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가와 꼴통
허주 김 정 희
솟대가 보고 싶어서 찾아보니 없다
향나무 자르는데 향나무 받침대로 솟대 만들어 보자
지금 이야 지금
나는 나를 꼴통이라고 말한다
옆에서 나를 몽상가라고 말한다
들으며 생각해 보니 몽상가도 좋아
고개 끄덕여 주며 눈마주치며 웃어
하연대에게 만들어준 솟대
날마다 인사하며 잘있지
꿈 날아 몽상가 되고
머리는 다 비워 버리고
오늘만 남겨야지
마음 언제나 다섯 살 아이되어
꿈만 먹고 살아야지
일어나는 모든 일
금방 잊어야지
자존심이 무언지 몰라야지
꼴통으로 살아야지
그렇게 살다가 자연으로 돌아 가야지
종이배 접어서 흐르는 강물에 띄우며
내 허접한 모두를 보내야지
나를 비우며
날마다 또 비우며
없애야지 없애 버려야지
새로운 오늘만 살아야지
어제에서 벗어나
내일에서 멀어져
오늘만 오늘만 살아야지
나는 오늘이야 하고 속삭여야지
사랑도 오늘이야 하며 속살거린다
그래 그런 사랑을 해야지
날마다 오늘 사랑만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