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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22]수화의 사랑이 오고 있을까

만년지기 우근 2008. 8. 8. 15:48

 

 

 

 

 

[동방22]수화의 사랑이 오고 있을까

                                                          우근 김  정  희

 

사랑이라는 단어에 혐오스럽게도 부정이 가던 순간부터 수화는 모든것을

부정적으로만 받아 들인 것이다.

관습,환경 습관때문에 인간은 인간을 판단한다.

그것도 너무나 쉽게 쉽게만 판단해 버린다.

인간을 도마위에 올려놓고 난도질 하면서 흥에겨워 춤이라도 추고싶을 정도들이다.

자신의 잘못은 쉽게 용서할 줄 알면서도 타인의 잘못에 대해서는 엄격 인간들

그들이 타성에 젖어 살아가기란 숨쉬는 것보다 더 역겨움을 느낄때 마다 그녀는

잠시 침묵을 생각해 낸다.

침묵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최선의 답안지였다.

그래서 수화는 침묵을 좋아 했다.

차고 건조한 기후 탓인지 겨울바람에 제법 추위가 느껴진다.

까만 코트에 쥐색 머플러를 길게 늘어뜨리고 잿빛 하늘에 젖어있는 버스를 탔다.

버스안에 들어서자 몇명의 승객이 들어오는 수화에게 눈길을 주다가 차창밖으로

내던진다.

맨 뒷좌석에 앉았다.

마로니에 공원이 생각났다.

70년대의 동숭동거리는 정말 그녀가 본 서울거리 중

가장 마음의 고향을 연상하듯 아끼던 장소였고

학림다방은 덜컹거리며 삐그덕거리는 밑바닥하며 들려오던 어느 소녀의

피아노 소리에 익어가고 있었다.

 

예술가,환쟁이 그 중에서도 환쟁이를 택했던 수화는 학림의 냄새를 맡을때 마다

그리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충동 충동 ---

그런 충동이 사랑에도 가 있었을까?

대학2학년 가을학기가 개강되어 단짝인 란과 만난 그녀는

오랫만의 회포를 풀기위해 명동의 뒷골목인 감자국 파는 집에서

소주잔을 꺾으며 이런 저런 지난 여름날의 이야기에 젖어 있었다.

그런데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사내 아이들 몇명의 노래가 시작된 것이다.

그런 와중에서도 수화와 란은 아랑곳하지않고 이야기를 하다가 거기에 모인

모든 술객들이 그만 우 - 와 ---  하하 --- 흐흐  ㅎㅎㅎ하고

한꺼번에 시원한 웃음을 털어놔 버렸다.

노래가락 가사의 내용인 즉 "험난한 광야를 달리는 철마야 너는 무엇을 믿으려 하는가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평생 돈도 명예도 사랑도 다 좋다"

한참을 배꼽을 잡고 웃고나도 무엇인가 석연치 않았는지

모두들 노래를 부른 자가 도대체 어떤 모슴을 하고 있는지

시선은 한곳으로 집중되었다.

하루살이도 한때라는 말이 있듯이 그네들은 모두 앵콜을 부르짖으며 박수를 대동했다.

박수 그렇다.

박수부대가 와서도 그렇게 재미있게는 치지 못했으리라.

그러자 그 사내는 흥에겨워 "빈대떡 신사"를 불렀다.

오래간만에 웃음이었다.

그곳이 다시 시끌벅적해지자수화는 "란아 우리 나가자 너무 시끄러워"

"그래" 서울의 거리는 활기와 퇴폐와 모든것을 조장할 수 있는 곳이였다.

"란아 나는 이번에 사랑 한번 해볼래" "뭐? 사랑! 사랑이라 좋 ---지.누구 생겼니?"

"아니야 서울에와서 처음 만난 사람이랑 무조건 사랑해 볼거야.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든지.

어떠한 사랑이 되든지. 그냥 한번 해보고 싶다."

"우 - 하 하 하  호호 웃긴다.

나도 그런 생각을 했단다."

2년동안 다른 얘들은 연애도 많이하고 다녔는데 우린 연애 한번 못했잖아.

좋은 생각이야.

그래서 너와나는 말을 안해도 통하는게 있나봐.

역시 수화다.멋있어!

이런 말을 지껄이며 깔깔대고 삼일고가 밑을 지나치려는데

뒤에서 수화의 어깨를 툭툭치며 "여보세요""여보세요"  하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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