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치는 소리
허주 김 정 희
따 따 따 탕탕 탕 탕 타 앙
소리가 났다
세번씩이나 인왕산 자락
누군가도 들었겠지
518이 생각났다
그해에도 장대비가 쏟아지는
전남대병원앞 피가 덕지 덕지 붙어 있는
보도블럭에 내렸다
아직 가시지 않는 518의 원혼들이
때리는 소리 같았다
생전 처음으로 들리는 번개치는 소리
잃어버려야 할까
잊어버려야 할까
내내 기억해야 한다
누군가 518에 대해서 써야만 한다
나는 그 현장에 없었지만
남광주역 바로 철길 아래가
우리집이던 시절
그해 여름방학 전대병원에 나있는
총구멍을 보았고
쉬 쉬 쉬하면서도
장대비가 내리면서
번개가 쳤다
나는 번개에게 말했다
여기에 치지말고 인왕산 자락에 때리거라
거기에 소리치거라
그 번개 같은 번개가 아우성을 친다
이래도 살아가야 할까
저들처럼 살아가는 게
잘 살아가는 거야
그래 그렇게 살아가는 게 잘사는 거야
주둥이들 들이대면서
모기같아 보이는 짐승들
그런 세상에도 사람이 있을거야
그렇지 지금은 몰라도 사람
사람이 몇 사람이나 있을까
세어나 보자
번개야 소리쳐 말해봐라
큰 소리로 말해보아
살아있기는 한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