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지기 우근 2009. 2. 14. 11:38

봄비

            허주 김  정  희

 

겨울나무 가지 끝에 달려있는

마지막 잎새에 봄비가 내리고 있다

바람이 불어 불어와서 그 잎새를 겨울로 보낸다

봄비가 마지막 잎새에 떨어진다

겨울이 가는 소리

사람이 봄을 기다리지 않아도

겨울이 꼬리를 감춘다

 

이제 긴긴 겨울잠에서 깨어나라

겨울잠을 자는 나무야 기지개를 펴서

봄비가 내리는 거리엔

바람이 세상을 뒤흔들어 놓았다

너는 이제 어디로 가고 있느냐

가는 뒷모습이 그리도 싫어서

운전하는 내 눈앞에 나타나서

잠자고 있던 영혼을 깨우치고 가느냐

나신이되어 다시 태어나 다시 태어나

겨울 한자락 마지막 속삭임 하려느냐

 

바람이 불어온다

세상을 뒤흔드는 바람으로

겨울이 허리를 감추고

봄이 얼굴을 내밀려고 비가 내린다

비야 봄비야 내려라

인생살이 애잔한 가슴으로 살아가는 사람에게

다가가서 소리를 들려주려마

봄비야

새로운 계절로 바뀌어 가는 시간속에

나래 펴고 살아가는 꿈

봄비야 내려라

봄 바람아 불어라

다 모두다 다 바꾸어지게 불어라

겨울 창문에 불어서 봄으로 새옷을 갈아 입으면

수선화 노오란색 물결치는 꽃향기 코끝에 밀려오고

눈을 감아 향그러운 사랑

봄비에 찾아오는 사람

우산속에서 보이지 않는 봄이 어디에 있는지

비내리는 하늘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