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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솔회가 주최한 '세계화 속에서 우리 학문의 중심잡기' 학술회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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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론의 자기 중심잡기' 주제 강연을 하는 김석득 연세대 명예교수. ⓒ 김영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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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세종임금이 훈민정음을 창조한 지 561돌이 되는 날이다. 이날을 맞아 어제(8일) 늦은 1시 서울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외솔회(회장 김석득) 주최로 '세계화 속에서 우리 학문의 중심잡기' 학술발표회가 열렸다.
먼저 김석득 연세대 명예교수가 '이론의 자기 중심잡기'라는 제목으로 주제강연을 했다. 그 뒤 1, 2부로 나눠 모두 7꼭지의 주제발표와 토론이 있었다. 첫 번째로 한국외국어대 철학과 이기상 교수가 '지구화 속 한국 철학의 중심잡기'를 발표했다.
그는 “이제 서양이 중심이 되어 획책하는 합리성 일변도의, 존재 일변도의, 기술과학 일변도의 생활태도와 사유방식의 강요는 종말을 고해야 한다. 이제는 모든 민족 모든 나라의 문화가 저마다 독특한 향기와 빛깔을 지닌 꽃들을 활짝 피워 하나뿐인 지구를 아름답게 수놓는 문화다양성의 시대가 열려야 한다. 이 문화의 세기에 우리는 무엇보다도 잃어버린 우리의 정체성을 되찾아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 자신을 알아야 한다. 우리의 삶과 역사에서 시작되는 학문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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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화 속 한국 철학의 중심잡기' 발표자 이기상(왼쪽)와 토론자 정영근. ⓒ 김영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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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날개이론으로 읽는 우리 말글'의 발표자 정현기(왼쪽)와 토론자 유성호. ⓒ 김영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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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함석헌 선생의 “우리말로 할 수 없는 종교∙철학∙예술∙학문이 있다면 아무리 훌륭해도 그만두시오. 그까짓 것 아니고도 살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에서 글월(문화)이 돋아나오지 못하면 공작의 깃 같은 남의 글월을 가져다 붙였다기로 그것이 우리 것이 될 까닭이 없습니다”라는 외침을 더불어 들려주었다. 토론자로는 상명대학교 정영근 교수가 나섰다.
또 <우리말로 학문하기> 정현기 회장은 '문학의 날개이론으로 읽는 우리 말글'이란 발표에서 “우리는 이렇게 1970년대를 살던 삶 판 문 앞에서 생각을 다시 날려 앞을 보는 날갯짓을 해야 한다. 문학의 글쓰기는 바로 이처럼 나와 너, 너의 나, 그리고 그들의 나됨과 너됨, 그됨을 바르게 알게 하는 기억의 강물로 향한 휘황한 날갯짓이다. 앞으로 열린 날개, 뒤돌아보는 날갯짓 이 모든 것은 오직 문학의 말글 쓰기로 비로소 이루어진다. 자기 글이 없으면 결코 이룰 수 없는 드높은 삶 판 기어오르기가 아닐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이인직으로부터 '발색꾼(첩자) 문학'이 시작되었고 이후 서양 학문을 그대로 베껴오는 사람들은 모두 발색꾼 학문을 한다고 하여 마지막에 종합논평을 한 박영식 전 문교부장관은 스스로 발색꾼이라는 얘기를 해 폭소가 터졌다. 이에는 한양대학교 유성호 교수가 토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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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한 말글 정책과 말글 다듬기 운동'의 발표자 최기호(왼쪽)와 토론자 최용기. ⓒ 김영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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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중들의 관심을 끈 것은 상명대 최기호 교수의 마지막 발제 '남북한 말글 정책과 말글 다듬기 운동'이었다. 그는 남북한 정책의 차이를 말하면서 “현재 나라 곳곳에는 수천억 원씩을 들여 영어마을, 영어도시가 세워지고 마치 영어가 세상을 사는 기준인 것처럼 되고 있다. 이렇게 우리의 말글살이가 영어에 짓눌려 숨이 넘어갈 지경이지만 이에 대한 나라의 정책이 없다”라며 국어정책기관인 국립국어원을 비판했다.
그러자 토론자로 나온 국립국어원 최용기 국어진흥교육부장은 “최 교수의 발표가 학문이 아닌 운동을 얘기하는 듯하다. 정책에 대한 분명한 지적이 모자란다. 또 국립국어원은 한계가 있음에도 열심히 하고 있다. 일부 잘못이 있겠지만 부정적으로만 몰지 말고 학자들과 국민이 도와야 이런 환경을 바로잡을 수 있다”라고 반박했다.
이를 최기호 교수가 다시 받았지만 불꽃 튀는 공방은 시간 관계로 그 선에서 접을 수밖에 없었다. 청중들은 이날 토론 중 가장 흥미진진했다면서 이런 것이 바람직한 토론의 모습인지도 모른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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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족사관과 우리 학문'(위)의 발표자 조광(왼쪽)과 토론자 우실하. '북한 우리말 연구의 성과와 <조선어학전서>'(아래)의 발표자 권재일(왼쪽)과 토론자 김홍범. ⓒ 김영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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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어학의 형성 과정과 국어학 연구의 정체성'(위)의 발표자 임용기(왼쪽)와 토론자 김슬옹. '한국어 통사 현상의 설명'의 발표자 김영희(왼쪽)와 토론자 박종덕. ⓒ 김영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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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민족사관과 우리 학문'이란 주제로 고려대학교 조광 교수가 발제를, 항공대학교 우실하 교수가 토론을 했으며, '북한 우리말 연구의 성과와 <조선어학전서>'란 주제로 서울대학교 권재일 교수가 발제를, 한남대학교 김홍범 교수가 토론을 맡았다.
또 '국어학의 형성 과정과 국어학 연구의 정체성'이란 주제는 연세대학교 임용기 교수가 발제를, 목원대학교 김슬옹 교수가 토론을 했고, '한국어 통사 현상의 설명'은 계명대학교 김영희 교수가 발제를, 건국대학교 박종덕 교수가 토론을 맡았다.
발제와 토론이 모두 끝나고 박영식 전 문교부장관의 종합논평이 이어졌다. 그는 “최기호 교수의 지적대로 우리나라는 지금 영어 광풍이 불고 있다. 영어를 하지 않아도 될 사람들까지 영어에 미쳐있다. 어떤 명문대 교수가 일본 유명대학에 가서 ‘우리 대학은 영어강의가 30%인데 앞으로 50%까지 늘일 생각이다’라고 하자 일본인 교수는 ‘우리는 그럴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생각해보아야 할 대목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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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합 논평을 하는 박영식 전 문교부 장관. ⓒ 김영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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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도 마찬가지인데 지금까지 대학은 철학의 예를 들면 서양철학이 90%고, 동양철학이나 한국철학은 10%에 불과했다. 이런 대학 구조는 앞으로 그 반대로 바뀌어야만 한다. 세계화 바람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우리 것을 명품으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말로 학문하기’도 그 과정의 하나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학술회의를 주최한 외솔회는 외솔 최현배 선생을 기리는 학술단체이다. 청중들은 그런 단체가 선생의 뜻을 잘 받들어 고른 주제와 수준 높은 발제∙토론자들을 선정해 학술회의를 훌륭하게 열어주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학자들은 진지하게 반성했다. 5시간을 갑론을박한 한 학술회의는 무엇이 진정 올바른 학문하기인지, 학문의 중심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를 깊게 모색해 보고 있었다. 이런 시도야말로 학문이 제대로 나라를 이끌어 가는 모습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