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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태안지역 기름유출 현장에서-희망의 힘은 세다

만년지기 우근 2007. 12. 16. 11:29

 

오늘 아침 6시, 사직공원으로 향했습니다.

그곳에서 환경운동연합과 함께 태안 행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도착하니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본부측에서 제공하는 장화와 방제복을 입고

부산한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작업 시 간단한 주의사항을 브리핑 하셔서 꼼꼼하게 들었습니다.

 

 

갯펄은 이미 기름범벅이 되어 있습니다.

짙은 검청색 콜타르가 돌 표면에 찐득하게 달라붙어 현 상황의 심각성을

더욱 생생하게 알려주고 있지요.

 

 

오늘 서울에서 출발한 인원한 2천명이라고 들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이 태안을 살리기 위해 두팔걷고 나섰다고 들었습니다.

갯펄에 조밀하게 자리를 잡고 기름때를 제거하는 모습입니다.

 

 

현수막을 잘라 만든 목면, 흡착지, 저는 집에서 가져간 무명소재들과 헌옷을

이용해 열심히 기름을 제거했습니다.

 

 

기름으로 인해 죽어버린 석화들을 옮기고 처리했고요.

이 과정이 만만치 않더라고요. 남자분들이 주로 이 작업을 했고

석화를 처리한 기름범벅이 된 바닥과 하상을 여자분들이 청소했습니다.

  

 

검은 기름으로 가득 덮힌 갯펄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원래 갯펄은 바다 속 생명체를 유지하는 기능을 담당하지요.

이번 사건으로 인해 순식간에 그 기능을 상실해버린 갯펄을 보면서 망연자실하고 맙니다.

 

 

 

사고 전까지 하늘과 바다를 잇는 풍광을 자랑하던 이 곳이

하루아침에 즉음의 땅으로 전락한 사실에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전국 각지에서 3만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이곳에 왔다지요. 저 또한 추운날씨에

손이 얼어붙었고, 미동없이 펄에 앉아 돌을 닦느라 장화 신은 오른발이 얼어붙었지만

힘들지 않았습니다. 조그마한 힘이라도 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어머니가 사시던 갯펄에는 능젱이가 살지 않았다
어버지가 다니시던 갯펄에도 바지락이 살지 않았다
불가사리 낙지가 못사는 갯펄이 된지 오래
낙지는 죽어서 눈을 멀겋게 뜨고 개처럼 몸살을 앓았다
바람은 갯바람이라 체온은 몹시 차갑고
언제 죽어서 떠내려 온 스치로풀인지
방조제에 걸려 원(圓)을 그린채 신음하고 있다
요즘 갯펄에는 살기보다는 죽음이 뒤엉겨
건질 것 하나 없다는 평이다
다시 건지지 못하는 사멸의 강변에
뚫린 구멍마다 생활쓰레기가 곳곳에 쌓여
땅속을 두더지처럼 부패시켰다
고향땅을 괴롭혔다

 

홍윤표의 <요즘 갯펄에는> 전문

 

 

오늘 하루 열심히 일해 닦아낸 기름과 흡착지들을 모았습니다.

방제복은 검댕으로 가득하고, 얼굴은 얼룩졌지만, 작은 손길 하나로

더 이상 물러날데 없는 슬픈 현실 속 어민들의 마음을 녹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사안에 대해 정부는 즉각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하고

원인 제공자에게 반드시 구상권을 청구하여, 이와 같은 환경 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심어야 합니다.

 

 

작업을 하면서 왜 그렇게 자꾸 눈물이 나는지요.

오른뺨을 흐르는 눈물에 볼이 간지러웠습니다.

김동규가 부른 <아프리카>를 계속 되뇌이며 불렀습니다.

옆에서 열심히 기름을 닦던 봉사자들이 어찌나 곱고 예쁘던지요

 재난앞에서 더욱 겸손하게 귀 귀울여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음성 속 세미한 상처의 목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때론 사는 것이 죽음보다 힘들지만, 살아냄으로써 어둠의 빚을 갚은 우리는

그저 새벽안개 냄새를 맡으며 또 다른 길을 떠날 뿐입니다.

떠날 때, 뒤에 오는 이를 위해 앉았던 자리 깨끗이 비울 뿐이지요.

3만명의 일사분란한 움직임, 조금이라도 더 닦아내려는

사람의 모습속에 나는 외쳐봅니다. <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라고요.

그럼요. 반드시 살아야지요. 희망의 힘은 세니까요.

 

오늘 태안지역에 자원봉사에 나서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행복하세요. 여러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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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김홍기의 문화의 제국
글쓴이 : 김홍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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