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사람의 뒷모습
우근 김 정 희
어느날인지 무엇이든지 다 없애버리고 치워버리고 싶은날이 없던가.
나는 오늘 삭발을 했다.
남자들이 군대에 가면서 삭발을 할때 이런 심정일까?
바리깡으로 긴머리가 잘려져 나간다.
시원했다.
맞아.
바로 이모습을 나는 보고싶었다.
대학시절 연향이가 생각난다.
강수연이 삭발을 하는 모습을 보니까.
정희 너도 삭발하면 머리통이 예쁠것 같아.
삭발은 마음으로는 벌써 여러번했다.
그러나 아이들도 다 잊어버리고 또 부모님들에게 죽은 진우를 떠오르게 할것같아서 나는 참았다.
유발로서 삭발의 마음으로 살아가면 될거야.
일주일을 밥이 넘어가지 않았다.
그리고 잠도 이룰 수 가 없다.
죽음에 문턱에 왔는지 헛것들이 왔다갔다 한다.
그렇다.
시커먼것도 보이고 하얀것도 보이고 자면서도 고왕경이 절로나온다.
시달리다보니 차라리 가야지 그런 생각이 든다.
나를 알고있는 사람들에게 떠오르는대로 시한편씩 유서로 보냈다.
다음 생에는 누가 나를 낳아서 절에다 버려주었으면 한다.
사람들에게 받는 고통이 나는 싫다.
내 몸을 더럽히는것은 더더욱 싫다.
죽을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계속 악몽과 싸우고 나는 울다가 소리지르다가 그소리에 깨어나고
죽음이라는 길이 이런거구나.
2000년도에도 나는 한번 겪어 본적이 있다.
질질질 끌려가다가 아니 안되겠다하며 나를 현관앞에서 놓아주던 죽음의 사자들을 나는 안다.
이번에는 그런것은 아닌데 너무나 어지럽고 힘들고 그런다.
인생을 바꾸어줄려는 꿈인가 생시인가 하는데 아니다.
묘각사의 신중단의 호법신장 모습같기도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다.
나는 이제 물도 마시기가 싫어졌다.
아 이제는 그럼 벗어버리자.
이생이 별거더냐.
그리고 껍데기를 벗어버리고 몸도 바꾸고 싶다.
마지막까지 나를 붙드는건 엄마의 눈물이었다.
그래도 잘 가야지.
7월부터 쌀떨어져버리면 죽어버린다고 몇번을 경고했으니까. 되었고 재현이와 아줌마와 기현이에게는 알리고
선향선생님께는 알리고 가야지.
그리고 잠이들어서 긴긴 편안함을 나는 맛보았다.
9시였다.
재현에게 아줌마에게 가서 이야기했다.
나 이제는 죽어야 겠다.
난 도저히 도저히 이렇게는 못 살겠다.
너무나 힘이들어서 미안하다고 말하고 셋은 펑펑 울었다.
내 방으로와서 선향선생님께 전화를 했다.
나 이렇게는 못살아 나 그냥 죽어버릴거야.
추해서 추해서 못살겠어 엉엉엉 죽기는 왜죽어 임마 너 추하지 않거든.
살어.내가 해결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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