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알지
우근 김 정 희
오래된 편지처럼 나는 알지
추석도 안내려 가고 유엔데이 날
생신 날도 모른 척 지나면서
내내 마음만 아팠다
결국 항복하는 건 부모
어제 김치와 여러가지 반찬을 들고 오신
아빠의 얼굴을 보니
얼마나 남았을까
밤 열시가 넘어서 한의원원장님께
아빠 치료를 받게 했다
엄마도 둘째 아들도 안중에 없다
가시더라도 안아프고 고통이 없기를 빌었다
오늘 아침까지 이슬이로 채우고
일어나서 다시 한의원을 갔다
얼마나 아프시면 한숨도 못 주무셨을까
얼마나 아프시면 그랬을까
사당의원에 가자고 하신다
맛만나에서 저녁을 드시는 아빠를 보았다
한그릇 다 비우시고
너무 많이 들었나 하신다
차 운전을 하며 아무말은 안했지만
마음에는 눈물 장대비가 내린다
영정 사진은 내가 찍어야겠다
말기 암 환자를 보는 나는 어제 오늘
많이 많이 아프다
맛만나에 내가 먹으려던
봉삼주를 다 드렸다
그래야만 내일도 갈건데
아빠에게 좋은 고기드렸으면 좋겠다
아파도 내색을 하지 않는 아빠
나는 아빠에게 무엇을 해야 하나
할것이나 있나
혹시
나는 태어나 지금까지 아픔만 안겨주지 않았을까
돈이 있으면 무얼 해
건강하게 살다가 가야 하는데
말기가 될때까지
나는 무얼했는지 ---
흑 흑 흑 울어 보아도
아니야 그래서는 안돼
울지 말아야 해
울지 않아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