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근 창작 한마당/시 한마당

오랜 등불

만년지기 우근 2009. 11. 7. 05:09

오랜 등불

                   우근 김  정  희

 

얼굴 하나 동그마니 떠오르고

달일까

별일까

등불켜보니 그 속에 보이는 얼굴

가을이 깊어가는 소리

겨울이 다가오는 소리

사람이 기다리는 소리

 

인생은 이런것인가

뒤돌아보니 아무것도 없는데

내일이 오면 무얼하나

내일이 오면 달라지나

오랜 등불 하나가

밤을 하얗게 지새우고 있는데

사랑은 어디에서 시릿시릿한

옆구리를 아프게 하는지

 

잠을 이룰 수 없는 지금도 언젠가는 그리운 날이 되려는지

살아보아야 알겠지

살아 보아야 알것이야

살아 보아야 알거야

 

오랜 등불 하나

켜켜 하나 쌓아 두고

그 옆구리는 지금도 시릿 시릿 하는지

담에 걸려 며칠을 끙끙 거리다가

소쓸개 푸줏간에 부탁하여

소주에 타서 마셔보니

돌아도 보기 싫은

내 인생 맛이였네

내 인생 참맛이네

 

오랜 등불 하나

켜놓고 눈물만 흘러야 하는데

켜놓고 눈물만 흘러야 하는데

아픔도 같이 같이 가자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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