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좋을까
우근 김 정 희
이틀에 걸쳐서 11월 26일 부터 일어난
일을 정리해 보았다
퇴계원이라는 낯설은 곳에서
명륜동 집으로 오게된 이유
나는 잠옷을 입은 채였고
치우천황 아들은 여름 슬리퍼를 신었다
명륜동이라면 그랬을까
이십수년을 살아온 명륜동
말도 안되는 세상일에 기가 막혀서
나오지 않았던 눈물이 피눈물 되어 흐른다
가지 않을 자 누구인가
우리는 언젠가 다 그곳으로 간다
누구는 하늘나라라고 말하고
누구는 저승이라고 말한다
살아있는 사람
죽은 사람
그리고 남은 가족
만난지 며칠되지 않아 서먹서먹한 사이
돈이 무어라고 사람보다 더 중요한지 묻고 싶다
나는 밥알이 넘어가지 않아
이러다가는 금방 쓰러지지
아니야 쓰러지지는 말아야 해
하고 있는 데
누구는 그 누구는
힘이 펄펄 나는지
영정사진 해오라고 해도 안하더니
너는 인연의 끈을 끊어 버리는 행동만 하는구나
저승에서 보고 계시는데
다 보고 있는 데
동생변호사에게 글을 보냈다
그 글을 읽고 전화가 왔다
퇴계원에서 짐 빼오고
연금신청하고
법원 철회하고
상속포기하라 한다
누나?
퇴계원 짐 꼭 빼와야 해
그냥 다 놔둬버리세요
그렇지 나는 그래
그런데 치우천황 아들은 퇴계원 집에
정이 들어
엄마
마지막으로 한번이라도 보고 싶다한다
책가방도 가져와야 하고
친구들에게도 인사하고 싶다한다
그러면 그렇게 하세요
명쾌한 시간일까
머리 아픈 일 이젠 안녕
사랑하는 당신에게 내가 보여줄 건
이런 내 모습입니다
당신은 이런 내 모습을 아시지요
누나 짐도 다 버리시면 안돼요
그럴까?
당신 내가 그러면 되나요
아니야
그래도 당신이 나에게 준
산호반지는 가져와야지요
내 평생 처음 반지를 선물 받았는데
내 손가락에 끼워 주었는데
아파요 너무 가슴이 아파요
아파요 너무 마음이 아파요
눈물이 비가되면 당신에게 갈까요
눈물이 바다되면 당신에게 갈까요
산호반지 바라보며
당신이 내 손에 끼워주던 고성 통일전망대
추억으로 간직하며 살아야지요
다행히 집 나오면서 마지막까지 가지고 있던 유품
핸드폰 내내 제가 가지고 있을께요
당신 흔적을 느끼며
당신 사랑을 느끼며
만난지 171일 간
우리는 언제부터 연인으로 되었는지 몰라요
우리는 언제부터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는지 알 수 있는 데
지금은 마음이 놀라고 아파서 아무것도 찾지 않아요
당신도 명륜동에서 가셨네요
걸어서 오분도 안되는 거리에서 가셨네요
그래요 언젠가 당신 살아있는 모습 보고 싶으면
명륜당으로 갈께요
사랑해요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