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근 창작 한마당/시 한마당

거울 인생.한국2

만년지기 우근 2007. 7. 1. 16:17

                                                  거울 인생

 

                                                                                               김 정 희 

 

바라다 보이는 모양새로 짜여진 나의 영역엔

이미 지나버린 과거는 보이지 않아

어디다가 그 숱한 사연 잠식했기에

실어증환자의 병명보다 맑은 얼굴을 드러내는가

 

하늘이 울어댄다

뚝뚝 두두둑 두두둑 뚝뚝뚝

양철지봉 위로 소리없이 식어가는 불면증

유음으로 다가와 위안감 마저 씻어가 버린다

비소리, 양철소리, 낙수 물 소리에 여름은 익어만 간다.

수면에 취하는 환자의 입술

푸르게 푸르게 살겠노라던 지난밤의 악몽

유월에 가버린 내 첫사랑의 선혈은

기억, 아픈 기억으로 새기며 칠월은 선구자의 모습으로 다가와

흐릿 흐릿한 생김새로 다가온 나의 가슴을 없앴다.

이미 가버린 사랑은 보일 수 없어

새치의 긴 혀로 지성을 토해내야 무얼 하나

닦고 보고 닦고 보아도 너의 얼굴만 존재할 뿐

눈가에 초라하게 투영된 행태로 보아야해

알면서 저지른 업보 되돌아 올 때까지

얼마일까, 살아가야 할 시간이

가식, 가식만으로 호흡해야 하는가.

 

하늘을 향해 조소하고, 조소받던 날

햇살은 나를 지치게 했다. 유월의 한낮

말하지 않는 자 말하고 말하고 싶지 않은 자의 진실을

너는 거울 너는 비출 수 없을까

칠월의 하늘에 누워...

 

                                                                       1988.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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