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허주 김 정 희
나를 바라보면 무엇이 남을까
필터를 하고 쳐다본 나는 남아 있는게 있다면
그건 무엇이라 말하는가
비우고 비우고 또 비워도 남아 있는
공이란
없는게 아니다
공이란
분명히 있었다
채곡 채곡 쌓아둔 상처 보따리가
그대로 그대로 있다
다른 걸 보면서도 내안에 있는 걸
버리지 못하고 있는 나를 보았다
나는 나를 비우지도 않고
꽉 꽉 채워진 배경으로 앉아 있어
더 이상 들어갈 곳이 없다
나를 태양으로 꺼내어 보니
빛 한줄기 내려와 까맣게 태워버리고
어느덧 형체없이 사라져 버리고 만다
81년부터 가져온 내 상처 보따리가 어두움에서
빛에게 흩어져 무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았다
나에게 남아있는 무겁고 무거웠던 보따리가
없어지고 날아 간 그 자리에 써져있는 용서를 보았다
용서란 무엇인가
용서해 보았는가
용서란 이것이다
내가 내 자신을 용서하는 것
마음 그 마음을 아는가
하나 깨달은게 있다면
이미 존재하고 있는 자성을 명경같이
다시 닦아야 한다
마음이 주인 되어서
오늘 한지락 또 한자락
비우고 비워서 제 자리로 돌아가자
연기법도 좋고 평정심도 좋아
보이면 보이는대로
안보이면 마음으로 나를 바라 보아야 한다
마음이 시키는 대로 마음을 바라보고
어쩌면 거기에서 나를 보아야 한다
안될지라도 될때까지 연습하다가
어느날 될때 다시 한꺼풀씩 하나씩
나를 바꾸다 보면 마음이 내게 다가와서
사랑 찾아와 꽃비 내려주는 날
그 마음되어 온 세상 퍼지기를
사랑이라면
그런 사랑을 하고 싶다
그런 그대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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