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한글 창제원리를 아시나요?
[서평] ≪한글 창제원리와 옛글자 살려 쓰기≫, 반재원∙허정윤
▲ 한글 창제원리와 옛글자 살려 쓰기 책 표지 | |
ⓒ 도서출판 역락 |
지난 7월 중국 연변에서 열린 ‘07다종언어정보처리국제학술대회’에서는 중국 운남성 소수민족인 지노족
에게 한글을 기초로 하여 글자를 만들어주기로 합의를 했다. 그뿐만 아니라 아시아, 아프리카 등 글자가 없는 민족에게 글자를 만들어주려는 단체들도 여럿 있다.
그런 노력은 글자가 없는 민족에게 글자를 만들어주는 데는 한글이 가장 적합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전 세계 언어를 적절하게 표현하려면 지금 쓰는 24자만이 아닌 훈민정음 창제 당시처럼 28자를 살려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훈민정연구소 반재원 소장도 그 가운데 하나인데 이번에 그는 도서출판 역락(대표 이대현)을 통해서 ≪한글 창제원리와 옛글자 살려 쓰기≫란 이름의 책을 허정윤 씨와 공저로 펴냈다. 반재원 소장은 훈민정음을 30여 년 동안이나 연구한 사람이지만 전문학자가 아니라는 까닭으로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해왔다.
그러나 이 책을 읽어보면 그동안 학계에서 밝혀내지 못한 것들이 그의 노력으로 빛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 러시아어 외국어 표기의 예 ⓒ 반제원 | |
먼저 책에서는 한글 국제 공용화의 선결과제로 옛글자들을 살려 써야 한다고 밝히면서 그 까닭을 설득력 있는 논리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없어진 네 글자의 음가를 명확하게 규명한다. 그를 통해 그는 몽골어, 중국어, 일본어, 영어, 러시아어, 프랑스어, 독일어, 힌디어, 베트남어의 발음 표기 사례를 들기도 한다. 이는 그의 각고의 노력 덕분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 책은 거기에 더해 훈민정음 바탕이론이 천문학이었음을 조목조목 분석한다. 한글 28자는 천문도의 28 별자리에서 기원했다는 것이다. 또 책은 아히루(신대) 문자가 훈민정음의 아버지 문자라고 주장하기도 하며, 훈민정음은 가림다(가림다)문을 베낀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들이 사실이 아님을 규명하고 있다.
거기에 더하여 책은 태극과 음양오행 그리고 천부경이 훈민정음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도 소상히 밝혀낸다. 또 훈민정음 해례본 전문을 쉽게 풀이해주며, 훈민정음 해례본∙훈민정음 언해본∙세종실록 훈민정음 등의 영인본을 실어 책의 가치를 높여주고 있다.
▲ 정음 28자 천문 방각도 ⓒ 반제원 | |
이 책에도 물론 옥에 티는 있다. 훈민정음 원본의 출처에 다양한 학설이 있는데 최근 새롭게 밝혀진 사실 곧 안동 긍구당가에서 이용준이 장인의 책을 유출했다는 내용은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예전에 알려졌던 학설만 소개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었으며, 천문학과 천부경 얘기에 어려운 낱말을 그대로 써서 이해가 쉽지 않았던 점도 조금은 섭섭했다.
하지만, 이처럼 훈민정음 창제이론을 명쾌하게 밝히고, 없어진 네 글자의 음가를 분명하게 확인해준 것만으로도 대단한 값어치가 이 책에는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립국어원 이상규 원장은 추천사를 통해 그가 쓴 책에 대해 이렇게 칭찬한다.
“학계에서는 이미 한글 창제에 대한 원리가 의문 없이 다 밝혀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어 보면 그것은 큰 착각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옛글자의 음가 복원, 한글의 국제 공용화, 그리고 문자가 없는 많은 소수 민족에게 글자를 만들어줄 수 있는 바탕이론이 될 외국어 표기 활용 예와 더불어 여기에 밝혀 놓은 한글창제 원리는 여태까지 논의되지 않았던 부분임을 알 수 있다.”
