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아홉살 자화상
우근 김 정 희
마지막 마흔살을 보내면서
나는 가을에 치마를 입어보기로 했다
어디에서 입을까
진해에서 거제로 가는 카페리호에서
나는 마흔살 마지막 가을 나그네가 되어
비가 내리고 안개자욱한 뱃전에
바람이 날리고 나는 사랑하는 그대에게
가을 편지를 바람에게 띄우고
기다리는가 사랑을 말하고 있는
자화상에게 말한다
사랑은 흐르고 그대에게 전해지고
하늘이 있는데
홀로 홀로라고 일어나는 파도가 말하고
거제도 요트장앞에 황국은 차를 멈추게 했고
나는 거기에서 나의 자화상을 보았다
내세울 거라고는 각선미밖에 없다고 했는데
거울로 바라본 나는 마흔 아홉살
부츠를 신어서 안보인다
차로가서 다시 구두로 갈아 신어서
누구에게 한 약속인가
자신에게 한 가을 약속을 바라본다
렌즈로 바라본 바다는 아름다운데
렌즈로 찍은 황국은 가을인데
렌즈로 나를 바라본 자화상엔
삭발했던 머리는 이제 산만하고
아무리 찍어도 마음에 들지않아
거울이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안다
나는 나를 아직도 이십대라고 생각하고 있고
허리 뱃살은 삐질 삐질 나오며
착각하지마 몸은 할머니로 가고 있다고 아우성을 친다
아니야 여기도 찍어
이슬이로 찐 뱃살이 나를 웃게 하고
속으로 내뱉으며 그래 그래야지
처음처럼 처음처럼
마음만 가져가고 달라진
화상입어 흉터가 남아있는 각선미에게도 웃는다
나는 거울에 비친 자화상에게 말한다
그래도 지친 마음은 아직도 이십대의 눈으로 말한다
그래도 아름다워야 해
알았지
자화상 앞으로 거제도 요트장 바다가 흐르고
나는 안녕 그대도 안녕
마흔 아홉의 자화상도 안녕
겨울이면 맞아야할 오십대가 벌써와서
기둘리고 있다고 한다
갈매기 한마리 날아와서
눈 맞추고 포옹을 해주고
가까이 보이다가 사라진다
갈매기여 안녕
거제도여 안녕
내 마흔 아홉이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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