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품 소나무
우근 김 정 희
정안 밤나무 아래 밤은 풍년이구나
사람들이 주워가도 남는 가을
내년을 기약하며 법주사로 떠난다
세상살이 뭐그리 복잡해서
바쁘다고만 하는지
정이품 소나무는 가을에도 푸르고 푸르구나
법주사
가을 단풍 그림을 그려놓아
복천암 올라가는 길
가을이 녹아 있고
이뭣고 다리건너니
빨간 단풍나무 떨어지는 낙엽에 더 아름답구나
도봉스님 복천암에서 김장독 창고 만들고 계시고
복천암 물맛은 감로수로구나
솟뚜껑 닫혀져있는 정안수 정성들여 마셔본다
대웅전에 들어가서 부처님께 삼배올리고
몇년전 보았던 부처님이 신중단에 그려져 있고
한참을 들여다보며 숫자를 세어보았다
많기도 많네 그려
부처님 부처님이시라면
지금 세월도 그렇게 지내시겠는가
무엇을 빌려고 왔는가
아무리 추려 보아도 건강한 마음뿐이고
내려오는 길
법주사 저수지에는 물단풍 그려내는 물빛만 곱다
저렇게 명경같은 하루
이렇게 아름다운 가을
어디로 가더라도 좋아라
가을을 만끽한 마음만 추스리고
법주사에 그려져 있기만 바란다
어느때 다시 만나더라도
정이품 소나무
둘레길 만들어 놓은 작은 풍경이 그립다
사람과 점점 멀어져만 가는
정이품 소나무에게 말한다
독야청청 하여야 해
살아 있다는 건
나름대로 장관이구나
가을 단풍에 심신이 맑아져
부처님
부처님이시라면
지금 무어라 말하시려는지
사람 마음 언제나 부처님 마음되려나
정이품 소나무는 알고 있으려는지
맑아지는 가을 하늘 따라 가려는지
하늘은 하늘은 구름나라에 얼굴을 가리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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