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근 창작 한마당/사는 이야기

허주라는 호를 받던 날

만년지기 우근 2008. 12. 15. 19:27

허주라는 호를 받던 날

                                     허주 김  정  희

 

사람이 살아가면서 많은 이야기들이 존재한다.

정신세계를 이야기하면서 이차를 나랑 둘이만 하고 싶다고 하면서

내게 다가와서 어깨를 드리운다.

둘만 가고 싶었겠지만 셋이서 같이 갔다.

아산에서 내 앞에 앉아서 내가 하는 이야기에 내내 웃음으로 받아 주시던

마음 편안한 선생님은 서울에서 이차를 하자고 했지만

차가 다른 이유로 하지 못했다.

우리 둘이 부르는 이름말고 다른 이름을 말하라고 해서 우근이라고 했더니

우근은 아니라고 하신다.

선생님의 호가 일허이니 허주라고 하면 좋겠단다.

12월 5일 밤은 그렇게 익어갔다.

 

일주일 후

우리는 성대앞 카페에서 다시 만났다.

허주씨라고 부르시기에 호는 님이나 선생님이라고 불러 주어야 한다고 했다.

그뒤부터 전화로 들려오는 허주님.

나도 선생님께 자호를 청학으로 지어 드렸으나 나는 선생님으로 말한다.

호란 불러 주어야 의미가 있는데 알면서도 선생님만 나온다.

49살이 지나가고 있는데 나는 내 허기진 쓰라린 상처를 내 속에 꽁꽁 묶어 놓고

때만 되면 꺼내어서 보는 버릇을 버리지 않았다.

청학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쓰라린 상처보따리를 꺼내었더니

태양에서 빛 한줄기가 내려오더니 그것을 태우고 까맣게 되더니 없어져 버린다.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니 거기에는 용서라는 단어가 써져 있다.

누구를 용서해야 하는가.

바로 내 자신을 내마음을 내가 용서하라는 것이다.

약속이 있다는 선생님께 저녁을 같이 하자고 했다.

 

제니퍼도 와 주었다.

많은 어두움을 밝음으로 이끌어 주었다.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깨달음이란.

이렇게 순간에 다가오고 나는 그 순간을 보내면서 옆에서 앞에서 사람들이 있다는게

얼마나 소중한가를 느낀다.

수행을 하고 도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많이 보았지만 자신의 수행은 자신이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 다시 태어나는 아이같이 순수처럼 맑고 맑아져야 하는데

언제쯤 다시 남아 있는 앙금이 있다면 또 없애고 또 없애야 한다.

15년을 아프지 않으셨다는 선생님께서도 아프셔서 아픈 자리가 남아 있었다.

더 성숙해 지실려고 아프셨을거라고 말했다.

완벽하지 못하게 태어난 사람이기에 언제나 아프고 난뒤에 더 큰 그릇이 된다는 걸 잘 안다.

혹여 청학선생님도 그런 깨달음이라는 게 오셨지 않았을까?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 하지만 그건 사실 쉽지가 않았다.

자원봉사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가자고 했지만 아닌것은 아니다.

마음이 편한 그 자리에 들어가서 보자.

내가 내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

어느날 문득 생각나는 시간이 있어도 좋은 기억만으로 남겨야지.

보따리를 없애고 나니 마음이 편안하다.

좋은 사람들만 나에게 남겨져 있다.

인생이란 어쩌면 오늘만 존재한다.

알지만 그걸 놓치는 시간들이 점점 작아지기만 바랄뿐이다.

나에게 다가오는 모든 인연들에게 활짝 문을 열고 큰 그릇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바란다.

2008년을 보내며 내 마흔을 보내면서 지천명인 오십살에는 어떤 인연들이 찾아와 줄까?  

오늘이 내게 주어져서 오늘을 살아가야 한다.

오늘 어떤 인연들이 이루워지더라도 어제나 내일을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순수함으로 지금을 바라다 보아야 한다.

자신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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