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근 창작 한마당/사는 이야기

눈부신 그날이 오기를

만년지기 우근 2008. 1. 31. 05:54

눈부신 그날이 오기를

                                       우근 김  정  희

1980년 동숭동 가을에 꿈이 내렸다.

낙엽이 우리의 마음을 알았는지 두 눈을 크게 뜨고 멍하니 바라보며 걸음을 한참동안  멈추어야 했다.

동숭동 그 거리를 사랑한 우리는 한걸음도 소중히 여기며 숨소리도 죽이며 가을을 맞으러 걸어가고 있다.

어쩌면 자연이 인간에게 어머니의 품속같이 따뜻한가.

우리는 마로니에 공원에서 마로니에 나무에서 떨어지는 낙엽의 황홀한 춤에 듬뿍 빠져있었다.

포근하게 잠들고 싶어진다.

파랑새가 있다면 그 파랑새를 사랑하고 싶었다.

나에게도 언젠가는 꿈이 이루워질 것이다.

나는 그날 파랑새 꿈으로 집을 만들고 거실을 만들고 창문을 만들고 커튼을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거기에 두사람이 파랑새 꿈이되어 살아가는 꿈을 꾸었다.

 

나는 동숭동을 사랑하였다.

그 길에는 대학시절의 한 낭만이 기다리고 생각만해도 아련하여 아 - 너무나 아련하여

내가 꿈을 꾸고있는건 아닌지 학림다방으로 들어설때의 설레임 첫사랑은 이렇게 시작되어야 한다.

커피가 나오고 거기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다 향그러이 보인다.

그날 오후는 풍요로운 추수감사제를 지내듯이 나는 말없이 창밖에 눈으로 가을을 한껏 마시며

개울에서 돌을 던지는 소녀가 되었다.

그림보다 아름다운 자연에 그만 풍덩 빠져 버렸다.

그 시간이 또 그리워지면 그 배경에 맞는 파랑새를 바라본다.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나는 그렇게 살아가리라.

이제 깨어난 알에서 새로이 새롭게 시작하여야 한다.

 

커피향기에 가을이 날려가고 우리의 아름답고 눈부신 청춘이 가고있다.

그런 꿈은 이제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것인가.

나는 언제나 다시 새롭게 그 꿈길을 걸어가리라.

명륜동에서 동숭동거리를 지나며 느끼는 그때는 또 다시 꿈을 꾸게하고

그 개울물에서 퐁당거리는 순수한 꿈은 수채화 물감되어 그리움이 물결처럼 밀려오면

나는 그대와 하나되어 그 길을 걸어가고 싶다.

은행나무가 노랗게 하늘거리며 비를 내려 거리를 뒤덮으면 나는 노오란 옷을 입고 그대에게 안기고 있었다.

그  은행나무는 지금도 아낌없이 사랑을 주고 있는데 나는 사랑을 어디에서 찾고 있는가.

눈감으면 사라질까봐.

눈을뜨면 없어져 버릴까봐.

두근거리는 사람이 다가오고 있을까.

 

나는 그 길을 걸으면서 언제나 나에게도 그런 꿈이 현실이 되겠지 하고 눈을 들어 먼 하늘을 쳐다본다.

사람이 사람들이 이렇게 다가왔다가 어두운 저녁이되면 꿈꾸던 집으로 들어가 꿈을 먹으며 잠이 들어야 한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 사랑해라고 말하며 두눈을 떠야한다.

세상은 그렇게 살아가야 하고 그렇게 인생의 길이 이어져야 한다.

아름다운 한쌍이 내게도 다가오고 있는지 깨어나며 그 길에서 집을 짓고 새들이 노래하는 아침에

나는 꿈에서 깨어나 햇살 가득히 귀속말로 들리는 사랑의 속삭임을 듣는다.

이제는 그렇게 살아가리라.

나에게는 그런 한쌍이 나란히 누워서 새로운 눈부신 아침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