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우근 김 정 희
비만 내리지 바람이 불어오니
겨울이 다시 찾아왔는지
춥고 또 추운 오늘이다
봄은 언제나 오려는지
봄이 오기는 했는지
광화문 지나다 보니
영산홍은 붉게 피어 흐드러지는데
우산을 써도 춥고
큰 우산으로 내 새우산을 바꾸며
사월의 마지막 안녕을 한다
영환아 꼭 꼭 꼭
건강해야 해
힘이 모자라는 나에게는 버거웠던 일
나는 고개를 숙여
마음으로 간절히 기도했다
중증 장애인을 잘 돌볼 수 있으리라
했는데 누하동 아이는 나에게 한계 상황을 보여준다
능력의 한계
또 다른 나를 보았다
얼마나 더 지나야 하나
작은 우산으로 몇년동안 무거워서 쓰지 않은
유품 우산과 바꾸었다
어쩌면 작은 세상에서 큰 세상으로 가려는지 모르지
하늘이 있다면 그 하늘에 계시라면 좋겠다
다 무너져 내려버리면
새로움이 다시 올거야
이 추운 날
큰 우산으로 달동네 바람 막으며 올라오는데
우산이 더 크다
골목길에서 나는 우산을 조금 접으며
웃음 하나가 굴러 들어온다
새 시작을 하는거야
그래
인생이란
또 다른 무대처럼
꿈에서 본 장면처럼
다 다 쓸어버리고
오월이 오면
내 기도가 하늘에 전해져서
또 다른 세계
어떤 새로운 일이 일어나는지
오늘비는 이별하는 내 내
마음이다
그래 겨울 찬바람에 실린 기도다
그래 겨울 찬바람에 실린 눈물이다
영환아
건강해야 해
꼭 꼭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