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근 창작 한마당/시 한마당

새벽 전화

만년지기 우근 2008. 11. 5. 21:18

새벽 전화

                  우근 김  정  희

 

우리 만남은 첫 대면부터 서로 눈을 떼지 못했다

살아가면서 늘 가장 힘들고 어려울때

그대는 나에게 말했다

눈물도 흘렸다

우리는 만나면 다음 생을 이야기 한다

다음 생에는 나는 남자로 태어날 거야

그대는 말한다

여자로 태어날거라고

 

잠을 자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받았더니 삼성의료원 암쎈타라 한다

어머님의 입원으로 잠을 이룰 수 없는 그대는

전화로 말한다

전화를 끊고나니 잠을 이룰 수 없다

다시 전화를 했다

 

새벽이니까

택시 타고 갈께요

마실거리 준비하고 도착한 병실

어머니께서 눈을 먼저 뜨시고

나를 알아 보신다

이 새벽에 찾아와 주어서 고맙다고 말씀하신다

이번이 마지막 일지도 몰라서

손을 꼭 잡고 나는 말했다

 

나를 기억하시는 걸보니

얼른 일어나셔야 해요

그때서야 부시시 일어나는 그대

가져간 걸 마시고

새벽 공기 마시러 밖으로 나왔다

오랫만에 들른 삼성의료원

새벽 가을을 디카에 담았다

어머니 모습을 담아 달라고 말하는 그대

연습하고 후래쉬를 터트리지 않고

조용히 찍다가 다시 찍으니

후래쉬가 터트려지고 어머니는 잠에서 깨어나셔서

눈을 뜨신다

 

마지막 내가 찍은 사진은

처음이자 마지막 사진이 되리라

그대 팔에 화상자욱 내면서 까지

가슴 아파하는 그대 눈에는 눈물이 핑그르르 맴돌고

아파하지 마세요 너무 아파하지 마세요

돌아오면서 다시 한번 더 생각하는

나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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