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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東明王篇(동명왕편) - 이규보

만년지기 우근 2007. 8. 26. 19:29

東明王篇(동명왕편) - 李奎報 
동명왕편 
元氣判迍渾(원기판둔혼): 원기가 혼돈함이 나누어지니, 
*元氣: 指天地未分的混一之氣. 
天皇地皇氏(천황지황씨): 천황씨와 지황씨가 생겨났다. 
十三十一頭(십삼십일두): 머리가 열셋 또는 열하나이며, 
體貌多奇異(체모다기이): 몸의 모양도 기이함이 많았다. 
其餘聖帝王(기여성제왕): 그 나머지 여러 성스러운 제왕도, 
亦備載經史(역비재경사): 또한 경서와 사기에 실려 있다. 
女節感大星(여절감대성): 여절은 큰 별을 감응하여, (女節: 女華)
乃生大昊摯(내생대호지): 이에 대호지를 낳았도다.
女樞生顓頊(여추생전욱): 여추는 전욱을 낳았는데, 
亦感瑤光暐(역감요광위): 또한 서광의 빛을 느끼었었다. 
*瑤光: 北斗七星的第七星名. 
伏羲制牲犧(복희제생희): 복희씨는 제사에 쓰는 희생의 제도를 마련했고,
燧人始鑽燧(수인시찬수): 수인씨는 비로소 나무를 비벼 불씨를 만들었다.
生蓂高帝祥(생명고제상): 명협이 난 것은 제요 때의 상서로움이요, 
蓂: 蓂莢. 堯임금 때 조정의 뜰에 난 瑞草의 이름. 
雨粟神農瑞(우속신농서): 곡식이 내린 것은 신농씨 때의 상서로움이다. 
*雨粟: 謂天降粟. 
靑天女媧補(청천여왜보): 푸른 하늘은 여와씨가 기웠고,
洪水大禹理(홍수대우리): 홍수는 하우씨가 다스렸다. 
黃帝將升天(황제장승천): 황제가 장차 하늘에 오르려 할 때,
胡髥龍自至(호염용자지): 수염 많은 용이 스스로 내려왔다. (胡髥: 턱수염) 
太古淳朴時(태고순박시): 태고 시대 순박할 때의,
靈聖難備記(영성난비기): 신령스럽고 성스러운 일 이루다 기록하기 어렵다. 
後世漸澆漓(후세점요리): 후세에 점점 사라져, 
風俗例汰侈(풍속예태치): 풍속이 으레 지나치게 사치해졌다. 
聖人間或生(성인간혹생): 성인이 간혹 나기는 했으나, 
神迹少所示(신적소소시): 신기한 자취는 보이는 바가 적었다. 
漢神雀三年(한신작삼년): 한나라 신작 삼년, 
孟夏斗立巳(맹하두립사): 초여름 두성이 사방을 가리켰다. 
*巳: 陰曆四月. 東南方. 午前9時~11時. 뱀띠. 五行으로는 火. 
海東解慕漱(해동해모수): 해동의 해모수는, 
眞是天之子(진시천지자): 참으로 하늘의 아들이니, 
身乘五龍軌(신승오룡궤): 내려올 때 몸은 다섯 용이 끄는 수레를 타고,
從者百餘人(종자백여인): 수행하는 사람이 백여 명인데,
騎鵠紛襂襹(기곡분삼시): 고니를 타고 깃털옷을 어지러이 날렸다. 
淸樂動鏘洋(청악동장양): 맑은 풍악소리 장장하고 양양하게 울리고
彩雲浮旖旎(채운부의니): 채색 구름 뭉게뭉게 날아 올랐다.
自古受命君(자고수명군): 예로부터 임금으로 명령 받은 이가, 
何是非天賜(하시비천사): 어찌 곧 하늘이 내린 것이 아니리오?
白日下靑冥(백일하청명): 한낮에 푸른 하늘에서 내려옴은, 
從昔所未(종석소미시): 예로부터 보지 못한 바의(신기한) 일이다. 
朝居人世中(조거인세중): 아침에는 인간세상에 살다가,
暮反天宮裡(모반천궁리): 저녁에는 하늘 궁전으로 돌아간다.
吾聞於古人(오문어고인): 내가 옛 사람에게 들으니,
蒼穹之去地(창궁지거지): 하늘에서 땅까지 떨어진 거리가, 
二億萬八千(이억만팔천): 2억 만 8천 7백 80리라고 했다.  
