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 29] 수화가 환쟁이로서 말하는 그림이란?
우근 김 정 희
미스터 주와 수화는 어느사이 연세대 도서관 앞에 섰다.
수화는 여기에만 오면 컴플렉스를 느낀 나머지 행동이 보통때보다 더욱더 대담해 진다.
큰 도서관 앞 건물에 서서 도사관의 학생들을 쳐다 본다.
미스터 주는 친구를 찾는다며 도서관 2층 3층을 뒤진다.
친구는 없었다.
과사무실로 갔다.과 사무실에는 다른 친구가 있었다.
오늘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세대학교의 잔디가 푸르게 푸르게 익어가고 있었다.
수화는 담배 한개비를 물면서 성냥 불을 부치면서 미스터 주를 생각한다.
오늘도 수화의 기억에 가장 남는 사람은 역시 미스터 주이다.
화실에 쳐박혀 전화 코드선도 빼어 놓은 채 수화는 그림이란 삶의 그늘에 취해 있다.
추상화. 그렇다.생긴 얼굴 만큼이나 추상화쪽을 택햇고 생각하는 정신세계와도 일치하다는
거추장스러운 명제를 내걸고 오늘도 붓으로 화선지에 그림아닌 끄적거림을 한다.
수화가 그리는 그림은 낮의 얼굴보다는 밤의 세계를 그린답시고 흰종이에 까만색으로
먹칠을 해 놓는다.
엷게 그 다음 그위에 무엇인가.
푸른색같은 환상을 그린다.
수화는 그림에 싸인을 하지 않는다.
보이는 싸인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싸인으로 그녀는 그녀의 그림을 마구 찧어버리고 휴지통만 부산나게
호경기를 맞는다.
환쟁이 환장이 그렇다.
그림이란 환장을 하지 않고는 미쳐버리지 않고는 그려내기 힘든 작업이다.
며칠밤을 새워서 태풍의 눈처럼 한꺼번에 정열을 한곳으로 오직 한곳만으로 모을 수 있는
기 氣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수화는 누군가 이야기했듯이 정말 위대한 작가는 자기가 그린 그림을 그 자리에서
찧어 버리는 것이라고 할때 그 말에 대한 충격을 잊지 못했다.
도공이 도자기가 구어질때까지 바로 가서 깨어버리라는 말과도 같다.
수없이 찧어 버리고 깨어버릴때의 마음이 어떠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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