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달
우근 김 정 희
눈을 떠보니
새벽 세시 구름과자 없어서
달동네 골목길 내려가다
하늘을 보니 구름이 내려앉아 있다
달이 방그레 웃고 있다
보름달같이 보이는 달
달동네 보름달
가까이 떠 있어 손을 뻗으면
잡을 것 같아
내 사랑도 그럴까
내 사람도 그럴까
내 인생도 그럴까
구름과자 세개
호주머니에 넣고 달동네 올라보니
역시 그만큼 떠있는 새벽 달
이제 이제는
내가 그렇게 바라던
행복했던 시간에서 점점 멀어져 간다
돈이 없으면 인격도 없어지는
세상으로 다시 돌아가
나는 나를 버리고
가면 하나 덮어쓸까
탈 하나 뒤집어 써 버릴까
인생이란
흐르는 물
고이지 말아야 하는데
썩어지지 않아야 하는데
기스난 안경 너머엔
어떤 세상 기둘리고 있을까
문묘 다니면서
나는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했다
어느 날
갑자기 소나기 쏟아지던 날
우산 하나들고
명륜당 들어서니
우산은 하나인데
필요로 하는 사람 세 사람
내가 쓰고 있는 우산에 한 사람 같이하면 되겠다
들고 있는 우산을 주려하니
머리를 흔든다
그대는
어디에 계셔
누군가 손으로 가르킨 곳
눈으로 따라가 보니
명륜당 앞 두 손 흔들면서
여기에 있어요
소나기 내리는 명륜당 처마 밑에
아이같이 두 손 반짝 반짝이던 그대
나는 명륜당 계단 오르며
비야 비야 내려라
날마다 치마입은 내 모습
상처투성이 각선미도 예뻐 보이는가
상처투성이 내인생은 어때 보이는가
희망근로
희망이란 이런 것
블랙으로 살아가는 지금 이 시간
그래도 지금
나는 너무나 행복하다
머리 끝에서 발끝까지 중
가장 예쁜 다리 엔
상처 투성이지만 예쁜 건
예쁘다
구름과자 먹으며
미소 하나 만들어
스마일해 보면
새벽 달같은 웃음 되려나
우리
웃으며 즐겁게 살다 가요
왔다가 가는 거예요
웃으며 살다가 가요
우리
그렇게 살다가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