梯棧躡難升(제잔섭난승): 사다리를 밟고 오르기도 어렵고, 
羽翮飛易瘁(우핵비이췌): 깃과 날개로 날아도 쉽게 지친다.
朝夕恣升降(조석자승강): 이침과 저녁으로 마음대로 오르내리다니,
此理復何爾(차리부하이): 이 이치를 다시 어떻게 이해하리오?
城北有靑河(성북유청하): 성 북쪽에 푸른 하천이 있는데, 
河伯三女美(하백삼녀미): 하백의 세 딸이 아름다웠다. 
擘出鴨頭波(벽출압두파): 압록강 물결을 헤치고 나와, 
往遊熊心(왕유웅심사): 웅심 물가에 가서 놀았다네.
鏘琅佩玉鳴(장랑패옥명): 쟁그랑 쟁그랑 패옥이 울리고, 
綽約顔花媚(작약안화미): 얌전하고 얼굴이 꽃처럼 예뻤다. 
初疑漢濱(초의한고빈): 처음에는 한고의 물가로 의심하고, 
復想洛水沚(부상락수지): 다시 낙수의 모래톱으로 생각했네. 
王因出獵見(왕인출렵견): 왕이 나가 사냥하다가 보고, 
目送頗留意(목송파류의): 날마다 자못 마음을 주었네. 
茲非悅紛華(자비열분화): 이는 화려함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誠急生繼嗣(성급생계사): 뒤 이를 자식 낳는 것이 참으로 급했네. 
三女見君來(삼녀견군래): 세 여자는 임금이 오는 것을 보고, 
入水尋相避(입수심상피): 물속으로 들어 서로 피하였네. 
擬將作宮殿(의장작궁전): 임금은 장차 궁전을 지어,  
潛候同來戱(잠후동래희): 숨어서 같이 와 노는 것을 망보려 하였다.
馬撾一畫地(마과일화지): 말채찍으로 한 번 땅에 그으니,
銅室欻然峙(동실훌연치): 구리로 지은 집이 홀연히 솟아났다. 
錦席鋪絢明(금석포현명): 비단 자리를 눈부시게 펴고, 
金罇置淳旨(금준치순지): 금 술잔에 맛 있는 술을 따라놓았다. 
蹁躚果自入(편선과자입): 과연 스스로 사뿐히 돌아 들어와, 
對酌還徑醉(대작환경취): 마주 보며 술 마시다 곧 취하였다. 
王時出橫遮(왕시출횡차): 이 때 왕이 나와 가로 막으니, 
驚走僅顚躓(경주근전지): 놀라 달아나다 조금 걸려 넘어졌다. 
長女曰柳花(장녀왈유화): 맏 딸을 유화라고 하는데, 
是爲王所止(시위왕소지): 이분이 왕에게 잡힌바 되었다네.
河伯大怒嗔(하백대노진): 하백이 크게 노하여,
遣使急且駛(견사급차사): 사자를 보내어 급히 달려가, 
告云渠何人(고운거하인): 이르기를, '너는 어떤 사람이기에,
乃敢放輕肆(내감방경사): 감히 이리도 경박하고 방자한가?'라고 하니, 
報云天帝子(보운천제자): 대답하기를, '나는 천제의 아들이니, 
高族請相累(고족청상루): 높은 집안이니 서로 혼인맺기를 청한다.'라 하고,
指天降龍馭(지천강룡어): 하늘을 가리키니 용수레가 내려와, 
徑到海宮邃(경도해궁수): 수레를 타고 곧장 바다궁궐 깊숙이 이르렀다. 
河伯乃謂王(하백내위왕): 하백이 곧 왕에게 이르기를, 
婚姻是大事(혼인시대사): '혼인은 곧 큰 일이어서, 
媒贄有通法(매지유통법): 중매와 폐백에 정한 법이 있거늘,
胡奈得自恣(호내득자자): 어찌 이토록 스스로 방자한가? 
君是上帝胤(군시상제윤): 그대가 상제의 아들이라면, 
神變請可試(신변청가시): 신통한 변화를 시험해 보세.'라고 하니, 
漣漪碧波中(연의벽파중): 넘실대는 푸른 물결 속에, 
河伯化作鯉(하백화작리): 하백이 화하여 잉어로 되니, 
王尋變爲獺(왕심변위달): 왕이 이윽고 변하여 수달이 되어, 
立捕不待跬(입포불대규): 서서 몇 걸음 기다리지 않아 잡았다. 
