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학은 바람과 물의 순환 이치[天] 그리고 땅의 형성 과정과 지질적 여건[地]을 연구하여 사람[人]이 자연 속에서 좀더 건강하고 안락하게 살터를 구하는 동양의 지리관이며 경험 과학적 학문이다. 방법은 지질, 일조, 기후, 풍향, 물길, 경관 등 일련의 자연적 요소를 음양오행론(陰陽五行論)에 의해 관찰한 다음, 그들이 사람에게 미치는 다양한 영향을 파악하고, 각각의 우열을 가려서 그 중에서 좋은 것만 생활에 이용한다.
조상의 묘지를 자연의 생명력이 왕성한 곳에 택하여 영혼과 유골의 편안함을 구하거나, 주택을 길지(吉地)에 지어서 지력(地力)에 의해 건강과 행복을 꾀하거나, 마을과 도시가 들어설 부지를 선택하거나 혹 부지와 건물 내부에 생기(生氣)가 부족하거나 결함이 있다면 지혜를 기울여 살기 좋은 터로 바꾸는 것 역시 풍수지리학이 일상에 쓰인 방법들이다.
그러나 근대화 이후 우리의 주거문화는 크게 변모하였다. 이는 일상생활문화가 달라졌고, 특히 도시가 주된 생활근거지로 자리잡게 되었음을 반영하는 현상이다. 당연히 생활문화의 변화와 함께 가족구조도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바뀌었다. 과거에 3대 이상의 직계 존비속 뿐 아니라, 방계 친인척까지 한 집, 또는 이웃한 집에서 함께 살던 가족구조는 이제 남편, 주부, 아이 둘 정도로 단출한 핵가족으로 변했다.
이 현상은 도시화의 결과이기도 하며, 이웃집에 누가 사는 지도 모르게 되었으며, 높은 담장과 든든한 빗장으로써 외부 세계와 분리된 삶을 살게 되었다. 수천년 동안 자연속에서 이웃과 벗삼아 살던 우리네 삶의 형태가 달라진 것이다.
19세기 후반부터 진행되어 온 한국의 근대화 과정을 통해서, 주로 20세기 초부터 중반까지는 일본식 주거양식이 영향을 미쳤고, 20세기 중반 이후에는 서양식 주거양식이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주택구조도 목가구에서 벽돌조적조, 철근 콘크리트조로 바뀌고, 평면도 입식 부엌, 수세식 화장실 등이 집안에 들어오는 서구식 평면으로 바뀌었다.
더욱이 근래에 와서는 아파트라는 서양특유의 주거양식이 가장 선호되면서 편리함과 기능성만이 극대화된 메마른 주거공간으로 치닫고 있다. 따라서 풍수지리학은 생활 속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나 이러한 공간문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그 대안으로 풍수를 제시하고 있다. 근대화 과정과 굴곡의 역사를 지나면서 사라졌던, 풍수지리가 21세기 우리 생활 속에서 어떻게 이러한 기능 위주 공간의 단점을 치유하면서, 동시에 그 공간문화와 적절한 조화를 이루면서 펼쳐질지 기대되는 바가 크다.
[사진 : 분당신도시 전경('환경과 조경'- 고명진 이미지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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