그러면서 이상규 원장은 이번에 이 책을 통해서 밝혀지는 훈민정음 창제 이론이 세계 석학들이 이구동성으로 극찬하여 마지않는 한글의 위상을 한 단계 더 높여줄 것이라고 단언했다.
▲ 훈민정음 언해본 영인 ⓒ 반제원 | |
또 한국어정보학회 진용옥 회장은 한국어정보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한글의 국제 공용화를 위하여 정음 4글자의 음가를 복원하여 컴퓨터 자판에 살려 넣자는 제의가 만장일치로 결의되었는데, 이는 반 소장의 제안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하며, 반소장을 진정한 문화를 낚는 어부라고 손뼉을 쳤다. 이밖에 북한 교육성 교육정보센터 리수락 소장과 중국 소흥 월수외국어대학 류은종 부학장 등도 이 책을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있다.
내일 10월 9일은 훈민정음이 창제된 지 561돌을 맞는 한글날이다. 이 한글날을 맞아 한글의 큰 혜택을 누리는 우리는 적어도 한글이 어떻게 창제되었는지 공부해보아야 할 일이 아닐까?
옛글자들을 살려 써야 한글 국제 공용화가 가능하다.
- 훈민정음 연구에 매달린 계기와 그 까닭이 무엇인가? “원래 동양 철학에 흥미가 있어 동양 철학을 전공하려 했으나 부모의 만류와 본인의 용기 부족으로 이루지 못하였다. 후에 대학원 동양철학과로의 진학을 위해서는 우선 한문 실력을 쌓는 것이 먼저라고 하여 사서(四書)를 공부하던 중 우연히 훈민정음이 역학(易學)에서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연구를 시작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올해로 28년째가 되었다.
훈민정음 연구를 하게 된 동기를 한마디로 요약하라면 ‘내 팔자’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 연구를 하는 동안 힘들어 다 집어치우고 탈출하려고 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세종임금이 꿈에 나타나서 음가를 짚어준 것이 2번 있었고, 연구에 고비를 맞을 때에도 암시 같은 것을 준 적이 몇 번 있었기에 오늘의 책이 나올 수 있었다.”
- 어떤 이는 더 많은 글자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글의 국제 공용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24자는 말하자면 국내용이고 우리말의 사투리나 의성어를 표기하려면 없어진 4글자를 포함한 옛글자들을 살려 써야 하며, 또 그래야만 외국어 발음을 제대로 표기할 수 있는 한글 국제 공용화가 가능하다고 본다. 그것이 자기네 고유 글자가 없어서 남의 글자를 빌려 쓰는 글자 없는 소수민족에게 우선 적용될 수 있는 조건이며, 그들이 원한다면 옛글자를 살려 쓴 한글이 희소식이 될 것이다.
세종이 창제한 28자로 모든 외국어 표기가 거의 100% 가능하다. 그런데도 28자 이외에 또 다른 자기만의 얄궂은 글자를 만드는 것은 창제 기원을 연구해보지 않아서 그렇다. 세종이 이미 적지 못할 것이 없는 천상의 악보를 만들어 놓았는데도 또 다른 자기만의 악보를 만드는 것은 자신의 총명이 세종을 능가한다는 오만일 뿐이다. 또 뒤집어 말하면 한글로는 세상에 적지 못하는 소리가 아직 많다는 역설적인 표현밖에 안 된다.”