又復生兩翼(우부생양익): 또 하백이 두 날개를 돋게하여, 
翩然化爲雉(편연화위치): 날개를 펄럭이며 화하여 꿩이 되니,
王又化神鷹(왕우화신응): 왕은 또 신령스러운 매로 화하여, 
搏擊何大鷙(박격하대지): 후려치는 것이 어찌 그리 매서운고? 
彼爲鹿而走(피위록이주): 저 편이 사슴이 되어 달아나면, 
我爲豺而(아위시이추): 이 편은 승냥이로 되어 쫓았다. 
河伯知有神(하백지유신): 하백은 왕에게 신성이 있음을 알고, 
置酒相燕喜(치주상연희): 술을 내어 서로 잔치하며 기뻐했다. 
伺醉載革輿(사취재혁여): 취한 틈을 살펴 가죽 수레에 태워,
幷置女於(병치여어의): 딸도 수레 옆 자리에 함께 태웠다. 
意令與其女(의영여기녀): 그 의도는 그 딸과 함께,
天上同騰轡(천상동등비): 천상에 함께 오르게 하고자 함이었다. 
其車未出水(기거미출수): 그 수레가 미처 물을 빠져나오지도 않아, 
酒醒忽驚起(주성홀경기): 왕은 술에서 깨어 홀연히 놀라 일어나, 
取女黃金釵(취녀황금차): 여자의 황금 비녀를 빼어, 
刺革從竅出(자혁종규출): 가죽을 찔러 구멍으로 나와, 
獨乘赤霄上(독승적소상): 혼자 붉은 하늘을 타고 올라가, 
寂寞不廻騎(적막불회기): 기별 하나 없이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河伯責厥女(하백책궐녀): 하백이 그 딸을 책망하여, 
挽吻三尺? (만문삼척? ): 입술을 잡아당겨 석자나 늘여놓고, 
乃貶優渤中(내폄우발중): 곧 우발수 가운데로 추방하고, 
唯與婢僕二(유여비복이): 오직 여종 두 사람만 남겨 주었다. 
漁師觀波中(어사관파중): 어부가 물결 속을 보니,
奇獸行駓騱(기수행비혜): 이상한 짐승이 돌아다녀,
乃告王金蛙(내고왕금와): 이에 왕 금와에게 알렸다. 
鐵網投湀湀(철망투규규): 어부는 깊이 쇠 그물을 던져,
引得坐石女(인득좌석녀): 돌에 앉아있는 여자를 끌어당겨 얻으니,  
姿貌甚堪畏(자모심감외): 그 용모가 너무 무서웠다. 
唇長不能言(진장불능언): 입술이 길어 말을 못하므로, 
三截乃啓齒(삼절내계치): 세 번을 자르니 이에 이가 열렸다. 
王知慕漱妃(왕지모수비): 왕이 해모수의 비인 것을 알고, 
仍以別宮置(잉이별궁치): 이에 따로 방을 정하여 주었다. 
懷日生朱蒙(회일생주몽): 해를 품고 주몽을 낳았나니, 
是歲歲在癸(시세세재계): 이 해가 계해년이었다. 
骨表諒最奇(골표량최기): 골상이 참으로 기이하고, 
啼聲亦甚偉(제성역심위): 울음소리 또한 심히 컸다. 
初生卵如升(초생란여승): 처음에는 알을 낳았는데 되만큼 커서,  
觀者皆驚悸(관자개경계): 보는 사람들이 모두 놀라 떨었다. 
王以爲不祥(왕이위불상): 왕이 상서롭지 못하다고 여기고, 
此豈人之類(차기인지류): '이것이 어찌 사람의 씨인가?'라고 하였다.  
置之馬牧中(치지마목중): 이를 마굿간에 버려두어도, 
群馬皆不履(군마개불리): 여러 말들이 모두 밟지 않았고,  
棄之深山中(기지심산중): 깊은 산 속에 버려두어도,  
百獸皆擁衛(백수개옹위): 온갖 짐승들이 다 지켜주었다. 
母姑擧而養(모고거이양): 어머니가 들고서 기르니, 
經月言語始(경월언어시): 한 달이 지나 말을 시작했다. 
自言蠅目(자언승참목): 스스로 말하기를, '파리가 눈을 빨아, 
臥不能安睡(와불능안수): 누워있어도 편안히 잘 수 없다.'라 하였다. 
母爲作弓矢(모위작궁시): 어머니가 활과 화살을 만들어주니, 
其弓不虛掎(기궁불허기): 그 활을 헛되이 당기지 않았다. 
