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만 보고 있다
우근 김 정 희
멍한 하늘처럼 멍멍한 하루가
햇살에 지쳐서 스러지고 있다
실바람이 곁에와서 헤집어놓아도
안개가 나를 감싸주고 파리한 대낮은
그림자를 뒤로 없앤다
살아있는가
나는 어디에서 호흡을 해야하나
한번 숨이라도 편안한 너털 웃음이라도
저편에서 기다리는 그림자에게
바쳐버리고 나는 봄 햇살에 조올고 싶다
병아리 솜털같은 보송한 날을 받아서
큰나무 둥걸에게 손바닥으로
힘껏 때리면서 아파하지마라고 말하고 싶다
살아가야 하는가
어쩌다가 삶이 여기까지 왔을까
부담스러운 목소리는 이제 싫다
한수를 넘어서 바라볼 수 는 없는가
바다가 울렁이는 바다에 마음을 넣어
너만은 나를 알거야
바다야 너는 알아주어야 해
가슴을 비우고 머리를 씻기고
남아있는건 파도에게 떠맡기고
다시 다시 끝을 보면서 수평선에게
큰소리로 아우성을 지르고 싶다
지금은 무얼해야 하는가
바라만 보고 있다
꿈적하기도 싫어서 숨도 아끼면서
천천히 찬찬히 쉬어본다
그리고도 또 나는 보고있다
저 멀리서 흔들어놓은 나를
지금 몰입해서 바라만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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