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근 창작 한마당/소설 한마당

[동방14]수화 세째동생이 태어나다

만년지기 우근 2011. 2. 26. 07:05

 

 

[동방14]수화 세째동생이 태어나다

                                                          우근 김  정  희

 

일을 해보면 알 수 있다. 일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라는것을 잘 알것이다.

그래서 인물이라는것도 필연적으로 나오는 것이다.

누가 인물이 될것인가! 누가 그 일을할 적임자인가를 잘 알아서 해야한다.

공무원이란 주어진 일만 잘하면 된다.

지금도 여러가지 일들이 많이 일어나지만 그 당시에 공무원은 어떠했을까?

고물상을 차리기는 했으나 고물상에 대해서 알지도 못하고 사업과는 무관한 작은아버지는

차려는 놓았으나 일을 할 수는 없었는지 처가집에서 일하고 계시던 아빠를 광주로 나오라고 하셨다.

아빠는 처가집에서도 황소처럼 일을 하셨다.

겨울에도 일을 하셨다.

그래서 하천에서 밭을 3개나 개간을 하셨고 그 일은 농사를 짓지 않았던 농번기를 피해서 일만 하셨다.

수화도 그런 아빠를 따라서 겨울에 밭을 일구시는 아빠옆에서 구경을 하기도 했고 춥디 추운 겨울에 이마에서 땀이 나서

그것이 하얀 연기로 나아가는걸 수화는 날마다 보았다.

수화는 추워서 손을 호호하면서 불고 있는데 아빠 일하시는 아빠의 이마에서는 땀이 송골 송골 맺혀 있었다.

그리고 덥다고 하시면서 막걸리를 한사발 들이키면서 캬 -아 하시고 김치를 한입 물고서 다시 일을 하신다.

 

아빠는 원래 말이 없다.

수화는 그런 아빠가 침묵으로 일관하시면서 일하는 모습이 보기가 좋아서 손발이 꽁꽁 얼어붙어서 얼음이 다 들어도

아침부터 일이 끝날때까지 마치 껌처럼 붙어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빠는 어디론가 떠나고 할머니와 엄마 동생만 남아서 여러해를 보내야 했다.

그리고 세째동생이 태어났다.

역시 또 딸이었다.

엄마와 할머니의 한숨소리를 나는 들어야 했다.

아들을 그렇게도 원하고 기원하건만 계속해서 딸만 낳는 엄마를 할머니는 한스러워서 한숨만 꺼져라하고 내쉰다.

세째가 할머니 집에서 태어나던 날이 생각난다.

그리고 어느날 나는 세째를 업어보고 싶었다.

다른 아이들은 동생들을 엎어주는데 키가 큰 나도 엎어보고 싶었다.

금줄이라는걸 100일동안 대문앞에다 걸어놓아서 거지나 문둥이들의 출입을 막았다.

 

딸이 태어나면 새끼줄에 검은 숯과 솔잎을 달아 주었다.

그러면 그집은 딸이 태어났다는 표시이고,빨간 고추를 달아놓으면 아들이 태어났다는 표시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장난질을 하고 싶었던지 모른다.

어느날 금줄에 빨간 고추가 두개가 달려 있었다.

그걸보고 동네 아저씨가 달려와서 아들을 낳아서 감축을 드린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할머니께서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서 누가 그런짓을 했느냐고 동네 사람들에게 빨리 원흉을 잡아들이라고 하셨지만

누가 했는지 모르고 안다해도 나올리가 있겠는가.

빨리 금줄에서 고추를 떼어버리라고 불호령이 떨어졌다.

금줄에 고추두개로 동네는 쿡쿡거리며 웃음을 멈추지 못했고 할머니는 그날 저녁 동네사람들에게

모이라는 명령을 내려서 마을회의를 주제하셨다.

 

닭을 몇마리 잡아서 백숙을 내시면서 말씀하신다.

딸을 낳아서 정신이 없어서 한숨만 쉬고 있는데 금줄에 고추사건으로 할머니는 동네사람들의 마음을 읽은 것이다.

만약에 아들이 나왔다면 소한마리나 적어도 돼지 한마리는 잡았을 것을 할머니는 몇마리의 닭백숙으로 아쉬움을

보내려 하신다고 하시면서 오늘은 이걸로 대신하니 제발 다시는 그런 장난을 치지말라고 엄중하게 말씀하신다.

어디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작은 소리로 소곤거리면서 하는 말을 그녀는 들을 수 있었다.

고추를 두개 더 달았으면 돼지를 잡았을까?

야 맛있다. 며칠있다가 또 한번 달아주면 닭고기를 또 먹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