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 23일 (화) 11:44 주간조선
[사람들] 4년째 기상달력 낸 충남대 장동순 교수
“안녕하세요, 교수님. 저는 광양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입니다. 작년 교수님의 기상달력을 구입해서 보았더니 2006년에는 밤, 콩류 등의 작물이 잘 되고 감 등의 과실은 작황이 좋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콩을 주류로 해서 서리태, 검정콩을 심어 수확량이 좋았습니다. 올해 정해년에도 어느 부분의 농산물 재배가 합당한지 설명해 주시면 농사짓는 데 많은 참고가 될 것입니다.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이 글은 지난 1월 2일 충남대 환경공학과 장동순(張同淳·55) 교수의 홈페이지(enecfd.com.ne.kr) ‘질의응답’란에 올라온 것이다. 이곳에는 학생과 일반인의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질문 분야도 날씨, 건강 등 다양하다. 장 교수가 만든 달력은 이처럼 소비자의 반응이 뜨겁다. 그냥 요일만 표시해놓은 보통 달력과 달리 이 달력은 날씨까지 표시해서 농사와 축산, 건강, 취미 등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장동순 교수는 2003년 11월에 2004년도 달력을 만든 것을 계기로 4년째 ‘기상예측 달력’을 만들어오고 있다. 탁상용 달력으로 제작된 이 달력에는 특정한 날의 강우나 강설, 태풍 등에 대한 기상정보와 눈·비 올 확률이 높은 날, 기상의 특징, 산불과 화재 가능성이 큰 날 등 날씨의 변화를 예측, 기록해놨다.
또 간질환, 근육경련, 호흡기 질환, 피부병 등 각종 질환이 생길 가능성이 높은 날과 조류독감, 한발, 황사, 폭우 등 농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날씨도 예측하고 있다. 그가 날씨를 100% 맞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적중률이 높은 편이고 해마다 적중률이 높아지고 있어서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례로 그는 지난해 7월 15~17일과 7월 27~29일의 집중호우를 예언했다. 그러나 7월 11일의 집중호우는 예측하지 못했다. 날씨를 예측한다는 것은 서양의 첨단 과학을 동원해도 쉽지 않다. 그런데도 장 교수는 1년치 날씨를 예측하고 있고 적중률도 높은 편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그는 “동양의 전통 절기 이론인 ‘오운육기(五運六氣) 이론’이 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5운은 목(木)·화(火)·토(土)·금(金)·수(水)를, 6기는 풍(風)·화(火)·서(暑)·습(濕)·조(燥)·한(寒)을 말한다. 5운은 오행(五行)의 다른 이름으로서 하늘의 기운을 의미하며, 6기는 지상의 기운으로서 직접적으로 기상현상을 나타낸다.
그는 한 해 날씨를 예측할 때 복잡한 작업을 거친다. 먼저 그 해의 대표적인 기상 성격부터 규정한다. 예를 들면 정해년의 기상 특징은 하늘의 온도는 높고 지상의 온도는 낮다는 것이다. 그런 후 계절별로 오운육기를 산출하고 나서 지형학적인 영향과 일진 분포까지 감안해 1년 365일의 구체적인 기상 현상을 예측한다. 여기에 최근 수년간의 지구온난화 현상까지 감안해 결론을 내린다. 그는 “이 달력은 지형적으로는 경기 및 충청권의 기상을 대표적으로 나타내며 여타 지역은 참고용으로 사용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쯤되면 그가 동양학을 전공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러나 그는 서양의 자연과학을 공부한 정통 제도권 학자다. 그의 이력을 보자.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나와 미국 루이지애나 주립대에서 기계공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고 1990년부터 충남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공은 소각로, 보일러, 탈수기, 건조기, 침전조 등 환경기계장치 열유체(熱流體) 전산 고도 설계라는, 지극히 공학적이고 어려운 분야다.
그가 동양학에 심취하게 된 것은 그만한 까닭이 있다. 1992년의 일이다. 당시 그는 몸이 안 좋았다. 외국에서 고학을 하면서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한 탓에 중풍을 앓고 있었던 것. 그는 단학 수련을 소재로 한 책 ‘선도체험기’를 읽고 이 책에 언급된 고(故) 김춘식 오행생식 중앙연수원 원장을 찾아갔다. 김춘식씨는 오행생식의 창시자다. 서울 신림동에서 장 교수를 만난 김 원장은 대뜸 “무릎이 아프고 혀가 돌아가죠. 속 쓰리지. 중풍 맞게 생겼네”라고 말해서 장 교수를 경악케 했다. 실제로 그러했던 것이다. 김 원장은 단맛이 강한 기장쌀과 단 음식을 먹으라는 처방을 내려줬고 장 교수는 실천에 옮겼다. 장 교수는 “석 달 지나서부터 단기적으로 효과가 나타나더니 3년 후에는 완전히 병이 나았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 사건을 계기로 동양학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하게 된다. “전통 학문에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구나 싶었어요. 서양과학이 정교하지만 뭔가 놓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때부터 동양학의 대가들을 찾아다니면서 공부를 시작했다. 2년 동안 방학 때마다 새벽 4시에 일어나서 김춘식 원장을 찾아가 동양의학과 오행생식요법을 배웠다. 또 풍수지리와 주역의 대가 장태상 공주대 교수, 운기론(運氣論)의 권위자 하도훈 육주학당 원장, 육임(六壬·질문시간이나 사건발생시간을 기준으로 길흉의 결과를 예측하는 술법)의 제일인자 고복자 육임학회 총재 등 쟁쟁한 인물에게 사사했다. 그는 “공부를 하면서 동양학이 미신이 아니라 차세대 학문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 대가로부터 배우면서 가르침을 맹종하지는 않고 버릴 건 버리고 취할 건 취했다. 그 자신이 이미 학자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 동양학을 서양 학문과 접목시키는 데 주력했다. 이 또한 그가 서양의 공학을 먼저 배운 후 동양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성과는 컸다. 그는 동양학과 서양 학문을 접목시킨 다수의 저서를 냈다. ‘체질을 알아야 기 펴고 산다’ ‘음양오행으로 풀어본 건강상식 100가지’ ‘동양사상과 서양과학의 접목과 응용’ ‘기와 21세기’ ‘100년의 기상예측’ 등이 그것. 동서양에 두루 통한 그가 아니면 어려운 지적 산물이었다.
그러나 그는 동양학을 공부한 이후 외로움을 많이 느껴왔다. 말이 통하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다. 서양 학문을 공부한 제도권 학자들은 그가 외도를 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편이다. 그나마 그가 한국의 대표적인 대학을 나왔고 미국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한국에서 국립대학 교수를 하고 있는 덕분에 사이비 소리는 안 듣는 게 다행이랄까.
그는 “우리 사회의 지적 사대주의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칼 융 등이 높이 평가하는 동양학을 정작 우리는 비과학적이라고 여기고 있다는 것. 그는 “서양의 위대한 학자가 동양학을 높이 평가한 사례를 들어 동양정신의 위대성을 역설해야 하는 게 작금의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동양과 서양의 학문을 접목해야 인류의 학문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동양의 학문이 체계적 지식을 복원한 후 서양 학문과 융합을 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5년 내공’을 바탕으로 동양학에서 관심 분야를 넓히고 있다. 요즘은 풍수에 대한 책을 집필 중이다. 나라의 큰일을 예측하는 술법인 태을(太乙)도 본격적으로 공부할 생각이다. 동양학의 세계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그는 “워싱턴, LA 같은 곳의 기상을 분석해서 미국에 수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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