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여행 - 비가 내리면

비가 내리면

                   우근 김 정 희

가을 문이 열리고 있는

비가 내리고

작은 우산으로 마음을 가리고

8번마을버스가 종점에서 내려오는데

서울대병원 본원에서 기다리고 있는

환자를 생각하면

빨리 가야하는데

마을버스가 비가 내린다고

바로 내앞에서 멈추고

마을버스 안에서는

할아버지 한분이 박수를 친다

우산을 접고 올라가보니

얼굴을 보니

모른는 마을 버스 아저씨

하시는 말

비가 내리는데

뛰어 내려가다가 일날까봐

아 ~~~

하늘이 내게 가까이 있는거 같아

하늘이 마음 열어서 보여주는거 같아

푸른 은행잎으로

대학로 서울대의대 정문을 지나

보랏빛 맥문동꽃이 지고 있는

오늘은 비가 내려 가을이 깊어 간다

성북동 단골맛집 이향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승민이는 춘천으로 갔다

성북동에 정원이 있고 텃밭이 있는 집에서 살고싶다

너희 아빠하고 나는 안되니

승민이가 해결하면 좋겠다 했더니

승민이는 엄마 아빠가 집을 사면

들어와 살겠다 한다

니네 엄마 아빠와 나는 안돼

승재는 그렇게 살아가는

엄마 아빠와 내가 더 자랑스럽단다

성북동 좋은 집들은 누가 주인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후손들이 쓰는 역사의 주인공은

오늘을 어떻게 살다가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