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24]수화가 달형을 생각한다
우근 김 정 희
무악재를 넘어 홍제동에서 내려서 그녀가 묶고 있는
집을 가려면 인왕산 마루쯤은 올라가야 한다.
"휴 - 우 ---."집에 올라와 내려다 보이는 홍제동 빈민가의 불빛이 보인다.
그녀가 사는 집은 서울의 인구가 얼마나 천태만상 인가를 보여준다.
빈민가에 우뚝 솟은 3층집 담도없고 기어올라가는 길목옆에 덩그러니
지어져 있으니 앞에서보면 2층이고 내려가서보면 3층이지만 말이 3층 건물이지
거기에 사는 인구는 40명도 넘고 사는 집만해도 7집이나 된다.
3층에는 방이2개 옥상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서러울만큼 아리땁다.
지순하고 상스럽고 밤이면 울고 웃고 구별이 뚜렷한 산동네의 빈민가는
그녀의 새로운 환상을 만들어 주곤 했다.
앞집사는 처녀 둘은 매일 술을 마시고 다닌다.
술을 마시고 다니는게 아니라 퍼부어버리고 다닌단다.
가끔씩 외박을 하고 여자 혼자 남자를 데려와서 자기도하고 4명이 같이서 자기도하고
3명이 같이 잔적도 있단다.
동네 사람들은 그녀를 불쌍하다고 한다.
혀를 쯧쯧 --- 거리며 하기도 하고 미친년들이라고 욕을 한바가지 퍼붓는 아낙도 있다.
"흐 -흥,동생들 공부 가르친답시고 세상에서 못할 짓 안할 짓 다하는 더러운년들.
지가 번돈으로 동생들이 공부 잘하겠다 잘해 본래 돈이란 어렵게 벌어야 귀하게 쓰여지는 법이여"
구멍가게에서 아낙들이 모여 앉아 수화가 지나가는 길위에서 그런 이야기가 들렸다.
"그래 맞아 다른 아이들은 공장에 다녀도 돈만 잘 벌더라."
수화는 그말을 듣고 생각을 해본다.
제각기 얼굴이 다르듯이 하는 일도 달라야 한다.
술집 작부를 하든 고관대작이 되든 그것은 하나의 관념이다.
깨어버리고 나면 벗어버리고 나면 목욕탕에 들어간 인간들 처럼
인간이라는 굴레는 똑같은 것이다.
물론 술집에 나갈 수 밖에 없는 절박한 이유도 있을 것이고 거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구실은 더더욱 많을 것이다.
자기 인생은 자기것일 것이다.
거기에 명분이 분명하고 하겠다는 의지가 굳었다면 인간들은 인간들에 대해
평가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유없는 무덤이 없다는 식으로 밤까지 재잘거리는 아낙들의 입을 통해
그녀는 다시한번 침묵의 논리를 내세운다.
침묵할 수 없을까.
타인들을 도마위에 올려놓고 난도질을 하면 자신도 언젠가는 그렇게 당하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모른다면 말이 되질 않아.
무엇이 그들 입을 쉬지 못하게 만들었을까.
마음이 허해져서 그 허전함을 말로 풀어 버리는것 같은 그녀는 사람들이 다른 타인을
평가,비평,분석할때마다 그런 생각을 해본다.
뭐묻은 개가 뭐묻은개 나무란다는 식으로 피곤을 섞고 떨림이 울리는 시간에 그녀에게
그만 그만 깨어나라는 표시였을까?
암시였을까.
그녀는 달형의 생각에서 깨어나서 다른것을 잠시 생각했었다.
은근히 자신에게도 이런점이 있었구나.
그렇게 차디찬 감성을 가진 그녀에게도 시간이 되고 때가 이르니 감정이라는것이
가슴에 팍팍 와닿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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