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마당

2007 년 노벨 평화상

만년지기 우근 2007. 10. 12. 20:08

 2007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 앨 고어

 

미 부통령서 ‘오존맨’ 변신…온난화 위험 알려


[한겨레] 앨 고어는 미국 부통령에서 환경운동가로 변신했다. 2000년 대선에서 석패한 뒤, 지구온난화 문제를 알리는 데 매진해 노벨평화상까지 거머쥐었다. 지구온난화 문제를 전지구적 어젠다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노벨평화상 수상으로 급부상한 그가 이제 2008년 미국 대선 후보로 출마할지 세계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전 세계 돌며 환경운동=고어는 대선 패배 뒤 세계 곳곳을 다니며 지구 온난화의 위험성을 고발하는 강연에 주력했다. 지난 6년간 전 세계를 돌며 1000회 이상의 강연을 했다. 2006년 제작한 환경다큐멘터리 영화 <불편한 진실>로 아카데미상을 받기도 했다.

고어는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화석연료에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증가로 지구 온난화가 심각해지고, 자연재앙이 닥친다는 점을 경고했다. 빙산이 녹아 해수면 상승으로 섬나라가 물에 잠기고, 기후 변화로 생태계가 파괴되는 미래를 보여줬다. 이 영화는 상업적으로도 성공해, 2400만달러의 미국 안 수입을 올리며 지난해 제작된 다큐멘터리 가운데 최다 관객을 모았다. 고어는 아카데미상 시상식장에 에탄올을 쓰는 하이브리드 리무진을 타고 나타났다. 같은 제목의 책도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됐고, 세계적 권위의 퀼 문학상을 받았다.

고어는 지난 7월 환경콘서트 ‘라이브 어스’를 세계 7개 도시에서 동시에 열어, 환경운동가 이미지를 세계에 각인시켰다. 세계적 팝스타 등이 출연한 이 콘서트는 온 세계로 중계돼 20억명 이상이 시청한 것으로 추산됐다. 미국 과학 전문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고어를 ‘2006년을 빛낸 정책부문 지도자’로 꼽기도 했다. 그 어떤 과학자보다도 지구온난화 위기를 지구촌에 알리는 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덮쳤을 때는 사재를 털어 병원에 고립된 환자 270명을 구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환경운동에 본격 뛰어든 것은 2000년 대선 패배 뒤의 일이지만, 환경에 대한 관심은 일찌감치 시작됐다. 대학시절 이산화탄소를 연구하던 레벨 교수를 통해 처음 환경에 관심을 가지게 돼 ‘오존맨’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상원의원 시절인 1992년에 쓴 <위기의 지구>에서 지구 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해 ‘지구환경판 마셜플랜’을 제안했다. 1993~2000년 빌 클린턴 대통령 8년 임기 동안 부통령을 지내면서 지구온난화에 대한 국제논의를 주도해, 1997년 160여개국이 온실가스 감축에 합의하는 교토의정서를 채택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했다.

■노벨상 업고 차기 대선 출마?=고어의 노벨상 수상 유력설이 흘러나오면서부터 외신들은 고어가 대선에 출마할지를 분석하는 데 바빴다. 고어는 그동안 대선 출마를 놓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될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혀왔다. 이런 모호함 때문에 그는 꾸준히 대선후보로 거론돼 왔다. 특히 올 초 아카데미상 수상 뒤 그의 출마설이 불거졌고, 고어가 노벨상을 수상한다면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고어 지지자들이 최근 <뉴욕타임스>에 전면광고를 내고 그의 출마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편지를 게재할 정도다.

고어가 대선에 출마한다면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앞서고 있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쟁도 완전히 달라질 것으로 분석된다. 힐러지 지지자의 절반 이상이 고어에게 옮겨갈 것이라는 조사도 나왔다. 힐러리가 대선 본선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불안감이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 퍼져 있기 때문이다. 또 고어가 갈수록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는 환경문제를 대선 이슈로 끌어올리면서 공화당 주자와 맞서 팽팽한 한판 승부를 벌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고어의 히트작 <불편한 진실>이 지나치게 과장됐고, 에너지 소비가 많은 호화저택에 사는 이중인격자라는 비판도 제기돼 재출마를 하더라도 당선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외신들은 2000년 대선에서 전체 득표에서는 조지 부시 대통령보다 더 얻고도 선거인단 수에서 뒤져 낙선한 그가 뒤늦게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지에 대해 엇갈린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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