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지기 우근 2009. 8. 16. 12:41

달동네 빨래 줄

                            우근 김  정  희

 

삼년전 내가 바위인 줄 알았는데

계란이였다

회사짐 집짐

어디로 옮겨야 하나

멸륜1가에서 명륜3가 달동네로 이사를 했다

직원들 밥을 언제나 먹을 수 있게 했었다

그릇들 부터 없애야 했다

외 할머니 내게 해주셨던 밥상

항상 예술이였다

계란밥도 그랬다

화롯불에 해주시던 계란밥도

거품이 넘치고 미운 건

다른 사람들이 먹었다

나는 그렇게 예쁘게 밥상을 받았다

 

나의 밥상에는 꽃이 놓여져 있었다

할머니 너무 예뻐서 못 먹겠어

아니야 항상 예쁜 것만 보고 예쁘게 살아야 해

예쁜 것만 예쁘게 먹어야 해

그렇게 자랐는데

웬 달동네

삼년이 지나도 아직도 달동네다

엉엉 엉하고 울고 싶다

바라는것도 크게 없는데

나는 언제 돌아갈까

지하방 하루종일 캄캄해서 불을 켜놓아야 하는 방

해가 떴는지 해가 졌는지 모르는 곳

나도 태어나 이런 방에 갇혀서

울고 있구나

엉 엉 엉하며 소리 지르지도 못하고

눈물만 흐르는구나

 

아빠 돌아가신지 오늘로 104일

살아야 해

이렇게도 살아야 해

버려도 버려도 버릴 수 없는 것들

나는 왜

빨래대도 여러개

어느날보니 누군가 다 가져가

없다

냄새 나는 세상이 싫다

가져간 사람이 임자지

아니 내것이 세상에 있는가

가져간 사람이 주인이지

그렇게 나도 버려 보았다

두번인지 아니면 세번인지 그랬다

그래도 그래도 남아있는 나

나는 나를 위해서는 차리지 않는다

그래서 혼자는 아무것도 안 먹는다

아니 못 먹는다

 

지금도 그렇다

배가 고프다

처음처럼으로 구름과자로 때운다

너희들만 내 친구다

빨래줄을 해보았으나

손 빨래한걸 걸어보니

힘없이 떨어진다

달동네 빨래 줄

나도 그냥 그렇게 떨어져 어디로 가는가

눈물만 소리없이 흐르고 흐른다

그래 양수리나 묘각사에 가려고 했는데

달동네

지하방에서 얼마나 눈물 흐르는지 보자

처음처럼이 재워주겠지

깨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구름과자가 아니라고 한다

말없는 두 친구

너희만 나를 알지

지금같이하고 있으니까

침묵하며 흐르는 눈물만 보고 있다

 

할머니 나 이렇게 살아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