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합천]해인사 가을비
우근 김 정 희
그녀는 1979년 대학1년 시절 어느날 오더니 펑펑 울면서 알아 듣지도 못하는 이야기를 남기고 떠났다.
설마 했다.
몇년후 그녀에게 전화가 왔다.
내가 살고 있는 잠실 진주아파트로 왔는데 비구니 모습이다.
그녀가 비구니 모습으로 나타나서 내 마음이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합천 해인사 문중에서 수행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하필이면 왜 거기까지 내려가야 했을까?
고교시절 친구는 지금까지 연락이 끊기지 않는다.
그녀 이야기도 한번 써 보고 싶다.
어쩌면 우리 둘 다 다른 인생을 살면서 가장 아플때면 꼭 나타나서 얼굴을 보고가는 사이라고 해야겠다.
구지 되돌아 보지 않고 싶은 지난날들 일지도 모른다.
바쁘다는 핑계로 인생이 그냥 지나가던가!
어느날 문득 깨어나보니 인생이라는 게 만약 있다면 절대로 서두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경남 합천 해인사는 그렇게 가을이 익어갈 무렵 아픈 장대비가 내린다.
나는 비를 좋아한다.
그것도 장대비가 최고로 좋다.
하지만 그날은 비옷을 먼저 사입고 비때문에 큰 우산 하나도 샀다.
다 카메라 때문이다.
장대비가 내리면 우산을 접어버리고 맞고 다녔던 고교시절이다.
해인사에 가면서 아침에 전화를 했다.
지금까지 전화는 오지 않는다.
일주일전에 통화를 했으니 궁금하지도 않다.
여고시절부터 지천명이 넘어서도 만나고 이야기한다.
그녀는 그녀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이제는 그녀가 말한다.
우리도 이제는 늙었제 ~~~.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살아가자.
그녀는 머리를 깍았다고 나에게 말을 올렸다.
하지만 나는 친구라고 말을 내렸다.
지금은 둘 다 말을 내린다.
나는 처음부터 끝날때까지 말을 내릴거다.
이미 내려져 있지만 ~~~.
나에게 해인사는 그런 추억이 있다.
알고보니 그녀는 해인사에서 더 올라간 비구니 암자가 있는 곳이라고 말했지만
나는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 말은 모르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하니까?
살면서 그냥 넘길 수 없는 이야기를 소설이나 수필로 써보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드는 이 가을에 해인사를 올라가는데 장대비가 내린다.
훌훌 다 던져버리고 비를 흠뻑 맞고 싶다.
천년 대장경에게 묻고 싶다.
너는 그 세월 그 많은 이야기를 어찌 풀고 싶노?
작년 가을 대장경천년축제때 해인사를 두번 다녀갔다.
두번째 오던날도 비가 내렸다.
가을 낙엽이 바람에 떨어지고 비가 내린다.
부처님 상에 앉으면서 무엇을 생각할까?
빨간 우산,분홍우산,고동색우산 웃음 소리가 소리길이 되려고 한다.
큰 나무로 가리니 우산 하나만 보인다.
세상은 이렇게 보이는 만큼만 보이는 걸까?
해인사 입구에는 죽은 나무가 있다.
반대편 죽은 나무에는 사람들이 많아서 오늘은 음양나무라고 명명한 나무에게 가을 인사를 했다.
만추가 무척 아름답다.
빗방울이 점점 더 거세진다.
우산으로 비를 막아야 할까?
가을은 단풍으로 물들여져 활활 타오르는 붉은 단풍 가을비에 더 불탄다.
색동저고리는 가을에 탄생했을지 모르겠다.
단풍이 제 색깔로 가을을 속살거린다.
담장에도 가을이 색깔옷을 입어 오색찬란하다.
누구의 작품이 이렇게 아름다울까.
가을 사랑 하나가 별이되어 가고 있어.
보이는 대로 보이고
가는대로 가라고 하는데 ~~~.
가을빛이 진동을 하니 하늘도 눈물을 흘리나 보다.
가을 편지를 쓴다.
하늘에게 주려고 하는데 누가 받을지 모르겠지만 편지를 쓴다.
떨어진 낙엽만큼 긴 사연을 날려 보내고 싶다.
가을은 올 가을은 이렇게 보낸다.
누군가 다가올거 같은 시간이 흐른다.
가을비 내려도 해인도를 도는 사람들 아이들도 같이 돌고 있다.
우산을 쓰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데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가.
소원성취 다 된다는 해인도를 따라가면 세상사는 다 자신의 것으로 돌아갈거다.
살아생전 성철 스님께서 말씀하셨다고 한다.
이 물은 돈을 내고 마셔라.
어느 피디님께서 취재를 하시는데 성철스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다고 하시면서
나에게 백원짜리 동전 하나를 건넨다.
동전을 기념으로 담고 물을 마시면서 소원 하나를 빌어 본다.
산위를 오르는 구름들이 춤을 춘다.
가을 장대비가 구름에게 춤을 추라고 했을까?
비는 우산으로 가리면 되지만 허허로운 마음은 무엇으로 가려야 하나.
해인사 풍경이 점점 더 고요해진다.
언제보아도 당당한 전나무는 거꾸로 꽂혀진거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해인사에서 가장 귀중한 천년대장경 가는 길.
입구에서 사진 한장을 담아 보겠다고 마음 먹었다.
장대비 내리는데도 관람객들은 만원이다.
가을 장대비를 맞으면서 담아 본다.
부처님을 나누면 무엇이 나올까?
텅 비어 있는데 ~~~.
가을 낙엽만 불타고 있다.
내 카메라에 피카소가 다녀갔을까?
장대비로 빗물을 담고 싶다.
떨어지는 순간을 포착하고 싶다.
비가 내려도 가을은 그 자리에 있다.
올라갈때 모습과 내려올때 모습이 많이 다르다.
해인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풍이다.
내가 느낄때 ~~~.
넘치지 않는 이야기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얼굴같은 거울에도 가을비가 내린다.
해인사
주소 : 경남 합천군 가야면 치인리 10
전화 : 055 - 934 - 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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