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근 창작 한마당/시 한마당

새벽 달

만년지기 우근 2009. 8. 9. 04:30

새벽 달

                 우근 김  정  희

 

눈을 떠보니

새벽 세시 구름과자 없어서

달동네 골목길 내려가다

하늘을 보니 구름이 내려앉아 있다

달이 방그레 웃고 있다

보름달같이 보이는 달

 

달동네 보름달

가까이 떠 있어 손을 뻗으면

잡을 것 같아

내 사랑도 그럴까

내 사람도 그럴까

내 인생도 그럴까

 

구름과자 세개

호주머니에 넣고 달동네 올라보니

역시 그만큼 떠있는 새벽 달

이제 이제는

내가 그렇게 바라던

행복했던 시간에서 점점 멀어져 간다

돈이 없으면 인격도 없어지는

세상으로 다시 돌아가

나는 나를 버리고

가면 하나 덮어쓸까

탈 하나 뒤집어 써 버릴까

인생이란

흐르는 물

고이지 말아야 하는데

썩어지지 않아야 하는데

기스난 안경 너머엔

어떤 세상 기둘리고 있을까

문묘 다니면서

나는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했다

 

어느 날

갑자기 소나기 쏟아지던 날

우산 하나들고

명륜당 들어서니

우산은 하나인데

필요로 하는 사람 세 사람

내가 쓰고 있는 우산에 한 사람 같이하면 되겠다

들고 있는 우산을 주려하니

머리를 흔든다

 

그대는 

어디에 계셔

누군가 손으로 가르킨 곳

눈으로 따라가 보니

명륜당 앞 두 손 흔들면서

여기에 있어요

소나기 내리는 명륜당 처마 밑에

아이같이 두 손 반짝 반짝이던 그대 

나는 명륜당 계단 오르며

비야 비야 내려라

날마다 치마입은 내 모습

상처투성이 각선미도 예뻐 보이는가

상처투성이 내인생은 어때 보이는가

희망근로

희망이란 이런 것

블랙으로 살아가는 지금 이 시간

그래도 지금 

나는 너무나 행복하다

머리 끝에서 발끝까지 중

가장 예쁜 다리 엔 

상처 투성이지만 예쁜 건

예쁘다

구름과자 먹으며

미소 하나 만들어

스마일해 보면

새벽 달같은 웃음 되려나

우리

웃으며 즐겁게 살다 가요

왔다가 가는 거예요

웃으며 살다가 가요

우리

그렇게 살다가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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