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닭한마리에서 보낸 생일
우근 김 정 희
월요일 아침 제주도 손님이 나를 깨운다.
"아줌마 8시예요."
내가 요즘 글을 좀 써 보겠노라고 밤12시부터 일어나서 아침8시경 잠을 자려고 노력한다.
며칠전 9시30분에 서울대병원 3층에서 지능검사를 받아야 한다.
혹시 몰라서 나를 8시에 무조건 깨우고 안 일어나면 8시30분에 다시 깨우라고 부탁을 드려 보았더니
18일부터 22일까지 날마다 계속해서 깨우는 소리가 우리집 아침풍경이었다.
18일 날 나는 잠을 자지 않고 바로 병원을 갔다.
삼춘 내일 부터는 깨우지 마세요.
예.
그래 놓고 날마다 8시만 되면 뻐꾸기시계처럼 깨운다.
문을 조금 열어 놓고 깨우지 말라고 해도 안된다.
월요일 저녁에 밥을 먹고 있는데 언니에게 전화가 온다.
"내일 갈께."
"응."
내일이 내 생일인줄은 알고 있나 보다.
삼춘 내일 가시니 냉동실에 있는 제주도 흑돼지를 다 꺼내라고 아들에게 말했다.
며칠전에 사놓으라는 상추가 많이 남아 있어 상추를 다 씻고 불판에 흑돼지를 올려 놓으라 했다.
아들은 오겹살을 먹을때 언제나 정식으로 차려 주어야 한다.
쌈장,상추,파절이,소금참기름장,김장배추김치,밥이 다 갖추어지지 않으면 먹지 않는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데 ~~~.
아무렇게나 좀 먹어봐 봐하면 고개를 설래 설래한다.
게르마늄판에 돼지오겹살도 바삭하게 꾸어야 먹는다.
달동네 작은집이 온통 기름천국이 된다.
나는 삼춘에게 말했다.
삼춘 내일 제주 집에 가요.
지난 연말에 왔을때는 여기저기 여행들로 삼춘이 신이나 있었는데
이번에는 내가 집에만 쳐박혀 있으니 얼마나 답답해 했는지 모른다.
몇번을 덕정리에 갔다 오겠다고 말해서 그때마다 안돼요!!! 하고 으름장을 놓았는데
장애1급을 받아야 하는데 본인은 정상인데 왜 받아야 하는지 이유도 모른다.
내일이면 내 생일인데~~~.
그래 이번 생일은 어찌되는지 보자.
아무도 없으면 그냥 혼자서도 한번 보내 보자 했다.
내 생일을 어릴때는 늘 동네 잔치를 했었다.
그렇게 자란지라 생일을 그냥 보낸다는 것은 항상 마음이 내내 울적하고 힘들고 그렇다.
화요일 아침 8시에 나를 깨워서 밥을 하면서 말했다.
삼춘 미역국 드실래요?
고개를 설래 설래 한다.
삼춘 초고추장을 만들어서 며칠전 가방에 넣어주고 집에서 먹는 걸 해 놓으니
삼춘 날마다 초고추장에 밥을 맛있게 잘 먹는다.
다른것도 드세요.
해도 초고추장이 제일 맛있단다.
집에서 11시에 나가요.
집에 것 초고추장을 검정 비닐에다 싸 놓는다.
그래 그것도 가져 가세요.
이 초고추장은 매실엑기스를 넣었으니 오랫동안 변하지 않을거예요.
비행기에서 흐르지 않도록 잘 싸야해요.
삼춘 가방 맨 아래에 넣으세요 했다.
예,하고 가방 맨 아래를 보니 가져가라고 몇일전에 해준 초고추장이 있다고 말한다.
미안해요.
여기 있는걸 잊어먹고 또 넣으려고 했어요.
아니예요.
그냥 다 가져가세요.
그리고 초고추장 떨어지면 전화 해요?
가슴 저편에서 미어지는 아픔 한덩어리가 파도되어 밀려온다.
11시에 집을 나선다.
달동네 계단을 내려가면서 삼춘이 말한다.
"아줌마,내가 사람을 아무도 안 믿는데 우리 누나하고 아줌마는 믿을 수 있어.
신세 많이지고 가는데 미안해요."
"삼춘, 건강해야 해요. 유럽 누나를 생각해서라도 동사무소에 가서 서류 잘 처리 하시고
로마노씨 이야기 잘 들으세요?"
제주도 공항에서 케어해 줄 분이 있어야 집에 갈 수 있다.
12시에 공항에 도착해서 아시아나 미리 갈 수 있느냐고 했더니 할인티켓이라 해서
1시 비행기로 해달라고 하면서 케어를 부탁 했더니 아직도 못하셨어요? 한다.
아니요.
저 배낭안에 장애1급 서류 들어가 있어요.
비행기표 깎아주세요. 했더니 웃는다.
지하철을 타고 오는데 언니에게 전화가 온다.
집앞인데 문열어 주란다.
나 김포공항에 가는 중이야.
보내고 다시 전화할께.
목소리가 별로다.
다시 전화가 온다.
빨리 끝내고 와라.
알았어.
삼춘을 보내고 지하철을 타고 전화를 했다.
점심이나 먹자한다.
성대앞 닭한마리집으로 와.
언니 평화시장안에 닭한마리집으로 와.
거기가 맛있어.
마을버스 타고 종점에서 내려서 서울백제약국 건너편으로 더 걸어가야 해.
큰 길가에 서있어.
이산가족처럼 여러번 전화를 하고서야 만났다.
명동 닭한마리집은 내가대학시절부터 1979년부터 다녔던 단골집이다.
사촌오빠가 창일라사를 평화시장 양복지 판매를 크게하고 있어서 명동닭한마마리집에 자주갔었다.
춘천이 고향이신 사장님 부부이시다.
작년에 청계천에 들렸다가 가보니 닭한마리집이 불이나서 건물을 신축하고 있었다.
할 수 없이 옆집에 가서 먹었는데 ~~~.
별로여서 포스팅은 안했다.
사실 어제는 여기까지 밖에 못찍었다.
명동닭한마리집은 일본 사람들이 무지하게 좋아한다.
김치가 지금은 배추지만 봄부터 가을까지는 열무김치인데 나는 열무김치가 훨씬 더 맛있다.
김치가 두가지를 다 주실때도 있다.
물김치라 생각하시면 된다.
어제는 이야기가 심각하여 닭한마리를 찍어야하는데 ---.
그래서 예전 걸 올린다.
이건 작년 건물 신축공사중일때 찍어놓은 사진이다.
단골이라면 이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명동 닭한마리집은 생닭으로 준다.
명동 닭한마리집때문에 전체가 다 닭한마리 골목으로 변했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또 달라져 있었다.
칼국수를 넣어드셔도 되고 밥을 비벼도 된다.
물망초5님과 몇년전에 같이 갔었다.
불나가 전 일이다.
내 생일을 기억해 주고 있는 언니.
같은 집에 살지만 남의 나라 같이 사는 우리.
생일 선물로 냄비 새것 하나와 칼슘제제를 받았다.
선물은 집에 있었다.
주인 사장님 내 손을 꼭 붙들고 매번 찾아와줘서 고맙다고 한다.
불이나서 그동안 너무나 고생을 하셨다고 한다.
시조 명동 닭한마리
전화 : 02-2275-3125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종로5가 평화시장 골목
생닭을 판매합니다
강추!!!
대빵님 블로그에 가셔서 아고라 청원 읽어 보시고 서명 부탁드립니다 : http://blog.daum.net/l94102014/16882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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