年至漸長大(연지점장대): 나이가 점점 장대함에 이르니, 
才能日漸備(재능일점비): 재주가 능히 날마다 점차 갖춰졌다. 
扶余王太子(부여왕태자): 부여왕의 태자가, 
其心生妬忌(기심생투기): 그의 마음에 시기심이 생겨,
乃言朱蒙者(내언주몽자): 이에 말하기를, '주몽이란 자,
此必非常士(차필비상사): 이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若不早自圖(약불조자도): 만약 일찍 스스로 도모하지 않으면,
其患誠未已(기환성미이): 그 근심이 진실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라 했다. 
王令往牧馬(왕령왕목마): 왕의 명령으로 가서 말을 기르게 했으니, 
欲以試厥志(욕이시궐지): 그 뜻을 시험하려 함이었네. 
自思天之孫(자사천지손): 스스로 생각하니, 천제의 손자로, 
厮牧良可恥(시목량가치): 마굿간에서 말을 기르니 참으로 부끄럽다. 
捫心常竊道(문심상절도): 가슴을 어루만지며 항상 말하기를,
吾生不如死(오생불여사): '내 삶은 죽는 것만 못하다. 
意將往南土(의장왕남토): 뜻은 장차 남쪽 땅으로 가서, 
立國立城市(입국입성시): 나라도 세우고 성읍도 세우고 싶으나, 
爲緣慈母在(위연자모재): 인자한 어머니께서 계시기 때문에,
離別誠未易(이별성미이): 이별이 참으로 쉽지가 않다.'라 했다. 
其母聞此言(기모문차언): 그 어머니 이 말을 듣고, 
潛然抆淸漏(잠연문청루): 주르르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汝幸勿爲念(여행물위염): '너는 행여 내 염려는 하지 말라.
我亦常痛痞(아역상통비): 나 또한 항상 마음 아팠다.
士之涉長途(사지섭장도): 사나이가 먼 길을 떠남에,  
須必憑騄(수필빙록이): 반드시 좋은 말이 있어야 하니라.'고 하고, 
相將往馬間(상장왕마간): 함께 마굿간에 가서,
卽以長鞭捶(즉이장편추): 곧 긴 채찍으로 말을 치니, 
馬皆突走(군마개돌주): 여러 말들이 갑자기 다 달아났다. 
一馬騂色斐(일마성색비): 그 중 한 마리 말 붉은 털빛이 빛나는데, 
跳過二丈欄(도과이장란): 두 길이나 되는 난간을 뛰어 넘어, 
始覺是駿驥(시각시준기): 비로소 이 말이 준마인 것을 알았다. 
潛以針刺舌(잠이침자설): 몰래 바늘을 말의 혀에 꽂으니, 
酸痛不受飼(산통불수사): 몹시 아파 먹이를 먹지 못하였다. 
不日形甚癯(불일형심구): 며칠이 못되어 몸이 심히 야위었고, 
却與駑駘似(각여노태사): 그래서 도리어 가장 둔한 말 같았다. 
爾後王巡觀(이후왕순관): 그 뒤에 왕이 둘러보고, 
予馬此卽是(여마차즉시): 말을 내준 것이 곧 이 말이었다. 
得之始抽針(득지시추침): 얻고서 비로소 바늘을 뽑고, 
日夜屢加餧(일야루가위): 밤낮으로 여러 차례 먹이를 더 먹였다. 
暗結三賢友(암결삼현우): 몰래 세 어진 친구를 맺으니, 
其人共多智(기인공다지): 그 사람들은 모두 지혜로웠다. 
南行至淹滯(남행지엄체): 남으로 가 엄체수에 이르러, 
欲渡無舟艤(욕도무주의): 건너려 하니 건널 배가 없었다. 
秉策指彼蒼(병책지피창): 채찍을 잡고 저 푸른 하늘을 가리키며, 
慨然發長喟(개연발장위): 개연히 긴 한숨을 쉬며, 
天孫河伯甥(천손하백생): '천제의 손자 하백의 외손이, 
避難至於此(피난지어차): 어려움을 피하여 이곳에 이르렀습니다. 
哀哀孤子心(애애고자심): 고아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天地其忍棄(천지기인기): 천지신령께서 차마 버리겠습니까?'라 하고,
操弓打河水(조궁타하수): 활을 잡아 강물을 치니,
魚鼈騈首尾(어별변수미): 고기와 자라들이 머리와 꼬리를 나란히 하여,
屹然成橋梯(흘연성교제): 높다랗게 다리를 만드니, 
始乃得渡矣(시내득도의): 비로소 곧 건널 수 있었다. 
