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일월 마지막 날
우근 김 정 희
잠을 깨우는 소리
오늘은 빨리 행동하라 한다
손 빨래를 하면서 전화를 기다린다
오지 않는 전화
내가 걸어야지
누구에게 일요일 마지막 날을 보낼까
김포에서 벌을 키우는 김병태선생님께 전화를 했다
화요일에 오신다고 한다
아니 내가 찾아가겠다고 했다
직접 보아야 한다
겨울을 나는 일벌을 보고 싶다
가을이 접어지고 겨울이 문을 열고 있다
인생에서 나는 무슨 계절에 서있을까
추운 겨울일까
나에게는 언제쯤 봄이 올까
인생의 봄을 맞이해야 한다
긴긴 동토를 지나야 봄이 온다
봄을 기다리며 나는 꿈을 꾼다
일벌들이 겨을나기를 보며
프로폴리스로 벌통에 세균 침입을 막아
꿀은 세월이 지나도 그대로이다
벌통을 들여다보니
열심히 일하고 있는 일벌
나는 무슨 벌일까
여왕벌 숫벌 일벌
벌통앞에 찔레꽃이 렌즈로 다가온다
아 이게 여기에 있구나
여기에도 약재가 빛나고
전화를 했다
받지 않는다
잠시후 전화가 온다
아산을 가자고 길동으로 오라 한다
좋은 일이 아산에서 일어날것 같다
김포를 떠나 하늘을 보니
가을이 꼬리를 감춘다
가을이여 십일월 마지막 태양은 밝게 빛나고
따스한 오후를 보내라 한다
겨울이 다가오는 소리를 들었다
속삭이며 말한다
마지막을 알아야 해
그래야 시작을 할 수 있어
알았지 알지 잘 알고 말고
어쩌면 인생은 날마다 마지막을 사는것처럼 살아야 해
단 한번도 같은 시간은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