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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93세 홍지동 할머니에게서 느끼는 외할머니 모습

만년지기 우근 2012. 5. 14. 16:08

 

 

[서울종로]93세 연세에도 안경도 안쓰시고 명함글자를 보신다

                                                                                   우근 김  정  희

 

나이가 들어가니 제일 먼저 눈이 나이를 말한다.

물론 머리에도 하얀 파뿌리들이 하나둘씩 더 늘어난다.

홍지동할머니는 93세 연세에도 나보다 더 한자를 많이 알고 계신다.

그 연세에 덕성여대를 나오셨다고 한다.

사람이 살다보면 어려운 고비가 다가온다.

홍지동 할머니께서는 항상 의리를 먼저 생각하신다.

두번째 뵙던 날.

댁으로 갔는데 액자에 걸려진 사진을 보면서 나는 깜짝 놀랐다.

어쩌면 그리 내가 아시는분과 닮으셨는지 모르겠다.

93세에도 된장,고추장,장을 매년 담으신다고 한다.

나랑은 40년이나 차이가 있지만 얼마나 정정하신지 모른다.

기억력도 뛰어 나신다.

종로에서 공기좋은 산동네에서 살고 계셔서 그러신가?

나는 명륜동 달동네에서 살지만 할머니는 공기가 청정한 지역에서 살아가신다.

93세 연세에도 날마다 열심히 일을 하시는 걸 보면 역시 사람은 젊게 일하고 살아야 건강한게 틀림없다.

할머니집에 통닭을 사갔다.

소주에 통닭을 먹으니 담배가 생각이나서 할머니 저는 담배를 피웁니다 했더니 나도 담배를 피워???

우리는 담배친구가 되었다.

93세에도 젊은이들 보다 더 젊은 생각을 가지셨다.

내 나이를 물으셔서 53살이라고 했더니 쥐띠를 알고 계신다.

경자생이면 아직 애기네?

그렇지요.

할머니 나이를 생각하면 나는 이제 반 살았다.

몇월생이야?

음력으로 1월생입니다.

생일 생시도 가르쳐 드렸다.

할머니 사주도 아주 잘 보시나 보다.

아주 좋아?

정말요?

말년이 아주 좋으니까?

할머니 필체가 얼마나 좋으신지 지금도 종이를 아끼신다고 반으로 접어서 무언가 메모가 가득하다.

나도 이렇게 살아가야 하는데 ~~~.

정의가 지는 사회에서 역사에 남기려면 무엇이 있을까?

 

 

93세 할머니께서 적은 메모장이다.

 

 

할머니를 보면서 나는 외할머니가 생각났다.

93세 연세에 한자가 가득한 신문을 읽으실 수 있는 분이 몇이나 될까?

 

 

외할머니 큰밭에 지금은 건물이 들어서 있다.

 

 

외할머니 동네 풍경이다.

 

 

93세 할머니를  처음 본건 바로 아셈타워23층이였다.

 

 

진술서를 손으로 쓰시면서 한자가 없이 한글로만 쓰니 글자가 비뚫어진다고 말씀하셨다.

A4용지 4장을 단번에 써내려 가신다.

 

 

줄도 잘 맞추워서 쓰신다.

이날 내 성씨도 모르고 헤어져서 내내 미안하다고 말씀하셨다.

돈에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 말년에 좋다고 하시는 할머님의 말씀은 청관 김원희선생님이나 큰스님 말씀이나 같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지 자신에게 물어본다.

 

 

김진태 할머니 내내 건강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