俄爾追兵至(아이추병지): 잠시 후에 쫓는 군사들이 다다랐고, 
上橋橋旋圮(상교교선비): 그들이 다리에 오르니 다리가 무너졌다. 
雙鳩含麥飛(쌍구함맥비): 한 쌍의 비둘기가 보리를 물고 날아,
來作神母使(래작신모사): 어머니의 사자가 되어 날아왔다. 
形勝開王都(형승개왕도): 경치 좋은 곳에 왕도를 여니, 
山川鬱巋(산천울죄귀): 산천이 울창하고 우뚝하였다. 
自坐茀上(자좌불체상): 스스로 풀자리 위에 앉아, 
*茀: 茅. 풀띠를 묶어서 尊卑의 席次를 標示하여 세운 것.
略定君臣位(약정군신위): 대략 군신의 자리를 정하였다. 
咄哉沸流王(돌재비류왕): 아, 비류왕이여! 
何奈不自揆(하내불자규): 어찌 스스로 헤아리지 못하여, 
苦矜仙人後(고긍선인후): 선인의 후손인 것만 애써 자랑하고, 
未識帝孫貴(미식제손귀): 천제의 손자가 귀중함은 알지 못하였는가? 
徒欲爲附庸(도욕위부용): 한갓 부용국으로 삼으려고만 하고, 
*附庸: 天子에 直屬하지 못한 諸侯에 附屬한 작은 나라. 
出語不愼(출어불신사): 말을 냄에 조심하지 않았다.   
未中畫鹿臍(미중화록제): 사슴의 배꼽 그림을 맞추지도 못하고,
驚我倒玉指(경아도옥지): 우리 왕이 옥지환을 맞추어 깨뜨리니 놀라는구나.
來觀鼓角變(래관고각변): 군중 북과 뿔피리가 바뀐 것을 와서 보고도, 
不敢稱我器(불감칭아기): 감히 우리 것이라고 말하지 못했다. 
來觀屋柱故(래관옥주고): 집의 기둥이 오래 묵은 것을 와서 보고,
咋舌還自愧(사설환자괴): 혀를 깨물고 도리어 스스로 부끄러워했다. 
東明西狩時(동명서수시): 동명왕이 서쪽으로 순수할 때, 
偶獲雪色麂(우획설색궤): 우연히 눈같이 흰 고라니를 잡았다. 
倒懸蟹原上(도현해원상): 혜원 위에 거꾸로 매달고,
敢自呪而謂(감자주이위): 감히 스스로 저주하여 이르기를,
天不雨沸流(천불우비류): '하늘이 비류으 땅에 비를 내려, 
漂沒其都鄙(표몰기도비): 그 도성과 변두리를 가라앉히지 않으면, 
我固不汝放(아고불여방): 나는 결코 너를 놓아주지 않으리니,
汝可助我(여가조아치): 너는 내 분한 마음을 도와다오.' 하니,
鹿鳴聲甚哀(녹명성심애): 사슴의 울음소리 심히 슬퍼, 
上徹天之耳(상철천지이): 위로 천제의 귀에 통했다. 
霖雨注七日(림우주칠일): 장마 비가 이레를 퍼부어,  
霈若傾淮泗(패약경회사): 콸콸 회수와 사수를 기울여 쏟은 듯하니,
松讓甚憂懼(송양심우구): 비류왕 송양이 심히 근심하고 두려워하여,
沿流謾橫葦(연류만횡위): 흐르는 물 따라 헛되이 갈대밧줄을 가로대게 하였다.  
士民競來攀(사민경래반): 관리와 백성들이 다투어 와 줄을 당겨보았으나, 
流汗相諤(류한상악이) :땀 흘리며 서로 소리치고 쳐다보기만 하였다. 
東明卽以鞭(동명즉이편): 동명왕이 곧 채찍을 써서, 
畫水水停沸(화수수정불): 물에 그으니 물이 용솟음치던 것이 멈추었다. 
松讓擧國降(송양거국항): 송양이 나라를 들어 항복하고, 
是後莫予訾(시후막여자): 이 후로는 헐뜯지 못하였다. 
玄雲鶻嶺(현운멱골령): 검은 구름이 송골매 고개를 덮어,
不見山邐迤(불견산리이): 산이 연하여 뻗힌 것이 보이지 않았다. 
