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근 창작 한마당/시 한마당

나는 알지

만년지기 우근 2008. 11. 24. 01:15

나는 알지

                        우근 김  정  희

 

오래된 편지처럼 나는 알지

추석도 안내려 가고 유엔데이 날

생신 날도 모른 척 지나면서

내내 마음만 아팠다

결국 항복하는 건 부모

어제 김치와 여러가지 반찬을 들고 오신

아빠의 얼굴을 보니

얼마나 남았을까

 

밤 열시가 넘어서 한의원원장님께

아빠 치료를 받게 했다

엄마도 둘째 아들도 안중에 없다

가시더라도 안아프고 고통이 없기를 빌었다

오늘 아침까지 이슬이로 채우고

일어나서 다시 한의원을 갔다

 

얼마나 아프시면 한숨도 못 주무셨을까

얼마나 아프시면 그랬을까

사당의원에 가자고 하신다

맛만나에서 저녁을 드시는 아빠를 보았다

한그릇 다 비우시고

너무 많이 들었나 하신다

 

차 운전을 하며 아무말은 안했지만

마음에는 눈물 장대비가 내린다

영정 사진은 내가 찍어야겠다

말기 암 환자를 보는 나는 어제 오늘

많이 많이 아프다

맛만나에 내가 먹으려던

봉삼주를 다 드렸다

그래야만 내일도 갈건데

아빠에게 좋은 고기드렸으면 좋겠다

아파도 내색을 하지 않는 아빠

나는 아빠에게 무엇을 해야 하나

할것이나 있나

혹시

나는 태어나 지금까지 아픔만 안겨주지 않았을까

돈이 있으면 무얼 해

건강하게 살다가 가야 하는데

말기가 될때까지

나는 무얼했는지 ---

흑 흑 흑 울어 보아도

아니야 그래서는 안돼

울지 말아야 해

울지 않아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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