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인생
김 정 희
바라다 보이는 모양새로 짜여진 나의 영역엔 이미 지나버린 과거는 보이지 않아 어디다가 그 숱한 사연 잠식했기에 실어증환자의 병명보다 맑은 얼굴을 드러내는가
하늘이 울어댄다 뚝뚝 두두둑 두두둑 뚝뚝뚝 양철지봉 위로 소리없이 식어가는 불면증 유음으로 다가와 위안감 마저 씻어가 버린다 비소리, 양철소리, 낙수 물 소리에 여름은 익어만 간다. 수면에 취하는 환자의 입술 푸르게 푸르게 살겠노라던 지난밤의 악몽 유월에 가버린 내 첫사랑의 선혈은 기억, 아픈 기억으로 새기며 칠월은 선구자의 모습으로 다가와 흐릿 흐릿한 생김새로 다가온 나의 가슴을 없앴다. 이미 가버린 사랑은 보일 수 없어 새치의 긴 혀로 지성을 토해내야 무얼 하나 닦고 보고 닦고 보아도 너의 얼굴만 존재할 뿐 눈가에 초라하게 투영된 행태로 보아야해 알면서 저지른 업보 되돌아 올 때까지 얼마일까, 살아가야 할 시간이 가식, 가식만으로 호흡해야 하는가.
하늘을 향해 조소하고, 조소받던 날 햇살은 나를 지치게 했다. 유월의 한낮 말하지 않는 자 말하고 말하고 싶지 않은 자의 진실을 너는 거울 너는 비출 수 없을까 칠월의 하늘에 누워...
1988. 7. 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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