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근 창작 한마당/시그림 한마당

화롯불에 계란밥

만년지기 우근 2007. 12. 23. 17:44

 

 

 

 

화롯불에 계란밥

                                              우근 김  정  희

 

유난히 길어진 낮보다

길게 늘어진 저녁이 오면

까치가 올까 까마귀가 올까

솟대되어 기다리고

 

돌담너머 부지깽이에선

누룽지보다 깜밥이 맛있어

토다닥 토다닥 지피는 불쏘시게

계란밥 먹고 싶어서

외할머니 손을 배에다 가져갔다

머리로 가져갔다

아프지도 않는 배만 꼬르륵 꼬르륵

머리손에 알아 차려

계란밥이 먹고 싶냐 하시며

 

화롯불이 큰방에 들어오면

부젓가락으로 만들어서 놓여진 계란밥

언제 끓을까 언제나 먹어보나

꼴까닥 꼴꼴까닥 숨죽이며

바라보다 보골 보골 밥이 넘는다

하이얀 쌀밥이 계란위로 올라온다

맛있는 깜밥 타는네가 난다

 

화롯불에 계란밥

외할머니 뜨거워서 손 데일까

혀 데일까 천천히 식혀서 먹어라 하시던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계란 깜밥으로

아팠던 머리와 배는 어디로 달아났나

화로불에 타버려서 연기되어 사라지고

껍질을 조심 조심 벗겨서 호호불며 먹었던

화로불에 계란밥 먹고 싶어

외할머니 생각하며 배만 꼬르륵 꼬르륵

 

유난히 길어진 낮보다

길게 늘어진 저녁이 오면

까치가 울어줄까 까마귀가 울어줄까

솟대가 전해준 기쁜 소식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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