은 바깥행랑채에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바깥행랑채가 헐려 남아있지 않다.
안마당으로 통하는 중대문의 오른쪽에 一자형의 사랑채가 있고, 대문을 통하여 안마당을 들어서면 안방과 대청을 중심으로 하는 ㄷ자형의 안채가 자리한다. 안방의 왼쪽으로 부엌이 꺾여 자리를 잡았고 그 아래로 찬광, 찬모방, 마루가 있다. 대청의 오른쪽에는 마루방, 건넌방·부엌이 있는데, 부엌 옆에는 방 2칸과 마루가 있는 작은 사랑채가 돌출하여 있다. 작은 사랑채는 더러 있기는 하지만 아주 드문 것이어서 이 집의 특색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랑채는 큰사랑, 큰사랑대청, 사랑방, 머리대청을 一자로 배치하고 앞쪽에 길게 툇마루를 설치하였다. 큰사랑 앞에는 마당쪽으로 높은 누마루를 만들었다. 집의 뒤뜰에는 一자형의 광채가 길게 놓여있다. 안방과 대청, 사랑방과 사랑대청에는 각각 분합문을 달아서 여름에는 열어 놓아 시원하게 공간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안마당의 중앙에는 화단을 가꾸고 나무를 심어 사랑채와 안채와의 직접적인 시선을 막고 있다. 집 앞으로 있던 一자형의 행랑채가 지금은 남아있지 않더라도 사대부의 개인 취향적인 우수한 건물임을 알 수 있다. 집을 지은 시기가 비교적 분명하고, 훈련된 목수가 기법에 따라 정성껏 지은 격조 높은 집이 여주라는 작은 고을에 존재한다는 점에서도 학술적인 가치를 지니는 주택이다.
몇 번인가 이 길을 지나면서도 쉽게 들어가질 못했는데 이번 여행길에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일부러 여정을 그길로 잡아 찾아들어갔다. 집을 보는 순간 진작 이곳을 찾지 않았음을 후회할 정도였으니 그 집의 면모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전국을 다니면서 수도 없이 많은 고택을 보아왔지만 이렇게 운치 있는 집을 보기가 쉽지가 않은 터였다. 집 밖으로 담장을 둘러 강바람을 막아 놓았는데 안으로 들어가니 대문을 놓고, 안에는 꺾어진 중문을 덧내 이중으로 불어오는 바람으로부터 안채를 보호하였다. 마침 안에는 어르신 한분이 마루에 앉아 점심을 들고 계신다. 집 구경을 하겠다고 말씀을 드리고 나서 집을 찬찬히 살펴본다.
경기도민속자료 제2호 해시계
어느 곳 하나 주의 깊지 않은 곳이 없다. 이렇게 정성을 들였으니 이 집이 25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보존이 된 것인가 보다. 안내판을 보려고 밖으로 나와 보니 한편을 돌출시켜 정자 형태로 돌기둥 위에 한 칸을 올려놓았는데 그 또한 운치가 그만이다. 곁으로는 강을 바라다볼 수 있도록 마루를 내고 분합문을 달아 여름에는 다 올려 매달아 공간을 넓히도록 해 시원함을 더했을 것 같다. 뒤쪽으로 돌아가다가 보니 작은 대문 하나가 있고, 그 안으로 높이 솟은 굴뚝이 있어 모든 아궁이가 연도를 통해 이곳으로 연결이 된듯하다. 안으로 들어가니 안내판 하나가 보인다. 경기도 민속자료 제2호로 지정이 되어있는 해시계가 놓여있다. 고택을 살펴보다가 생각밖에 횡재를 한 기분이다.
예전과 같이 자주 답사 길에 오르지 못하는 요즈음은 이렇게 때 아닌 문화재 한 점을 발견하면, 그야말로 횡재를 한 것 같은 기분이다. 찬찬히 여기저기를 돌아다보면서 참으로 감탄을 금치 못하겠다. 창살하나 흐트러짐이 없이 보존이 되어있다. 오래 만에 기분 좋은 답사를 마치고 몇 번인가 어르신에게 고맙단 말씀을 드리고 돌아서 나오다가 보니 대문간에 출입금지라는 커다란 푯말이 보인다. 딴 떼 같으면 그런 푯말이 거부감도 들었겠지만 이렇게라도 해서 소중한 문화재를 보존하려고 하는 분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모처럼 기분 좋은 여정에 고택을 뒤로하고 떠나가는 발걸음도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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