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부경 풀이’ 어디까지 왔나 |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13일 천부경 다룬 세번째 학술대회 |
김종락기자 jrkim@munhwa.com |
“일시무시일석삼극무진본… 일종무종일(一始無始一析三極無盡本…一終無終一).” 81자의 짧은 문장으로, 우주만물의 생성과 구성 및 변화원리 그리고 인간완성의 원리를 담고 있다는 ‘천부경(天符經)’의 시작과 끝부분이다. 첫 부분에서 노자의 ‘도덕경(道德經)’을 연상시키면서도, 그 내용이 지극히 상징적이고 추상적이어서 난해하기로 소문난 천부경의 비밀을 파헤치는 일련의 학술대회가 계속되고 있다.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국학연구원은 13일 오후 1시30분부터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천부경의 철학과 역사적 재해석’ 이라는 제목의 학술대회를 연다. 지난해 6월, 국학연구원 주관 제2회 학술대회에서 ‘천부경의 현대적 의의’란 주제로 학술대회를 연 이후, 천부경을 주제로 한 학술대회로는 이번이 세번째다. 천부경에 대한 세번째 학술대회를 계기로, 천부경에 관한 논란과 학술대회 성과 그리고 가치 등을 짚어본다. ◆ 천부경은 무엇인가 =‘천부경’은 천제(天帝)의 환국(桓國)에서 입으로 전해내려온 글이다. 환웅 대성존이 하늘에서 내려온 뒤 신지혁덕(神誌赫德)에게 명하여 녹도문(鹿圖文·사슴발자국모양문자)으로 기록하였는데, 고운 최치원이 일찍이 신지의 전서(篆書)로 쓴 옛 비석을 보고, 다시 문서를 만들어 세상에 전한 것이다.” 천부경과 관련한 ‘환단고기(桓檀古記)’의 기록이다. 천부경이 세상에 처음 알려진 것은 ‘환단고기’를 편집한 계연수가 1916년 묘향산 바위에 새겨진 글씨를 탁본해 1917년 단군교당으로 보낸 뒤부터다. 1920년 도교사상가이자 정신철학자인 전병훈(1857~1927)이 저서 ‘정신철학통편’에 천부경해제를 실은 것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천부경 해제다. 그 후 1921년 계명구락부에서 발행한 잡지 ‘계명’4호에 한별(생몰연대 미상)이 천부경을 해제했고, 1922년 유학자 김택영(1850~1927), 1923년 석곡 이준규(1899~1923), 1930년 단암 이용태(1890~1966) 등의 천부경 해제가 잇따라 나왔으며, 일제말 독립운동가 이시영, 홍범도, 여운형 등도 천부경을 소개하거나 천부경을 찬양하는 글을 남겼다. ◆ 진짜인가, 가짜인가 = 천부경의 가치에 대해서는 근거가 불확실한 날조된 문서라는 차가운 견해에서부터 우리 민족의 상고사를 대변하는 엄청난 보고라는 주장까지 극에서 극이 공존한다. 강단학을 중심으로 실증을 강조하는 일단의 사학자들은 천부경을 그 출처는 물론, 문장과 내용에도 문제가 있다는 회의론을 내놓는다. 1911년 ‘환단고기’를 편찬한 계연수가 묘향산 바위에서 천부경을 처음 발견했다 하나 그 과정이 석연찮고, 천부경이 실려 있었다는 ‘환단고기’도 많은 부분이 다른 사서(史書)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족사상을 연구하는 일군의 학자들은 ‘환단고기’의 상당 부분이 역사적 사실과 부합할 뿐 아니라, 내용이 민족의 고유한 성전(聖典)으로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주장한다. 환단고기에 따르면 일식기록이 모두 10번 나오며 13대 단군 홀달 50년(BC1733년)에 오성취루(五星聚婁·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등 5개 별이 한 자리에 모이는 천문현상)가 있었다는 기록이 나오는데, 슈퍼 컴퓨터로 확인한 결과 BC 1734년 7월13일 금성, 목성, 토성, 수성, 화성 등이 일렬로 하늘에 나타난 것으로 확인되는 등 기록의 많은 부분이 사실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 천부경의 가치 = 지금까지 천부경에 대한 학술대회에 참여한 학자들은 천부경이 기독교의 ‘성경’이나 불교의 ‘불경’, 중국의 ‘사서삼경’이나 ‘도덕경’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우리 민족 정신철학의 정화라고 주장했다. 81자라는 매우 짧은 문장으로 이뤄져 있지만, 그 속에는 하나에서 시작하여 하나로 돌아가되 그 하나는 시작도 끝도 없다는 ‘한사상’, 하나의 원리가 세가지 모습인 하늘·땅·사람으로 작용하여 우주 만물을 생성·변화시킨다는 ‘천지인 사상’ 그리고 이러한 원리에서 나오는 실천적 지침으로 널리 모든 인간, 모든 생명을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 사상’이 두루 담겨 있다는 것이다. 또 ‘천부경의 철학과 종교적 해석’이라는 제목으로 지난해 12월 열린 두번째 학술대회에서는 천부경에 대한 기독교와 불교적 해석에 대한 연구 발표가 이뤄져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편 13일 열리는 세번째 천부경 학술대회에서는 한국학중앙연구원 박성수 명예교수가 ‘천부경은 위서가 아니다’란 제목의 기조강연을 하는 것을 비롯, 이근철·정경희·조남호(이상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 선미라(전남대), 민경현(경성대), 김용환(충북대) 교수 등이 천부경의 철학과 역사적 해석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다. 천부경 해석 “一始無始一 析三極無盡本(일시무시일석삼극무진본·모든 것은 하나에서 시작되나 그 하나는 시작이 없고, 하나가 나뉘어 셋이 되지만 그 다함이 없는 근본은 그대로다) 天一一地一二人一三(천일일지일이인일삼·셋 중 하늘이 첫번째로 나온 하나고, 땅이 두번째로, 사람이 세번째로 나온 하나다) 一積十鉅無櫃化三(일적십거 무궤화삼·하나가 모여 열이 되고, 우주의 기틀이 갖추어지되 모두 셋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天二三地二三人二三(천이삼지이삼인이삼·하늘이 둘을 얻어 셋이 되고, 땅이 둘을 얻어 셋이 되고, 사람이 둘을 얻어 셋이 된다/하늘과 땅, 사람 모두가 하늘·땅·사람의 세가지 차원을 가지고 있다) 大三合六生七八九運(대삼합육생칠팔구운·크게 합하여 여섯이 되고, 여섯이 일곱과 여덟을 만들며, 아홉에서 순환한다/하늘·땅·사람이 합쳐져서 온갖 사물을 형성하고 진화하고 발전하고 완성에 이른다) 運三四成環五七一(운삼사성환오칠일·셋과 넷이 어울려 고리를 만들고, 다섯과 일곱이 어울려 일체가 된다) 妙衍萬往萬來 用變不動本(묘연 만왕만래용변부동본·만물이 이와 같은 질서 속에 오묘히 오고 가며 온갖 모양과 쓰임을 지어내지만, 그 근본에 있어서는 변함이 없다) 本心本太陽昻明人中天地一(본심 본태양앙명인중천지일·본마음은 태양과 같아서 오직 빛을 향하니 사람 안에 하늘과 땅이 있어 셋이 일체를 이룬다) 一終無終一 (일종무종일·모든 것이 하나로 끝나되, 그 하나는 끝이 없다).” 김종락기자 jrkim@munhwa.com |
출처 : 샘 바다
글쓴이 : 군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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