- 이 책에는 아홉 나라의 발음표기 사례가 나와 있다.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어떻게 할 수 있었나? “전문 회화 강사들의 발음지도를 받았으며 몽고어는 학원이 없어서 유학 온 학생에게 공부했고 중국어와 러시아어는 현지 학술 발표회에 참가하여 조언을 받기도 하였다. 힌두어도 국내에 학원이 없어서 1개월간 인도 여행을 하면서 정리하였고 우루드어는 인도의 젊은 사람 중에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어려움이 많았다. 독일어나 불어 일본어 등은 그 나라 문화원을 찾아다니며 도움을 받았으며 또 각종 여행 회화책을 참고하였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 다소 부족하게 표현되었을 수가 있다. 더 정확한 표기는 다음 기회에 보완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우리 옛글자의 기능 때문이 아니라 발음을 하는 이와 또 듣고 받아 적는 이와의 미묘한 차이 때문이다. 말하는 사람마다 발음이 같지 않았고 듣는 사람에 따라 음가를 서로 다르게 알아듣기도 했기 때문이다. 지금 15개국어 정도의 언어를 표기한 책이 곧 나올 예정이다. 외국어 표기 시도에 대한 좋은 선례가 될 것이다.”
- 훈민정음 창제원리 등 이 책에 있는 내용이 더는 밝힐 것이 없을 만큼 완벽한 것인가? “창제 원리 각론에 대해서는 더는 덧붙일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다만 이와 별도로 살펴볼 것은 사성(四聲) 연구부분으로 아직은 미진하다고 보아야 한다. 여기서 한 마디 보탠다면 창제원리를 잘 이용할 때 건강을 지키는 방법과 본성을 깨닫는 도구 등으로 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 혹 어떤 이는 세종 당시의 신미대사가 훈민정음 창안자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에 대한 견해는? “어떤 이는 신미대사가 만든 것을 세종의 이름으로 반포하였다든지, 최항이 만든 것을 세종이 반포하였다고 말한다. 또 ‘자방고전(字倣古篆)’이라는 문장을 보고 창제가 아닌 모방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신미대사는 유학과 불경과 범어에 밝은 인물이었다. 따라서 이런저런 조언을 하였을 수는 있다. 그러나 창제원리를 연구하면 할수록 처음부터 끝까지 이론적으로 하나의 흐트러짐도 없이 질서정연하고 일목요연함을 볼 때 세종이 홀로 창제에 몰두하여 이루어낸 단독작품임은 의심할 나위가 없다.
더구나 어떤 이는 ‘세종이 여자를 좋아하여 18남 4녀나 낳았고 성병(임질)까지 있었는데 언제 그런 일을 할 틈이 있었는가’하고 우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로는 그때의 ‘임질’이 요즘의 성병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담석증을 일컫는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또 그만큼 정력이 왕성하였기 때문에 그러한 큰 업적을 이룰 수 있었지 않았을까? 그런 이야기는 창제원리를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용감한 말일 뿐이다. 따라서 이런 유언비어는 이제는 정말 사라져야 한다.”
- 지은이는 연구의 후속 조치를 국가기관이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게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나? “가능하지 못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 국가 연구기관에서는 예산 한 푼 들이지 않았는데도 민간이 이만큼 밝혀 놓았으니 앞으로 이 연구내용을 검증해 본 후 잘못이 없다면 이를 인정하고 정설로 받아들여야 하며, 학계에서는 더욱 다듬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으로 본다. 이제부터는 국가에서 이 일을 감당하기 바란다.”
- 앞으로 연구할 과제는 무엇이 있는가? “물론 한글 국제 공용화 작업이다. 그러려면 외국어 발음 표기에 필요한 옛글자의 음가 규명과 나라마다 그 나라의 발음에 써야 할 옛글자의 범위를 정하는 작업을 해야 할 것이며, 나라마다 발음기호에 대한 한글 음가를 예시해 줌으로써 기준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물론 우리가 정해 주더라도 자기네 정서에 맞게 바꾸어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러시아어나 몽골어에서는 알파벳 ‘P’를 우리 발음의 ‘ㄹ’ 발음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H’는 ‘ㄴ’ 발음으로 쓰고 있다.
또 우선 글자 없는 소수민족을 대상으로 정부 기관에서 한국어 학당을 많이 보급하여 편리한 문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 세종의 뜻을 펴야 할 것으로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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