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우근 김 정 희
기다림은 미학이라고 말하는
그대는 지금 어디에서 밤 하늘을 보고 있는가
첫 사랑
그대는 가을 어느날 바람으로 다가왔다
세상이 변해도 많이 변해버려
그 시절로 돌아가보면 가을보다
하늘이 푸르러 파란 마음이 물들여 있다
여기에 있는 그대는
그 시절 그대로인데
얼마나 변해 있을지 모르겠지만
있는 그대로 배경이 된다
얼굴 하나 떠오르고
나는 그대는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
우리는 우리는 양평 두물머리지나
옥천 냉면 먹으러 갔지
그만한 그림들이 다시 돌아오면
가을 단풍드는 모습을 보며
그대는 나는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
연건동에서 가을 바람이 불어오면
대학로 메밀먹던 그집으로 들어간다
가을이 노랗게 익어가고
빠알간 단풍 얼굴이 되고
그대는 스텔라에서 나를 보고 웃는다
길
가을이 오면 가을이 오면
첫 사랑
그대 찾아
차마 하지 못했던
가을 저녁 같이 하고파
마음 한자락 접어
그대에게 편지를 쓴다
마로니에 잎 가을빛 물들어
실험실에서 쓰던 그 네임펜으로
사랑을 그려 그대에게 보낸다
파란 하늘되어
가을 사랑 수놓아 빨간우체통
청마우체통에 넣으면
첫 사랑 찾아오는 꿈을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