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근 창작 한마당/시 한마당

어느날 문득

만년지기 우근 2008. 7. 11. 22:06

어느날 문득

                          우근 김  정  희

 

길을 걷다가 문득 떠오른 단어

차창밖으로 보이는 능소화가 흐드러지고

여름은 이제 막 문을 열고 있는데

먼저 달려오는 바람 소리를 들었다

 

인연의 끈을 놓아버리려하면

만남의 끈을 끊어버리려하면

질기게 질리게도 물어오는

무엇인가 거기에 있다

도망치려해도 놓아주지 않는 너는 누구냐

 

여인의 헤진 젖가슴으로도

남아서 보채는 아이가 되고프냐

힘들어지면 아이가 되어서

배고파 울어대면 물리던 가슴이 그리워서

아이가 되어버리는 너는

이제 돌아가서 이제 커지거라 하지만

돌아서면 다시 돌아가버린다

 

어느날 문득

동생에게 젖을 빼앗겨

아빠 젖을 빨았던 아이가

돌아서면 아이가 되고프다

그 눈물 많은 시절로 돌아가서

울어대면 나오는 젖을 만지고 싶다

어느날 문득

흐릿한 아픔 하나가 밀려올때 

돌아가서 다시 돌아가는가

어느날 문득

거기에 서서 나오고 싶지 않다 

꼭꼭 숨어버리고 싶다

어느날 문득

거기에서 편안한 잠을 자고싶다

돌아가서 나오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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