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제주도 여행

제주도 강정마을은 지금 피흘리고 있습니다

만년지기 우근 2011. 5. 12. 14:31

 

 

 

 

 

4월 4일

 

전날 밤, 한라산 백록담에 눈이 내렸습니다.

 

 

 

 

그 날, 그를 처음 만났습니다.

정확힌 3일 밤 ,마을회관에서 '레드헌트2'를 상영하기 전 그와 처음 손을 나누었습니다.

 

"익히 알고 있었지만 처음 인사드립니다. 조성봉입니다." 

"양윤몹니다."

 

 

 

 

 

내내 훌쩍이는 그의 모습을 뒷자리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공간이 밝아지자마자 어디론가 사라졌다. 한참 뒤에야 나와 마을사람들 앞에서 어렵게 한마디 하더군요.

 

"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참혹할 줄은 몰랐습니다. 참담합니다.

   영화나부랭이가 되어  나름 산다고 살았지만 정작 내 고향 사람들의 삶과 역사는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부끄럽습니다." 

 

 

 

 

 

 

1996년 부터 어지간하게 제주를 찾았지만 '구럼비'는 처음이었다.

나름 제주의 구석구석을 다녀 속살까지 안다고 텅텅 소리쳤지만 구럼비를 만나는 순간 그 모든게 허사였다.

구럼비가 간직한 풍경과 들려온 이야기들은 그야말로 '삽시간의 황홀' 이었다.   

 

 

 

 

 

그의 하루는 우두커니 공사장을 바라보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다 갑자기 '벌처럼 쏜다'.

 

그의 말이다.

 

 

"난 '온전한 몰두' ‘온전한 투신' '온전한 몰입’이런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렇게 안 살면 뭔가 부족한 것 같아요. 아무래도 예술가다 보니,하나에 몰두하는 거죠.

 

 

그러다보면 ‘온전한 것’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 좀 섭섭해 하죠.

형제라든가 가족이라든가... 지금은 이런 모습이 ‘양윤모 스타일’이란 걸 이해해 주고 하니까

좀 자유스럽기도 하고요.


이런 말 하면 좀 오만한 것 같지만, 투쟁할 때 가장 편안해지는 것 같아요.”

 

 

 

 

 

 

그는 2년 넘게 구럼비 중덕바다에 천막을 치고 살았다.

 

“중덕 바다는 정말 아름다워요.

 어느 날 눈이 막 오는 데, 울퉁불퉁한 그 구럼비 해안 바위들이 눈 때문에 평평하게 덮혀 가는 거에요.

 

 

‘ 아! 해군기지가 건설되면 콘크리트가 이렇게 이 바위들을 덮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만나는 제주 사람들에게 이곳의 아름다움을 말하면, “우리 동네도 여기만큼 예뻐요”해요.

 그만큼 제주도는 곳곳이 아름다운 천국이고 제주 사람들은 그만큼의 미의식과 자부심을 갖고 있죠.

 사실 제주도가 섬이기도 하고, 변방이기도 해서 꿈이나 자유같은 운신의 폭이 좁아요.

 

 

 ‘자본독재적 결제시스템’에 갇혀 있는 거죠.

  하지만 조금만 더 노력하면 제주해군기지 문제에 도민 전체가 우리 동네 일처럼 반대해 나설 수 있다고 봐요.”

 

 

 

 

 

 

그는 매일 이 용천수에서 몸을 씻고, 마시며, 늘 한라산을 바라다 보았습니다.

어찌보면 그는 이 구럼비와  더불어  사는 모든 생명들과 하나다름없는 또하나의 생명이었습니다.

구럼비  그자체였습니다. 

 

"제가 보기에 해군기지 문제의 본질은

 해군이 제주 해군기지의  필요성에 대해 주민들을 설득시키지 못하면서도 강행하는 것이라고 봐요.

 

그것을 제주도정이 수용하는데 철학적 정당성이 없다는 것이죠.

그러면서도 주민들을 존중하지 않고, 얕잡아보고 함부로 대하죠. 민주주의의 문제에요.

이것을 해결하지 않는 한 주민들을 소외시키는 사업들이 자꾸 더 진행될 거에요.

철저하게 주민소외, 주민무시 같은...

 

해군기지가 들어오면, 공군부대, 병참부대도 뒤따라 들어오겠죠."

 

 

 

 

 

 

그의 말은 한결 같았습니다.

 

"해군기지 불법공사 중단하라!  해군기지 불법공사 중단하라!

 

그러다 열받으면,

 

" 해군기지 불법공사 중단해! 이 개새끼들아! " 

 

 

 

 

 

 

“그러고 보면, 내가 참 매체에 비협조적이었던 것 같아요.

 매체를 통해서 활동했던 사람인데 왜 그렇게 비협조적이었을까?

 그동안 내가 글쓰는 것을 기피해 온 것은.. 기피는 아닌고 좀 덜 써온 것은 글에 대한 집착을 버렸기 때문이에요.

 

지금껏 해 온 숱한 글과 말 속에 내가 행동으로 옳긴 것은 얼마이며, 온전함은 얼마였으며, 숙성이랄까?

목표 도달이랄까 하는 것은  어느 정도였을지에 대한 두려움이 늘 있었던 거죠.

 

 다시 말히면, 글과 말은 반드시 구체적인 실천 계획이 따라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행동으로 실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나는 얼마만큼 실천하고 있나? 하는 것이죠.

