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언어) [國語, 한국어] 사전적의미
한 나라에서 공용어로 인정되어 널리 사용되는 언어.
우리나라에서는 우리나라의 말 또는 우리말을 국어라고 부르는 것이 관습화되어 있다.
그러나 일반언어학적으로 볼 때 국어(national language)라고 하면 어느 나라의 말을 가리키는지 알 수 없다.
자기 나라의 말을 국어라고 부르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 정도인데,
최근에 와서는 중국도 자기 나라의 말[現代漢語]을 국어라고 부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세계의 여러 언어 가운데 하나가 국어라는 점을 중시하여 국어를 한국어라고 불러 객관적 설명을 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치적인 입장에 의해 우리말이 조선어로 불리기도 하지만 이 용어는 북한·일본·소련·중국 등지에서 사용되고 있다.
국어를 우리나라의 말이라고 받아들일 때, 그것을 반드시 한반도에서 한민족이 사용하는 말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한반도 이외의 곳(미국·일본·소련·중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이 사용하는 우리나라 말과 외국인이 말하는
우리나라 말은 국어에 포함되는가, 포함되지 않는가 하는 문제도 아울러 발생하는데,
이런 경우의 우리나라 말도 국어라는 테두리 속에 포함된다.
이 국어라는 용어는 국가가 성립되어 있을 때를 전제로 하여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1910년 한일합병으로 인해 우리 민족이 국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못하고 대신
조선어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되었던 뼈저린 일이 있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국어는 입으로 말해질 뿐 아니라 문자로 기록되어 표현될 수도 있다.
그밖에 녹음기·녹화기·영상매체 등의 기계장치를 통해 기록되어 표현되기도 한다.
문자로 기록되어 표현될 때에도 우리 문자인 한글로 기록되는 경우와 우리 문자 이외의 다른 문자로 기록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한자나 일본문자(가나)·영문자(Alphabet)·국제음성부호(IPA 부호) 등을 가지고 우리 국어를 기록할 수 있다.
기록하는 문자가 무엇이건 간에 그 기록된 내용이 우리말이라면, 그것은 국어라고 불린다.
이런 점에서 한글이 창제되기 전에 우리 민족이 한자의 음과 뜻을 이용하여 우리말을 기록한 고유명사 표기,
이두·구결·향가 등의 차자표기 자료(借字表記資料)도 그 표기된 내용을 국어라고 부를 수 있다.
12세기초 송(宋)의 손목(孫穆)이 우리나라의 사신으로 와서 우리말을 한자로 기록한
〈계림유사 鷄林類事〉의〈고려방언 高麗方言〉이나 13세기에 중국인들이 한자를 이용하여
우리말을 기록한 〈조선관역어 朝鮮館譯語〉의 내용도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국어에 포함된다.
국어의 개념이 이렇게 정립된다면, 누구에 의해서이건, 입으로 말해지건 문자로 적혀 있건,
더 나아가 어떠한 문자로 적혀 있건 간에 아무튼 우리말은 다 국어라고 부를 수 있다.
국어의 계통에 대해 살펴보면 국어는 기원적으로 알타이어족에 속하는데
그 공통조어(共通祖語)에서 이른 시기에 분화되어 발달해왔다는 견해( 알타이어족설)가 있고,
그 계통을 알 수 없다거나(고립설), 인도 남부의 드라비다어와 같은 계통을 가진다거나(남방설),
고아시아어 계통의 길랴크어와 같은 계통을 가진다거나(북방설) 하는 등의 견해(비알타이어족설)가 있다.
대체로 국어가 몽고어·퉁구스어·터키어 등과 같은 알타이제어와 친족관계를 가진다는
알타이어족설이 그럴 듯한 견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알타이 공통조어에서 갈라져 나온 원시국어는 한반도 북부와 만주 일대에서
사용된 부여계(夫餘系) 제어와 한반도 남부에서 사용된 한계(韓系) 제어로 분화되어 형성되었다.
부여계 제어는 다시 고구려어와 백제 지배층의 언어로 이어져오는데 이 언어는 고대 일본어와 같은 계통으로 믿어진다.
한계 제어는 다시 백제 피지배층의 언어와 신라어·가야어로 이어져오다가 신라가 삼국을 통일함으로써 한반도에서 전반적으로 통용되어,
신라어가 그이후 국어의 모태로서 중세국어를 거쳐 오늘날의 국어로 발달해오게 되었다.
언어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자체의 역동성에 의해 변화하기 마련이다.
국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국어가 변천·발달해나가다 보면 시대마다 국어의 모습이 달라지게 된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무시하고 특정한 시점의 국어와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된 양상을 반영하는
국어의 역동적 체계를 상정할 수 있는데 이러한 국어의 모습을 각각 국어의 공시태(共時態)와 통시태(通時態)라고 부른다.
