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장으로 가는 아빠
우근 김 정 희
서울대병원 11층에서 수술장으로 내려가는 침대카가 도착한다.
여러가지 생각들이 겹쳐져서 한숨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두건인지 모자인지도 집에 놔두고 왔지만 그리 먼 거리도 아니건만 나는 가지 못했다.
누가 이마음을 알까?
한번 수술장에 들어가본 사람들이 알기는 하겠지만 여러가지 산란하게 만드는것은
아빠의 행동이고 수치상으로 나타나는 혈압과 당뇨수치이다.
다시한번 더 스트레스가 얼마나 사람을 상하게 하는지 똑똑히 보았다.
나는 이번에는 여러 선생님들의 메모를 간직하고 싶어서 달라고 말했다.
만약에 만약에 하는 마음이 드는걸 어떡하란 말인가.
경황이 없다는 표현이 어쩌면 정확하게 맞는지도 모르고 사람이라는 존재에 대해
아! 이렇게도 아무것도 아니구나하는 생각을 뼈져리게 한다.
어제 저녁 내내 장을 비우느라고 넣고 빼고 또 넣고 다시 빼내고를 몇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른다.
수술장에서 몇명이서 들어가 잘 하라고 인사를 나누고 나는 멀리서 보기만 하다가 수술이 잘되기만을 바랄뿐
마음대로 되는게 있는건지 없는건지도 모른다.
생과사를 나툰다는 상념에 빠져서 하늘엔 햇살이 가득하고 담배연기를 뿜어내며 향기로 다가오지 않음에도
그저 멍하게 한줌 미소를 띄워본다.
나는 내일이 있는것인가!
내일의 하늘은 어떤 얼굴로 나를 바라다 볼것인가!
시간을 내어보기도 하고 저 먼 발치에서 그저 그렇게 아무것도 일어나지않았듯이 바라만 본다.
나는 11층에 올라와서 아빠가 있는 침대에 대신 앉아 본다.
수술을 마치고 나오는 모습을 그려본다.
수술장에서 전화가 왔다.
현대라는 의학이 수술도 빨리도 하는가보다.
박규주선생님께서 잘되었다고 하신다.
나는 자세히 더 들어보고 싶었으나 선생님의 뒷모습을 보면서 다시 새로운 희망을 가져본다.
얼마후 전화로 회복실에서 깨어나셨는지 올라오신다고 한다.
끙끙거리면서 나타나시는 아빠는 이제 수술을 하신 환자이고 할아버지가 되어있었다.
어릴때는 그렇게 커보이던 아빠는 이제 머리가 하얗게 눈이내린 할아버지가 되어서 아프다고
끙끙 앓으면서 마취가 깨어나는가 보다.
누군가 간병인을 부른 모양이다.
내 자리를 이제 그 분에게 드려야 한다.
제발 많이 아프지 말아야하는데 ---
그렇게 되기를 바라면서 나는 내 나름대로의 프로그램을 짜고 있지만 안된다.
나는 오늘 내가 의사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간절히 했다.
어렵고 찌들려도 나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었는데 기나긴 아니 깊은 인연의 끈이라는게
사람을 이렇게 만드는가 보다.
내가 이렇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나는 오늘 하루 해를 길게 지겹게 보냈다.
3월의 마지막날에 아빠는 대장암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내일은 내일의 일이 기다리고 이제 나는 4월을 다시 준비해야 한다.
2008년 3월이 봄이 이렇게 흐르고 지나가지만 나는 오늘은 내내 잊혀지지 않으리라 생각 한다.
마음이 아프고 저린만큼의 무게로 어두운 어제를 보내며 새로운 날이 되게 해달라고 하늘에 기도 한다.
미천한게 사람인지라 보잘것없는 껍데기만 두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알맹이는 어디로 갔는가!
사람이 태어나서 죽으러 가는길이 인생이라는 여행길에서 마주친 사람들에게 나는 하나 하나 의미를 부여해 본다.
이제는 알에서 깨어나는가!
언제가 알에서 다시 깨어나는 때인가.
오늘 하루의 해는 나에게 무척이나 길게 느껴졌다.
그리고 많은 생각들이 있지만 글이라는게 얼마나 부족한가를 느낀다.
마음이 다하여진다면 느껴지리라 생각하며 연건동 저녁을 빠져 나온다.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나는 무엇으로 느껴지는지 다시 한번 새기면서 나는 이제 다시 살아가야 한다고
다짐을 한다.
삶이 주어졌다면 살아가야 한다.
있는 그대로의 그 길을 걸어가야 한다.
오늘이 간다.
또 다른 오늘이 오고 있다.
그 길에 서서 나는 나를 냉철하게 투영해 본다.
오늘 나는 나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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