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한마당

[스크랩] 곰팡이 가문에는 비밀이 있다 - 1

만년지기 우근 2007. 7. 23. 14:02

가문의 진실 '식물도 동물도 아니여~'

 

다종다양한 자연의 분해자

 
곰팡이란 무엇일까. ‘곰팡이는 교과서를 읽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종마다 워낙 변화무쌍하다. 굳이 정의를 내린다면 ‘나뭇가지처럼 생긴 실 모양의 균사체로 이뤄져 있으며 균사체는 진핵세포로 이뤄져 있고 유성 또는 무성생식으로 포자를 만들어 번식한다. 몸 밖에서 유기물을 분해해 영양분을 흡수한다’가 될 것이다. 곰팡이는 지구상에 약 150만 종이 있다고 추정되나 지금까지 약 7만 종만 보고됐을 정도로 연구가 부족한 미생물이다.

맛있는 버섯도 곰팡이의 일종이다
곰팡이는 학술 용어로 균류(菌類) 또는 진균이라 부르며, 영어 명칭은 'fungus'(복수 fungi)다. 흔히 '균'이라는 말을 들으면 사람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성 미생물을 떠올린다. 그런데 병원성 미생물에는 곰팡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배탈을 일으키는 대장균이나 폐렴을 유발하는 폐렴쌍구균은 곰팡이와는 다른 '박테리아'에 속한다. 감기나 에이즈를 일으키는 주범은 '바이러스'라고 불린다.

그러나 이들은 엄연히 다르다. 생물은 크게 원핵생물과 진핵생물로 구분된다. 진핵이란 말은 진정한 핵, 즉 사람의 세포처럼 유전자가 핵막으로 둘러싸인 동그란 핵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이에 비해 원핵생물은 핵막이 없고 몇가지 소기관이 결여된 탓에 여러 모로 '자격미달'인 생물이다. 곰팡이는 어엿한 진핵생물이기 때문에 박테리아와는 '격'이 다르다. 길다란 실모양의 균사도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와 차별되는 곰팡이만의 특성이다.

곰팡이 연구가 시작되던 시절, 학자들은 곰팡이를 식물에 포함시켰다. 식물세포를 동물세포와 구분짓는 커다란 특징인 세포벽을 곰팡이가 가졌기 때문이다. 또 곰팡이는 식물처럼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식물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증거들이 제시되기 시작했다. 우선 곰팡이는 엽록체를 가지고 있지 않다. 식물처럼 광합성을 통해 스스로 먹이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의미다. 또 세포벽의 성분이 다르다. 식물의 세포벽은 셀룰로오스로 이뤄진다. 이에 비해 곰팡이 세포벽의 주성분은 키틴질이다. 키틴질은 곤충이나 갑각류와 같은 절지동물의 바깥 골격을 이루는 성분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곰팡이의 유전자가 식물보다 동물과 더 비슷하다고 한다.

이와 같은 곰팡이의 '동물성'은 단지 분류학자만을 곤란하게 만든 것이 아니다. 곰팡이를 퇴치하는 일에 도전해 온 약학자들은 곰팡이가 결코 녹록치 않은 상대임을 깨닫고 많은 좌절을 겪어야 했다. 곰팡이가 사람의 세포와 비슷한 구조를 가졌기 때문에 곰팡이를 없애는 성분은 주변의 사람 세포마저 같이 파괴하기 일쑤였다.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곰팡이만을 제거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해결의 실마리는 곰팡이의 세포벽과 세포막에서 발견됐다. 우선 세포벽에서 키틴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차단하면 세포벽은 파괴되기 마련이다. 사람에게는 그런 세포벽이 없기 때문에 해가 미칠 리 없다. 또 곰팡이의 세포막에는 사람에게 없는 독특한 지질 성분인 ‘에르고스테롤’이 존재한다. 이 물질의 대사 과정을 방해하면 곰팡이는 생명을 잃는다.

10만여 가계로 이뤄진 복잡한 가문

곰팡이는 가는실 같은 균사체 형태를 띤다
곰팡이의 족보는 무척 복잡하다. 학자에 따라 곰팡이의 종류를 다르게 추정하는데, 10만여종으로 분류한 학자도 있다. 하지만 먹이의 특성을 기준으로 삼으면 곰팡이를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죽은 생물을 먹이로 삼는 부생성과 살아있는 생물로부터 영양분을 뺏는 기생성이다.

곰팡이의 거의 대부분은 부생성이다. 적당한 습기가 유지된다면 낙엽이나 떨어진 나뭇가지는 물론이고 동물의 시체나 분비물처럼 생명력을 잃은 유기물질이 있는 곳이면 어디나 곰팡이가 자란다. 곰팡이는 생물체를 단순한 화학물질로 분해시켜 자연으로 돌려보낸다. 식물은 이 영양분을 흡수해 자라나고 동물은 식물을 섭취함으로써 생태계는 유지된다. 이처럼 생명체를 '곰삭이는' 특성 때문에 곰팡이라는 용어가 만들어졌다. 곰팡이는 박테리아와 함께 생태계를 무리없이 순환시키는 훌륭한 자연의 분해자다.

기생성 곰팡이는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무좀을 비롯한 각종 피부병을 일으키는 곰팡이가 여기에 속한다. 기생성 곰팡이는 대부분 정체가 밝혀졌기 때문에 이를 퇴치할 수 있는 약제가 거의 개발돼 있다.

곰팡이는 어떻게 자손을 퍼뜨려 나갈까. 곰팡이는 혼자서 새로운 개체를 만들기도 하고, 다른 곰팡이와 만나 자식을 생산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무성생식은 씨, 즉 포자를 만들어 물이나 바람을 이용해 멀리 보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무성생식은 단기간에 수많은 자손 낳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각 곰팡이는 생식기관에서 수백만 개의 포자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무성생식만 반복하다 보면 자식의 유전자는 어머니와 동일할 수밖에 없다. 만일 환경이 갑자기 바뀌어 생존이 어려워진다면 곰팡이 가족은 떼죽음을 당하게 된다. 자식들 중 유전자 구조가 다르면 환경이 변해도 '억척스럽게' 살아남는 개체가 있다. 그래서 어떤 곰팡이는 무성생식과 유성생식을 번갈아 하거나, 어느 한쪽만 선택하기도 한다.

곰팡이는 늘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다. 숨을 들이마시거나 음식을 먹을 때 온갖 종류의 곰팡이가 몸에 들락거린다. 곰팡이는 천사와 악마 두 가지 얼굴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온다. 19세기 중반 아일랜드의 주식인 감자를 오염시켜 100만 명을 굶어죽게 만들고, 이제는 에이즈환자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존재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잘만 활용하면 자원 부족이나 불치병처럼 인류가 풀어야 할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훌륭한 단서를 제공한다.

<김훈기의 ‘생명체 곰삭이는 자연의 분해자’, 윤철식의 ‘신이 내린 선물 곰팡이’ 기사 발췌 및 편집>

 

 

출처 : 동아사이언스

출처 : Oh, dear~!!!
글쓴이 : 여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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