엄밀한 의미에서는 공시태가 존재할 수 없다고도 할 수 있지만, 연구의 편의상 시기를 작게는 10년 단위로,
크게는 100년 단위로 끊어서 그 시간폭 사이에 존재했던 국어가 동질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으리라 가정한다.
예컨대 1930년대의 국어도 공시태를 보이며, 15세기의 국어도 공시태를 보인다고 간주한다.
통시태는 적어도 두 시기 이상의 국어의 공시태를 바탕으로하여 그것들이 서로 어떻게 변화했는가를 비교함으로써 성립된다.
일반적으로 국어를 시기별로 분류하여 고려 건국 이전의 국어를 고대국어,
고려 건국부터 훈민정음이 창제되기 전의 국어를 전기 중세국어,
훈민정음 창제 이후부터 16세기말까지의 국어를 후기 중세국어,
17세기 이후부터 갑오개혁(1894)까지의 국어를 근대국어, 갑오개혁부터 1910년대까지의 국어를 개화기국어,
그 이후의 국어를 현대국어라고 특징지어 부르기도 한다.
또한 전기 중세국어와 후기 중세국어는 합쳐서 중세국어라고 부르기도 하며, 개화기국어는 현대국어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국어는 시간적으로 분화되어 변천·발달해가는 것만이 아니라 공간적·지리적으로도 분화되어 변천·발달해간다.
기원적으로는 단일한 모습을 지니고 있었을 국어가 시간의 흐름에 의해 다양한 모습으로 분화되었듯이,
특정한 지리적 조건과 상태에 의해 공간적으로 분화되어 변천·발달한 결과, 일정한 지역 내에서만
동질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는 국어도 겨날 수 있다.
이와 같이 공간적·지리적으로 분화된 언어를 방언 또는 지역어라고 부른다.
흔히 사투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와 대립되는 것이 표준어이며 북한에서는 이를 문화어라고 부른다.
표준어는 여러 방언으로 나뉘어 있는 국어를 정치적 중심지,
즉 서울과 경기도 일대의 말을 중심으로 하여 하나의 표준적·규범적인 모습으로 정하여
통일된 국어생활을 이끌 목적으로 만든 일종의 인위적 국어이다.
북한의 문화어는 평양말을 중심으로 하여 성립되어 있다.
표준어는 국가를 전제로 하여 성립된다.
그러나 방언이나 지역어는 반드시 국가가 전제되지 않더라도 존재할 수 있다.
국어는 계층별·세대별·도농별로 사회적 분화를 일으키기도 한다.
아직 국어학에서는 이 방면에 대한 연구가 잘 되어 있지 않은 편이다.
앞으로는 국어를 사용하는 화자가 어떤 위상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문제도
국어 사용의 측면에서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국어는 크게 보아 직접 입으로 말해지는 구어(음성언어)와 문자로 적혀지는 문어(문자언어 또는 서사언어)의 2종류로 가를 수 있다.
우리가 직접 말을 할 수 있는 현대국어는 구어와 문어로 존재할 수 있으나 현대국어 이전의 국어는 문어(특히 문헌어)로만 존재한다.
문어는 보수성이 강하기 때문에 반드시 구어와 일치하지는 않는다.
15세기 문헌인 〈석보상절 釋譜詳節〉이나 〈월인석보 月印釋譜〉에 담겨 있는 국어가
반드시 15세기 국어의 구어와 동질적인 값을 가진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현대국어 이전의 문헌어는 대부분 한문 원문을 우리말로 번역한 언해문(諺解文)으로 되어 있는데,
특히 번역문은 현실언어와 거리를 두는 경우가 많다.
흔히 문자와 문어의 보수성에 유의해야 한다거나,
문자와 문어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이러한 사정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다.
문어는 발화할 수 있는 모든 가능한 형식을 다 담지 못한다.
문어는 책 이외에 비석·성벽·탑·종 등에 적혀 있을 수도 있다.
이러한 것을 금석문(金石文)이라고 부른다.
국어는 문법적인 기능을 보이는 조사나 어미 등과 같은 문법요소가 실질적인 의미를 갖는 어휘요소의
뒤에 첨가되어 문장을 형성하는 첨가적·교착적인 성격을 띤다.
이와 같은 문법요소의 후치적(後置的) 특성을 중시하여 국어를 첨가어 또는 교착어의 유형에 소속시키기도 한다.
국어의 어순은 주어, 목적어, 서술어의 순서로 나타난다. 이러한 어순을 SOV 어순이라고 부른다.
국어는 서술어를 제외한 문장의 다른 요소들이 서술어를 고정된 위치로 하여 어느 정도 자유롭게
그 위치를 이동할 수 있는 자유어순을 보인다. 이것은 국어가 서술어 중심의 특성을 가지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서술어 중심의 특성은 말을 하는 사람이나 말을 듣는 사람에게 잘 알려져 있는
주어가 문장에서 나타나지 않고 생략되는 현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비다!', '불이야!' 등과 같이 주어가 없는 문장이 존재하는 것도 위와 같은 원리로 이해된다.
