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근 창작 한마당/시 한마당

아란야

만년지기 우근 2009. 8. 24. 03:37

아란야

                우근 김  정  희

 

아침

속초 해수욕장 바다 파도소리

아니지

새신을 신고 다시 새로운 사람되어

팔짱을 끼고

하나된 첫 날

바다물에게 처음을 알려야지

하늘색 슬리퍼

어제 마셨던 그 자리에 다시 앉아보니

수평선은 안보이고

경고문만 보인다

 

옆으로 자리를 옮겨보니

수평선이 구름색이다

어디가 바다이고 어디가 하늘인가

갑갑하고 답답한 어제

오늘 바다는 구름이다

오늘 하늘은 구름이다

여름에 온 피서는 처음

바다 물에 들어가자

어제 입은 옷 그대로

새신을 신고 저벅 저벅

바다로 들어 갔다

이른 아침도 아닌데

사람은 없다

 

새신을 신고 새 바다물에 들어갔다

파도소리 처얼썩 거리고

나는 혼자서 옆으로 걸어 가면서

수평선에게 말했다

오늘 같은 사랑 날마다 새롭게 살아

오늘 같은 마음 날마다 새롭게 살아

이제 우리는 하나야

백마탄 왕자와 백설공주는 하나다

바다에서 나와

해장국을 먹고

마음대로 하세요

 

자 떠나자 아란야로 떠나자

진관스님 많이 기둘리고 계실텐데

떠나자 봉화군 춘양면 석현리 각화사 말사

아란야

49일을 단식하시면서 기도를 하신 진관스님

몸은 어떠시는지 보아야지

네비가 이야기해 준 대로 간다

바다도 좋지만 계곡도 좋다하더니

구비 구비 돌아돌아 계곡만 계곡만 나온다

 

제가 운전할때는 옆에서 기쁨조하셔야지요

말없는 백마탄 왕자

노래 불러 주세요

안한다

어제 마신 술때문이다

오랫만에 하는  운전

새 차

새 신

새 날

그래 이제 시작이야

 

전화를 받지 않는다

어디로 가셨을까

몇번을 해도 받지 않는다

오지도 않는다

아란야에 도착해 보니

진관스님 차가 그 자리에 서있다

늦은 점심을 먹는다

환자의 몸으로 달려온

아란야

진관스님께 

저 결혼해요

같이 인사를 하고

많이 부족합니다

부족한건 채우면 되지만

넘쳐 흐르는 건

 

얼마나 놀래하시는지

둘이 되었을때 보니

진관스님

많이 아프셔서 그 자리를 나왔다

아란야 앞으로 보이는 청량산

동해 바다는 구름이더니

아란야는 맑고 깨끗한 햇살

하늘이 가을을 알린다

계곡 물소리가 잔잔하게 노래하고

아란야에서 단둘이 평상에 앉아

하늘을 본다

오늘 햇살처럼 살아야지

처음 처럼

정직하고 깨끗하게 살아야지

그래 날마다 처음처럼 살아야지

마음이 맑아져서 웃기만 해도

날마다 새로운 오늘만 맞으면

나보다 더  건강해 질 거예요

나보다 더 건강해 져야 해요

 

백마탄 왕자

백설공주는

처음으로 아란야 진관스님께

결혼을 말했다

인연이란

아무도 모른다

인생이란

살아 보아야 알지

날마다 새로운 오늘이다

처음 처럼

처음 마음 그대로

아니 더 아끼고

더 배려하고

더 이해하고

더 사랑하고

그렇게 살다가 같이 가요

그렇게 살다가 같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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