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륜동에서 본 그대는
우근 김 정 희
명륜동에가서 생맥주를 마시자
어디로 갈까 어느 집으로 가야하나
노가리 안주에 나오는 생맥주로
명륜동의 가을이 익어가고
몇년이나 다녔을까
십몇년을 다녔을거야
단골집에 익어가는 인사로 밤이 깊어가고
플라타나스 위로 보이는 달같은 불빛이
나를 유혹하고 나는 그대에게 디카를 주었다
골목길에 한옥이 단아해보이고
한집이 또 없어져서 한옥은 이제 몇집이나 남았을까
장면가옥엔 불이 켜져있다
없어지는 한옥이 아쉽고 전통을 살릴 수 는 없는지
몇집이 명맥만 이어가야 하는지
담벼락에 피어난 장미가 기쁨이 되어주고
한참을 놀다가 내려와보니
멕시칸에서 본 플라타나스 잎파리가
하나 떨어져서 가을이라고 말한다
가을이야 가을
거기에 펜으로 친구에게 쓴 가을편지
다시 쓰고 싶어지는 긴 편지를 무엇으로 쓸까
어디에선가 본 펜과 잉크가 있다면
파란색 잉크로 가을편지를 쓰고 싶다
누군가에게 사랑이 묻어나올것 같다
그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