또 국어에는 '코끼리가 코가 길다'나 '미도파가 양복의 값이 1,000원이 싸다' 등과
같이 한 단문(單文) 안에 주어가 둘 이상 나타나는 2중주어문(二重主語文)이 존재한다.
국어는 주제(主題)가 발달해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런 주제가 부각되는 특성을 통해 '나는 냉면이다'나 '나는 불고기 백반이다'와
같이 주어-서술어 관계로는 파악될 수 없는 문장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국어는 말을 하는 사람이 문장 중의 어떤 인물이나 그 말을 듣는 사람을 대접하여
어휘적·문법적으로 표현하는 경어법이 유난히 발달해 있다는 특성도 보인다.
국어 어휘에는 우리나라 자체에서 형성되어 사용되는 고유어 외에도
외국어에서 빌려 와서 사용하는 외래어·차용어가 많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한자어가 국어 어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특이한 현상이다.
국어는 한 음절에서 자음으로 끝나는 종성, 즉 받침이 특히 발달해 있어서
CVC(여기서 C는 자음, V는 모음)나 CVCC 등과 같은 음절구조를 많이 보인다.
받침의 종성은 뒤에 다른 자음이 계속해서 이어질 때에는 내파적(內破的)으로
발음되기 때문에 닮는 현상[子音同化現象]이 특징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 자음동화).
우리나라 사람은 셋 이상 연속되는 자음을 다 발음할 수 없기 때문에
그 가운데 하나의 자음(대개는 둘째 자음이지만 드물게는 첫째 자음)을 발음에서 빠뜨리는 자음군단순화현상이 나타난다.
단어의 맨 앞 위치[語頭位置]에서 'ㄹ' 자음을 발음할 수 없는 두음법칙 현상도 국어의 특징 가운데 하나이다.
오늘날에는 영어권에서 많이 들어온 외래어의 영향으로 어두에서도 'ㄹ'을 발음하는 현상이 점차 확산되어 가고 있다.
기원적으로 국어에서는 높낮이를 나타내는 성조가 발달해 있어서 훈민정음이 창제되었을 때에는
그것을 글자의 왼쪽에 점으로 표시하기도 했으나 17세기 이후에는 소멸하여
지금은 경상방언과 함경방언의 일부에만 그 흔적이 남아 있다.
장단(長短)도 기원적으로 존재했던 것으로 믿어지는데 현대국어에서는 제1음절에서만 구별되고
제2음절 이하에서는 구별이 잘 안되고 있다.
현대국어의 자음체계에서는 특히 경음 계열과 유기음 계열이 발달하여
'ㄱ:ㄲ:ㅋ', 즉 '평음:경음:유기음'의 3지대립(三肢對立)을 보인다.
이런 대립이 원래부터 국어에 존재했는지는 확언하기 어렵다.
'ㅈ ㅉ ㅊ'과 같은 파찰음 계열의 자음은 원래 치경음(齒莖音)이었던 것이
17세기 이후 음가가 변화되어 경구개음(硬口蓋音)으로 바뀌었다.
이때문에 역사적으로 'ㄷ ㅌ' 등의 치경음이 'ㅣ'모음을 닮아
그와 같은 위치에서 발음되는 'ㅈ ㅊ'으로 변화되는 구개음화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15세기에 존재했던 'ㅸ ㅿ ㆆ' 등과 같은 자음은 중세국어 이후 소멸했다.
'ㅳ ㅴ' 등과 같은 어두자음군은 적어도 중세국어에는 존재했지만 근대국어 이후 대부분 경음(일부는 유기음)으로 발달하였다.
국어의 모음체계를 볼 때 원래는 단모음(單母音)이 'ㆍ ㅡ ㅣ ㅗ ㅏ ㅜ ㅓ'인 7모음 체계로서 'ㅣ'는 중성모음,
'ㆍ ㅗ ㅏ'는 양성모음, 'ㅡ ㅜ ㅓ'는 음성모음의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양성모음은 양성모음끼리, 음성모음은 음성모음끼리 서로 어울리는 모음조화 현상이 특징적으로 존재했으나
현대국어로 오면서 점차 붕괴되었다.
이들 모음도 원래 'ㅣ'와 'ㅏ'를 제외하고는 현대국어에서의 발음위치와 다른 위치에서 발음되다가
후기 중세국어 이전에 모음추이라는 커다란 변화를 겪어 지금과 같은 위치에서 발음된다.
15세기말 이후 'ㆍ'는 소멸하여 그 음가가 달라졌으며 근대국어 후기에 'ㅐ ㅔ ㅚ ㅟ'는
이중모음에서 단모음으로 그 음가가 달라졌다.
그러나 현대국어에서는 'ㅚ ㅟ'가 다시 이중모음으로 바뀌는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이중모음 체계에서는 'ㅘ ㅝ' 계열이 분포상 편재(偏在)되어 있는 특성을 보인다.
李賢熙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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