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저녁 편지
우근 김 정 희
날마다 그저 그렇게 땜방만 하고 산다
유비도 이런 심정이었을까
살아가면서 아프지 않고 성숙되는건 없다
약속처럼 나는 내 길을 가고 있는가
곰삭이며 칼 바람이 분다
약속을 못지킨건 나일까
아니면 주어진 길에서 이미 헤어져야할 운명일까
잠시 눈을 지그시 감고
말하지 말자
이건 침묵이 아니라 통한이라고 봐야한다
주어진 이 길을 또 걸어가 보자
몇년동안 강태공이 되어야 찾아오는지
아무도 없다
어쩌면 다시 처음이다
그날 저녁편지에는 감뇌해야할
또 내게 안녕을 하고 간다
갈 사람은 분명 가야한다
질척거리는 아쉬움을 내가 끊어야 한다
나는 이제 다시 처음이다
그날 저녁 편지로 나는 아무 아무런
하지 못한채 나를 바라보았다
공허한 소리가 머리에서 날아가 버렸으면 한다
언젠가 이 소리를 풀어 내리라
아무도 없다
그날 저녁 편지만 덩그마니
내 가슴을 풀어 헤치고 눈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만해 그만 이제는 그만 하자
켜져있는 전등을 꺼버리고
자자 그리고 내일이 오겠지
내일 일은 일어나서 다시
처음 다시 시작한다
그날 저녁편지는 평생 간직한다
멍에처럼 명예가되어서
가시관을 쓰는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시작이 오겠지
스멀거리는 시간 앞에서
가기 싫은 발자욱을 남기며
떨어지지 않는 그 길을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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