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근 창작 한마당/시 한마당

우산

만년지기 우근 2010. 4. 29. 00:07

우산

                우근 김  정  희

 

비만 내리지 바람이 불어오니

겨울이 다시 찾아왔는지

춥고 또 추운 오늘이다

봄은 언제나 오려는지

봄이 오기는 했는지

광화문 지나다 보니

영산홍은 붉게 피어 흐드러지는데

우산을 써도 춥고

큰 우산으로 내 새우산을 바꾸며

사월의 마지막 안녕을 한다

영환아 꼭 꼭 꼭

건강해야 해

힘이 모자라는 나에게는 버거웠던 일

나는 고개를 숙여

마음으로 간절히 기도했다

중증 장애인을 잘 돌볼 수 있으리라

했는데 누하동 아이는 나에게 한계 상황을 보여준다

능력의 한계

또 다른 나를 보았다

얼마나 더 지나야 하나

작은 우산으로 몇년동안 무거워서 쓰지 않은

유품 우산과 바꾸었다

어쩌면 작은 세상에서 큰 세상으로 가려는지 모르지

하늘이 있다면 그 하늘에 계시라면 좋겠다

다 무너져 내려버리면

새로움이 다시 올거야

이 추운 날

큰 우산으로 달동네 바람 막으며 올라오는데

우산이 더 크다

골목길에서 나는 우산을 조금 접으며

웃음 하나가 굴러 들어온다

새 시작을 하는거야

그래

인생이란

또 다른 무대처럼

꿈에서 본 장면처럼

다 다 쓸어버리고

오월이 오면

내 기도가 하늘에 전해져서

또 다른 세계

어떤 새로운 일이 일어나는지

오늘비는 이별하는 내 내

마음이다

그래 겨울 찬바람에 실린 기도다

그래 겨울 찬바람에 실린 눈물이다

영환아

건강해야 해

꼭 꼭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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