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근 창작 한마당/시그림 한마당

회기동에 내리는 안개

만년지기 우근 2007. 8. 12. 08:09

 

 

 

 

 

 

 

 회기동에 내리는 안개

 

                                                         김 정 희

 

문밖 저편엔 누구인가

보이다 사라지고 보이다 없어지는

 

안개 하나 자리잡고 있다

땅으로 숨을쉬고 하늘가에 열려버린 피바다

 

아픔은 진한 가슴보다 더 차갑게 뛰기 시작했다

누가 먼저랄것도 없어

사랑은 안개저편에 자리잡고앉아 눈물만 흘린다

 

흐르는건 시간만이 아니다

새벽에도 잠깨어 뒤척이던 눈

 

밤에도 켜져있는 형광등의 불빛 나의 눈빛

파리한 얼굴에 내려 앉은 지평선의 나래가

 

천천히 천천히

 

나는 간다 나는 숨쉬러 간다

나는 간다 나는 숨지러 간다

 

안개는 저녁에도 아침에도 자욱해서 좋은 나의 벗

안개는 보이지않음을 감추지 않아서 좋은 나의 사랑

 

편파적으로 퇴색해버린 인간들 앞에

가식으로 물들어버린 인간들 뒤로

 

회기동에 내리는 안개는 자욱하게 자리잡아

긴긴잠옷을 갈아 입는다

 

                                   87.2.17

                                                나의 생일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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