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근 창작 한마당/시 한마당

흐린 날

만년지기 우근 2008. 7. 27. 12:21

흐린 날

                       우근 김  정  희

 

이렇게 날이 궂으면 생각나는 얼굴

생각만해도 생각으로도 모자라서

자신만 이해해 달라고 말하던 사람

적은 마음이 쭈그러져버려

키도 작아지지나 않았을까

 

오늘 이처럼 흐린날

측은지심이 발동해지는 사람 하나

이해하는 마음으로 변하기로 한다

누가 말해야 했나

자신의 티는 티끌이고

자신에게는 용서를 무한히 베풀고

자신은 하없이 이해 보따리로 치장하고

엮어가야할 사람으로 알았을까

 

아니다 이제는 보낸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에 돌을 던지며

파문이 일어나지만 나는 이제 말하지 않는다

이 세상 누구도 자신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흘러 흘러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마음을 사야한다

너울대며 출렁이는 파도덩어리되어

홀로 서있는 바위에게 말하리라

나는 바위가 되리라

큰 바위가 되어 큰파도의 사랑을 삼키고

그 사랑을 위하여 노래 하리라

사랑가를 부르면 파도가 달려와서

처얼썩하고 입마춤해주고

씻겨주고 그리고 더운마음을 시원하게 해주고

밤이되면 달과 별이 친구되어

속삭이고 이슬방울이 내 얼굴을 간지럽히는 바위

나는 그런 바위가 되리라

 

흐린날 어느 흐린날

나그네 하나 찾아와서

긴 기인 한 숨자락 토해내면

말없이 들어주고 바람이 시름을 실어가게 하는

해미가 끼인 날

울어대는 파랑파도에 실어내어

바다를 꿰어버리고

바다를 낚아버리고

나는 바위가 되리라

 

가버린 님이 그리워지는 날

찾아오는 사람 하나 없지만

갈매기가 날아드는 바다에 서서

구름이 날아와서 아프게 건드려도

말없이 서있는 저 소나무처럼

나는 바위가 되리라

눈물 한방울이 떨어져서

파도더미로 변하고

메아리 한소리가 퍼져서

천둥이되고 번개가 치더라도

나는 낙뇌를 보고 있는

바위가 되어서 말없이 바라만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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