有人數千許(유인수천호): 수 천 명 사람의 소리가 들려왔으니, (許: 이영차호)
斲木聲髣髴(착목성방불): 나무 찍는 소리와 비슷했다. 
王曰天爲我(왕왈천위아): 왕이 말하기를, '하늘이 나를 위하여,
築城於其趾(축성어기지): 그 터에 성을 짓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忽然雲霧散(홀연운무산): 홀연히 구름과 안개가 흩어지니, 
宮闕高纍嵬(궁궐고루외): 궁궐이 높이 우뚝 층층이 솟았다. 
在位十九年(재위십구년): 왕위에 있은 지 19년 만에,  
升天不下莅(승천불하리): 하늘로 올라가 내려와 임하지 않았다. 
俶儻有奇節(척당유기절): 뜻이 크고 기이한 절개가 있는, 
*俶儻: 뜻이 크고 재주가 뛰어남. 拔群함. 
元子曰類利(원자왈류리): 맏 아들을 유리라 일렀다. 
得劒繼父位(득검계부위): 칼을 얻어 부왕의 자리를 이었고, 
塞盆止人(색분지인리): 물동이 구멍을 매꿔 사람들의 꾸짖음을 그치게 했다. 
我性本質木(아성본질목): 내 성품이 본시 진실하고 소박하여, 
*質木: 質樸. 質朴. 꾸밈새 없이 순박함. 
性不喜奇詭(성불희기궤): 기이하고 괴상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初看東明事(초간동명사): 처음에 동명왕의 일을 보고, 
疑幻又疑鬼(의환우의귀): 요술인가 귀신인가 의심하였으나, 
徐徐漸相涉(서서점상섭): 천천히 조금씩 섭렵해보니, 
變化難擬議(변화난의의): 변화가 추측하고 의논하기 어려웠다. 
況是直筆文(황시직필문): 하물며 직필로 쓴 글에 있어서, 
*直筆: 事實대로 記錄하는 일. 
一字無虛字(일자무허자): 한 글자도 헛된 자가 없었다. 
神哉又神哉(신재우신재): 신기하고도 또 신기하다! 
萬世之所韙(만세지소위): 만세에 옳은 바의 일이다. 
因思草創君(인사초창군): 이로 인하여 생각컨대, 창업하는 임금이, 
非聖卽何以(비성즉하이): 성스럽지 않으면 어찌 나라를 이루겠는가? 
劉媼息大澤(류온식대택): 유씨의 어미가 큰 못에서 쉬다가, 
遇神於夢寐(우신어몽매): 꿈 속에서 신을 만났다. 
雷電塞晦暝(뇌전색회명): 우뢰 번개에 천지가 막힌 듯 캄캄한데, 
蛟龍盤怪傀(교룡반괴괴): 교룡이 괴상하고 큰 것에 서리어 있었다. 
因之卽有娠(인지즉유신): 인하여 곧 임신하여,
乃生聖劉季(내생성유계): 이에 신성한 유계를 낳았다. 
是惟赤帝子(시유적제자): 이것이 적제의 아들이니, 
*赤帝子: 漢나라 高祖 劉邦을 일컬음. 字는 劉季. 
其興多殊祚(기흥다수조): 그가 일어남에 특별한 복스러운 징조가 많았다. 
世祖始生時(세조시생시): 세조가 처음 날 때에, 
滿室光炳煒(만실광병위): 집안에 가득 빛이 밝고 성했다. 
自應赤伏符(자응적복부): 스스로 적복부에 응하여, 
掃除黃巾僞(소제황건위): 황건적을 쓸어버렸다. 
自古帝王興(자고제왕흥): 예로부터 제왕이 일어나려면, 
徵瑞紛蔚蔚(징서분울울): 많은 징조와 상서로운 일이 무성했다. 
末嗣多怠荒(말사다태황): 마지막 자손이 많이 게으르고 거칠어, 
共絶先王祀(공절선왕사): 모두 선왕의 제사를 끊어지게 했다. 
乃知守城君(내지수성군): 이제야 알겠노라, 수성의 임금은, 
集蓼戒小毖(집료계소비): 어려운 땅에 처하여 작은 일에 조심하고, 
守位以寬仁(수위이관인): 왕위를 너그럽고 어진 마음으로 지키고, 
化民由禮義(화민유례의): 백성을 예와 의로써 교화한다. 
永永傳子孫(영영전자손): 영원토록 자손에게 전하여,  
御國多年紀(어국다년기): 많은 세월동안 나라를 통치한다. 
출처 : 무지의 집
글쓴이 : 무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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