 

 

 

 

 

 

 

             그의 말은 늘 간결했다. 그런만큼 그의 몸은 신속했다. 

             어디에 어떻게 그의 몸을 사용할 지 늘 생각했다. 그리고 행동으로 옮겼다.    

 

"투쟁은  영사(영화를 막에 비추어 상영하는것)와 비슷한 것 같아요.

 영화는 보는 사람이 있잖아요. 투쟁도 그 투쟁을 보는 사람이, 그 투쟁에 영향을 받는 사람이 있어요.

 투쟁을 나 혼자의 ‘영사’를 위해서 하는 건 아니거든요.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으로 하는 것이 투쟁이기 때문에 사람과의 인과관계, 대중과의 인과관계가 있을 수 밖에 없죠.

그걸 생각하면 구체적인 실행계획, 실천을 염두에 두면서 글이나 말이 던져져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거죠."

 

 

 

 

 

 

 

 

 

"그러면 내가 짧은 인생을 살면서 얼마나 많은 글과 말을 던져 놓고 돌아섰던가? 관심을 안 가진게 너무나 많은 거야.

이제는 그러고 싶지 않은 것이고, 진짜 온전함으로 가고 싶은 거에요.

 

 

지난 날은 글의 양으로 활동했다면,

이제는 좀더 그런 것을 줄이고 아끼면서 질적으로 적지만 강하고 뚜렷하게 가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해요.

그 고민의 막다른 지점에 해군기지 결사반대에 얼마나 내가 충실할 것인가가 있는 거에요.

 

 

나는 죽기로 막을 거지만, 설령 막지 못한다 하더라도 여기에 흔적을 남겨놓지 않으면

그 이후에 제주에 올 모든 문제에 경고 조차 할 수 없어요.

 

 

말은 곧 실천! 그것을 좀 육화시켜볼까 생각하는 거에요.

표어처럼 붙여놓지 말고.... 글과 말로 보여줄 나의 행동의 스케쥴을 짜고 있는 것이죠.”

 

 

 

 

 

 

 

 

그의 사랑은 깊었다. 그런만큼 치명적이었다.

그의 사랑 그리고 목숨은 온전히 구럼비를 위한 것이었다.

 

 

“저들은 법 위에 군림하고 있어요.

 아직 행정절차가 다 끝난 것도 아닌데, 공사를 강행하고 있잖아요.

 

'해군은 범법자!' 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요.

그들은 행정적 절차를 거쳤다고 하지만, 범법위에 세워진, 최초부터 사상누각 위에 세워진 행정절차일 뿐이다.

 때문에 무효선언을 했고, 투쟁하는 것이다' 라구요.


 

 

 

 

 

 

"평생을 고기잡이로, 귤농사로 살아온 바닷가 마을사람들이 눈물로 호소합니다.
 마을을 잃고 싶지 않다고, 바다를 잃고 싶지 않다고, 이 따스한 모든 것을 죽여선 안 된다고.

 

 

 평화롭던 마을공동체를 파괴하고, 멸종위기 생물종이 숨쉬고 있는 바다를 죽이고,

 인간의 손재주로는 꿈도 꿀 수 없이 아름다운 구럼비를 부숴버리고

 얻어야 하는 그 잘난 '안보‘가 무엇인지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평택 대추리의 피눈물과 군산 미공군기지의 고통, 제주 강정마을의 파괴로 구축되는

 서해안 전쟁밸트에 우리는 반대합니다.

 힘없는 이들의 삶을 파괴하며 얻으려는 ‘더러운 안보’에 반대합니다.

 

 강정바다를 그대로 두십시오, 그것이 평화입니다." 

 

 

 

 

 

 

 

 

 

 

옥중단식 35일 째 입니다.

  

이제야 영화 동지들이 그와  손을 맞잡기 위해 찾아옵니다.

부끄럽지만 그의 말처럼,

 

 

 "이제 다시 시작일  뿐입니다." 

 

 

불법 강제 연행한 양윤모를 석방하고 해군기지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

 

 

                                                                   2011.5.11 <양윤모를 지지하는 영화인 모임>

 

 

 

5월 11일 09:00 양윤모 면회

              11:00 '구럼비 바리케이트에서 <양윤모를 지지하는 영화인 모임> 기자회견이 있습니다.

         

 

함께 하는 분들입니다.

 

정지영 감독(남부군, 하얀전쟁)

김동원 감독(송환, 끝나지않은 전쟁)
김경형 감독(동갑내기 과외하기,뜨거운 것이 좋아)
임창재 감독(하얀방,바람의 노래)/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
조진규 감독(조폭마누라,어깨동무)
임순례 감독(우리생애 최고의 순간, 와이키키 브라더스)
정재은 감독(고양이를 부탁해)
정우철 감독(사랑이 무서워)

조성봉 감독(레드헌트)

최진욱 영화산업노조 위원장
양기환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이사장
낭희섭 독립영화협회 대표

오주연  제주영화제 사무국장

 

 

 

이 날, 여러분들도 함께 해주시기 바랍니다.

 

 

영화평론가 양윤모를 석방하라! 해군기지 불법공사 중단하라! 폭행경찰들 징계하라!!


 

 

아고라 서명 부탁드립니다.

http://agora.media.daum.net/petition/view?id=106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