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근 창작 한마당/시 한마당

촛불

만년지기 우근 2009. 8. 26. 04:00

촛불

             우근 김  정  희

 

대원각이였었던 시절

단골이였던 술집

연말이면 망년회를 거기서 했다

마시고 또 마셔야 했던

좋은 날도 있었고

기분이 우울했던 날도 있었다

 

지금은 길상사 절

서문에서 검접을 보고

촛불을 켜고 싶었다

향도 떨어져서 없다

성북동 길상사로 향한다

많이 많이도 변해져 있다

관세음보살 마음에 들어

디카로 담아보니 웃고 계신다

단아한 미소 머금으며

눈은 아래로

그래 이렇게 살아가자

기도하는 마음으로

늘 미소 머금은 마음으로 살다보면

세상은 열릴거야

세상은 열릴거야

 

눕고 싶다

조심 조심

여기 저기

발걸음을 옮겨본다

대원각에서 길상사로 바뀌드시

나도 바뀌어 가야 하는데

나는 지금 무엇인가

나는 지금 누구인가

나는 지금 무엇인가

나는 지금 누구인가

 

벤취에 누워 하늘을 본다

나뭇잎에 걸쳐진 하늘

나뭇잎에 펼쳐진 구름

물소리 사람소리

아기 넘어져 우는소리

새소리 인간소리

아기 넘어져 우는소리

조용을 원했는데

서문보다 더 시끄러운 절

 

향 하나

촛불 두개 사서

집으로 돌아와

향을 피우고

촛불 하나 켜고

기도 드리며 새벽을 깨운다

저녁에 켜놓은 촛불만 밤을 수놓고 있다

촛불처럼 살아 가야지

꺼지지 않는 촛불

은은한 빛되어 타다가 가야지

세상은

맑고 향기롭게

사람은

정직하고 깨끗하게

사랑은

배려하고 이해하며

결혼은

서로 서로 그림자되어

 

그렇게 살다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날

웃으며 눈 감아야지

웃으며 돌아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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