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근 창작 한마당/소설 한마당

[동방27]수화가 치마를 입었다

만년지기 우근 2008. 8. 23. 22:41

 

 

 

 

 

 

[동방27]수화가 치마를 입었다

                                                     우근 김  정  희

 

술집에 들어가 미스터주가 따르는 소주를 거뜬하게 받아 놓았다.

남자에게 술잔을 받아보기도 처음이였다.

그러자 옆에 있던 란 왈 "나는 오늘부터 술을 마셔볼래, 처음 술을 수화와 미스터 주랑 같이 하니

너무너무 기분이 좋아" 하면서 술잔을 덜렁 비워버리는 것이였다.

미스터 주는 겁이 났다.

연극을 완벽하게 하기위해 수화는 "난 어제 과 얘들과 교수님이랑 폭주를 했더니

오늘은 영 안 받아"

하면서 란에게 "란아! 너 정말 이 술 마시고도 아무렇지도 않아" 하자 란이"맛있는데? 한잔 더 줘 봐

미스터 주" 두번째 잔도 홀짝 비워버렸다.

홀짝 홀짝 그러면서 란은 술 마실때마다 홀홀 짝짝 하다보면 넘어간다.

하루가 넘어가고 영혼도 술에 술술 넘어가 버린다는 것이다.

구렁이가 담을 넘어가듯 인생도 인생도 넘어갈 것이라는게 란의 인생론이다.

술에 취할 수 있는 사람만이 참다운 인생을 맛 본단다.

란의 베일은 이렇게 시작해서 저렇게 끝을 남기고 사라졌다.

나타나는 안개이다.

인생이란 안개가 아닌 삶의 안개로 덮여져 있다.

산울림도 바다의 율동도 아는 그녀, 란.

란은 한번도 그녀의 남자친구를 그녀에게 소개시켜준 적이 없었다.

안개 같은 연막만을 뿌리듯이 남자들에 대한 이야기만 할 뿐 ---.

수화는 란을 모른다.

어쩌면 자기 자신의 신화처럼 꾸며낸 이야기일것 같기도하고 실제로 맞아 떨어질것 같기도 하고

란과 미스터 주. 남과 여.

둘다 친구이건만 수화는 미스터 주와 나누는 이야기와 란과 나누는 이야기가 다르다.

감정도 조금은 달라지는 것이다.

남자 친구에게는 여자 친구에게 할 수 없는 이야기가 나온다.

조금은 그릇이 큰 이야기들이 성큼 성큼 나와 버린다.

수화는 서울에 있는 친척집을 가기위해 오랫만에 치마를 입고 전화를 했다.

2학년 들어서서는 아마 처음으로 입어보는 치마인 것으로 어색하기만 하다.

치마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불편하다.

치마를 입으면 스타킹 신경써야지 높은 구두 신경써야지.

큰키 신경써야지 그녀의 옷은 대충 단색이다.

수화가 좋아하는 색깔은 코발트색 파랑색이었다.

파랑색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 든다.

대충전화를 끝내고 짐작으로 버스를 탔다.

205번이면 신창동에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예감으로 버스 안으로 비집고 들어갔다.

한참동안 헛물을 켠 도시의 가로수를 구경하고 있는데 이럴 수 가 있는가.

버스는 비원을 지나가고 있는게 아닌가.

비원을 지나 창경원 앞을 지나치고 있었다.

창경원에서 하차 할 수 밖에 없었다.

창경원에 내려서서 한참동안 버스의 표지판을 훌터 보아도 신창동에 가는 버스는 없었다.

고민 아닌 서성거림으로 끝까지 기다리면 오겠지.

하는 오기로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 수화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이 있었다.

뒤를 돌아다보니 미스터 주가 헐레벌떡하며 뛰어오고 있었다.

너무 너무나 반가웠다.

미스터 주는 "수화야! 너 왠일이니? 치마를 다 입고 치마를 입으니 꼭 여자 같이 보이는구나.

너무 너무 예쁘다.무슨 맘먹고 치마를 다 입었니?

어~ ~ ~

수화 너 각선미도 예쁜데?

제발 오늘처럼 치마 좀 입고 다녀"

"미스터 주 그런데 너 왠일이야?"

"응, 내 집이 이쪽 아니니. 버스 창밖으로 보니까.

이건 꿈이냐 생시냐. 네가 있잖아.그래서 다음 정류장에서 내려서 뛰어오는데

버스 2대가 지나가더구나.수화 네가 그것타고 갔을까봐 샅샅이 뒤져보고 막 뛰어 내려왔더니

이렇게 예쁜 아가씨가 서있지 않니.

수화야 오늘은 내가 한턱 사야되겠어 기분이 너무 너무 좋아"

 

 

 

 

테리우스원님 작품입니다.

왜개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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